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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가치는 왜 나이가 들수록 떨어질까요?

그럼에도...

by 바그다드Cafe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던 20대 중반, 저의 노동력과 잠재력은 회사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저의 젊음과 패기(혹은 깡다구), 그리고 무엇보다 빠른 학습 속도에 큰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면 이라크, 미얀마, 인도 그리고 중국까지 어느 나라에 가든 빨리 배우고 일을 익혔습니다. 설령 조금 부족했을지라도 '젊으니까 괜찮아'라며 격려받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40대를 넘어서면서, 저는 점차 회사가 저에게 갖는 기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연배와 선배들을 돌아보니 이전처럼 인정받기 어렵고,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나이가 들수록 노동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변화의 속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빠른 변화 속에서도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는 그런 젊은 직원에게 미래의 가능성을 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점차 익숙함과 안정감을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회사는 우리의 노동력이 더 이상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경쟁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평가 기준의 변화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가능성과 잠재력, 즉 미래의 성장을 기준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평가의 기준은 실제로 보인 성과와 효율성으로 엄격해집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커다란 문제로 부각되고, 과거의 공로는 쉽게 잊힙니다. 즉, 더 높은 기준에 맞춰 더 많은 것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젊었을 때의 관대함은 사라지고, 오직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만 요구받습니다.


세 번째는 대체 가능성입니다. 젊은 노동력은 '성장 가능성'이라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가집니다. 반면, 중년의 노동력은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있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빠르게 습득 가능한 젊은 인력으로 교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됩니다. 더욱이 AI와 로봇 같은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중년의 노동력은 자동화 기술로 더 쉽게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또한 네 번째 이유로는 회사 내 인건비 구조의 문제입니다. 근속 연수가 길어질수록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회사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때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받는 보수와 복지는 더 많아지지만, 회사가 평가하는 가성비는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의 노동 가치가 나이 들수록 낮아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피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현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요?


결론은 분명합니다. 노동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따라가며, 새로운 지식을 계속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기에 우리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결합하면 젊은 인력이나 AI 기술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 즉 창의성, 공감력, 윤리적 판단력을 끊임없이 키워야 합니다.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문제를 깊이 있게 해결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깊고 풍부한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입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노동 가치는 오히려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아닌 우리의 이름으로, 직책이 아닌 존재로서 어디서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작은 공부가 내일 우리의 가치를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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