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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과연 욕값을 포함하는가?

급여명세서를 아무리 찾아봐도..

by 바그다드Cafe

"이번 달 월급에서 세금 공제가 얼마나 될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월급명세서를 살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세... 그러나 월급명세서 어디에도 '욕값'이라는 항목은 보이지 않습니다.

급여명세서에는 '욕먹는 값'이란 항목은 없습니다.

하지만 직장 상사가 종종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인의 월급에는 욕값이 포함되어 있다."


이 말은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암묵적 조건입니다. 오늘은 이 '욕값'이라는 보이지 않는 항목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욕값, 그 숨겨진 계약 조건


회사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는 여러 계약 조건에 동의합니다. 근무 시간, 업무 내용, 급여, 복리후생 등이 명시적인 계약 조건이라면, '욕값'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암묵적 계약 조건입니다.


상사의 무리한 요구, 갑작스러운 야근, 주말 출근, 불합리한 업무 지시, 때로는 인격적 모독까지 -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월급'이라는 논리입니다. "월급 받고 다니는 사람이 이 정도는 참아야지"라는 말은 직장 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직장 상사의 심리: "내가 주는 월급값을 해야지"


욕값 이론을 강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직장 상사들의 심리에 있습니다. 많은 관리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다. (혹은 저들의 월급은 나 때문에 받는 것이다) 그러니 내 말에 복종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심리의 근원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첫째, 전통적인 위계 문화의 영향입니다. 상사는 자신이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부하 직원들에게 명령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자신도 과거에 같은 대우를 받았다는 경험입니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으니, 너희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것입니다.


더 심층적으로는, 일부 관리자들은 자신의 권위를 확인받고 싶은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하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지시에 직원들이 순응할 때 느끼는 통제감과 권력감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직장인의 비애, 그 구차함과 부끄러움


직장인의 비애란 무엇일까요? 비애는 사전적 의미로는 '슬퍼하거나 서러워함'을 뜻하지만, 직장인의 비애는 그보다 더 복잡한 감정입니다. 때로는 더럽고, 구차하고, 부끄러운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상사의 욕같은 부당한 지시에도 '예스'라고 대답할 때의 구차함,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결정에 동의해야 할 때의 부끄러움, 자존심을 내려놓고 회사의 논리에 따라야 할 때의 더러운 감정... 이러한 감정들을 참고 견디는 대가가 바로 월급이라는 것이 '욕값 이론'의 핵심입니다.


욕값의 시장가치는 얼마인가?


만약 직장인의 월급에 정말 '욕값'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 자존감 하락, 인간관계의 왜곡, 일과 삶의 불균형 등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더 많은 욕을 먹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직장인의 월급은 오롯이 그들의 노동, 시간, 전문성에 대한 대가여야 하지 인격적 모독이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비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블랙 코미디 같은 노동의 현실


직장 생활은 블랙 코미디 같습니다. 욕값이라는 단어도 블랙 코미디의 소품인 거죠. 웃기지만 슬픈, 이른바 '웃픈' 상황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집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소모적인 회의 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직장인들은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근하는데 회사 근처 맛집이 문을 닫았다"며 웃음 짓지만, 그 속에는 왜 나는 이 시간에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서글픔이 깔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너희는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라"라고 조언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욕값없는 노동의 미래를 향해


과연 우리는 '욕값'이 포함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웃픈 상황을 견뎌야만 하는 걸까요? 더 건강한 노동 환경, 상호 존중하는 직장 문화,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꿈일까요?


다행히도 시대는 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직장인들은 과거보다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더 명확히 인식하고, 부당한 대우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도 점차 구성원의 웰빙과 만족도가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욕값'이 아닌 '가치'에 기반한 보상 체계, 서로 존중하는 조직 문화,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직장 환경이 확산된다면, 더 이상 직장인의 월급에 '욕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씁쓸하고 웃픈 농담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욕값' 없는 노동의 미래,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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