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나이 마흔을 넘기고 거울을 보니 유독 이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내 인생에 남은 건 뭐지?'
스마트폰을 열면 누군가의 화려한 성공담, 또 다른 이의 행복한 가정생활, 누군가의 여유로운 여행 사진들이 흘러넘칩니다. 그 모든 것과 나를 비교하면, 마치 텅 빈 기분이 듭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커리어는 내가 꿈꾸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갔고, 관계는 깊이를 잃어버렸으며, 시간은 그저 흘러가기만 한 것 같은 날들. 그런 날에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손에 쥔 것은 없는 듯한 허무함,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찾아옵니다.
’없음‘의 착각
요즘 읽고 있는 책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에서 저자인 켈리 최는 이런 상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아무리 가진 게 없다 해도 몇십 년을 살았다면 분명 내가 조금이라도 잘했거나 재미를 느꼈던 게 단 한 가지라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밑바닥이니 잃을 것도 없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때부터 그것을 그냥 시작하면 된다."
이 말에서 제가 배운 점은, '없음'에 대한 착각입니다. ‘없음‘은 종종 우리가 만들어낸 착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겨 보지 못하거나, 혹은 남들과 비교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없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의 힘
켈리 최는 이어서 말합니다.
"그게 사소하고 돈을 당장 벌어들이지 못하는 것일지언정 일단 한 스텝을 밟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희망은 솟아나게 되어 있다. 기적은 움직이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없음'의 상태는 역설적으로 가장 큰 자유를 줍니다.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시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한 가지'를 찾아 첫 발을 내딛는 용기입니다.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작은 행동, 10분의 연습, 한 장의 글쓰기, 짧은 산책... 이런 작은 시작들이 모여 변화의 물결을 만듭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작은 승리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자신감을 키우고, 그 자신감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나만의 한 가지 찾기
당신의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제가 저에게 했던 질문들입니다)
1.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2. 어린 시절 좋아했지만 지금은 잊고 있던 취미가 있나요?
3. 주변 사람들이 "네가 이것만큼은 정말 잘해"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4. 배우고 싶었지만 미뤄왔던 것이 있나요?
5.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나 문제가 있나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당신을 새로운 시작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움직임이 만드는 희망
"기적은 움직이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켈리 최의 이 말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움직임은 에너지를 만들고, 에너지는 가능성을 열며, 가능성은 희망을 낳습니다.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느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행동이 선행되면 감정이 따라온다는 원리입니다.
정체된 호수는 썩지만, 흐르는 물은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멈춰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면 예상치 못한 흐름이 생겨납니다.
없음에서 시작하는 가능성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순수한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기대, 타인의 시선, 사회적 성공의 척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켈리 최가 파리에서 도시락 가게를 시작했을 때, 그녀에게는 화려한 요리 경력도, 풍부한 자본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시작했고, 그 작은 시작이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일지도 모릅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대함으로, 오늘 그 '한 가지'를 찾아 작은 첫걸음을 내디뎌야 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껴질 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승부를 위한 시작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