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지진, 그리고 우리의 연결

끝으로 연대

by 바그다드Cafe
미얀마에 있는 지인과 카톡한 내용

며칠 전 미얀마에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미얀마에 있는 저의 지인이 걱정되어 카톡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제 지인은 무사했습니다.


"정전이 심해서 인터넷이 안 좋아요. 문자가 잘 안 나가네요."


간결한 그의 답변에서 미얀마의 현실이 느껴집니다. 인터넷이 끊기고 정전이 빈번한 곳. 제가 2017년부터 2년간 생활했던 그곳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메시지입니다.


지진은 미얀마가 겪고 있는 수많은 시련 중 가장 최근의 것일 뿐입니다. 2021년 2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군부가 쿠데타로 전복시켰을 때부터 미얀마는 끝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습니다.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한 총격,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 수천 명의 정치범 수감... 한때 민주화의 희망을 품었던 나라는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 오니 문자 뜨네요. 양곤은 별일 없어요. 만달레이가 초토화..."


그의 메시지는 단절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대도시인 양곤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만달레이 같은 지방 도시들은 자연재해와 정치적 혼란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정보마저 제한된 상황에서 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7년, 미얀마 산속의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만 해도 미얀마는 희망이 넘쳤습니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간정부가 들어서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며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군부는 권력을 내려놓지 않았고, 결국 다시 국가를 장악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지진까지... 미얀마인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발전소 변전소 피해가 있어서 거의 정전 사태네요."


전기와 인터넷이 끊기는 일은 미얀마에서 일상입니다. 제가 그곳에 있을 때도 하루에도 수차례 전기가 끊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합니다. 발전소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은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의미합니다. 군부 정권은 인프라 복구보다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더 관심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살아갑니다.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도, 전기가 없어도, 정치적 자유가 제한되어도 삶은 계속됩니다. 이것이 미얀마인들의 놀라운 회복력입니다.


"그니까요 이제는 반등하려나 봐요. 이제 더올꺼도 없네요 ㅎㅎ. 운석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ㅋㅋ"


그의 메시지에서 묻어나는 유머 감각은 감동적입니다. "운석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이라는 농담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견뎌왔는지 보여줍니다. (제 지인은 20년 가까이 미얀마에 살고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 팬데믹, 지진... 이제 남은 건 운석 정도라는 자조적 유머 속에는 강인함이 묻어있습니다.


"그래, XX야… 얼마나 잘 되려고... 안정화되면 통화 함하자."


제 답장에는 걱정과 함께 희망도 담겨 있습니다. '안정화'라는 단어는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내포합니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다시 평화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미얀마인들은 놀라운 인내심과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세기 동안 외세의 침략, 내전, 군부 독재, 자연재해를 견뎌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련 속에서도 그들 특유의 온화함과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제가 미얀마에서 근무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이런 그들의 정신이었습니다.


정글 한가운데 위치한 시멘트 공장에서, 저는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낮에는 50도에 육박하는 열기 속에서 일하고, 밤에는 모기와 싸우며 좁은 컨테이너 숙소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외부에 있었고, 물은 종종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서로를 돕고, 함께 식사하며, 작은 것에도, 작은 시간들에도 감사했습니다.


지금 미얀마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이 시련도 극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군부의 압제로 평화로운 시위가 무력화되고, 지진으로 삶의 터전이 무너져도, 그들은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최소한 그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미디어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우리는 여전히 고통받는 미얀마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눠주는 것입니다.


저에게 미얀마는 단순한 이국적인 여행지가 아닙니다. 2년간의 생활을 통해 저에게는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경험은 제 삶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미얀마의 아픔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다행이다 ㅠㅠ 걱정했네"


제 메시지에 담긴 감정은 단순한 안도감 이상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인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물리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를 넘어, 우리는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지금 미얀마인들은, 흔들리는 땅 위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들의 강인함과 유연함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은 굴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말입니다.


미얀마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치적 혼란도 종식되어 미얀마 사람들이 다시 한번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능한 방법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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