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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눈치가 아니다

눈치말고 통찰

by 바그다드Cafe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20대 시절, 저는 "눈치 빠른 사람"이 되기 위해 꽤 애를 썼습니다. 회의 때 상사의 눈빛을 읽고, 팀 분위기를 살피며 적당한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것이 사회생활의 중요한 기술이라 믿었습니다.


"쟤는 센스가 있어"라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매일 촉을 곤두세우고 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센스 아이템을 얻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눈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나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눈치가 통하지 않는 순간들

20대, 30대 때까지는 빠른 눈치와 순발력으로 웬만한 상황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예상 질문을 미리 준비하고, 상사의 기분을 살피며 답을 맞혔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은 팀에서도, 조직에서도 '유용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판'이 달라졌습니다.

조직은 이제 저에게 "당장의 상황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큰 흐름을 읽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스럽습니다.


그동안 주야장천 눈치로만 일을 해왔는데, 갑자기 눈치 보지 말고 큰 흐름을 보라니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40대에 눈치를 살피는 능력은 미덕이 아니라, 때로는 '소극성'이나 '방관'으로 보이는 나이라고.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표정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징후를 읽는 것이라고... (말은 쉽지요...)


통찰이 필요한 시대


AI, 자동화, 글로벌 불확실성. 변화는 눈 깜짝할 새에 찾아옵니다. 눈치는 빠를지 몰라도, 이런 변화를 "감"만으로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눈치와 센스의 시대는 저물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40대 직장인은 눈치의 자리를 통찰력으로 메꾸어야 합니다.


이 변화가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 고객이 원하는 진짜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팀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회도, 회사도 우리 40대들에게 그렇게 요구합니다.


그리고 통찰은 우연히 얻어지지 않습니다. (진짜 어렵습니다) 하지만 필요합니다. 공부하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야만 조금씩 쌓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통찰은 어떻게 키울까


어려울수록, 막연한수록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습관들이 통찰력을 조금씩 만들어갑니다.


첫째, 멀리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눈앞의 업무 처리에만 몰두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뉴스를 읽을 때도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들리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이 산업 전체에 어떤 신호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둘째, 다양한 관점을 경험해야 합니다.


늘 같은 사람, 같은 조직, 같은 문제만 바라보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책을 읽거나, 다른 업계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전혀 다른 분야의 강연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의도적으로 '나와 다른 세계'를 접할 때, 생각의 폭이 넓어집니다.


셋째,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흐름의 끝은 어디일까?"

자꾸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통찰을 키웁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여운을 붙잡아보는 것. 이 과정이 통찰을 만드는 씨앗이 됩니다.


눈치를 폐기하고, 통찰을 향해


이제 저는 상사의 눈치를 보는 대신, 시장의 변화를 읽으려 합니다. (물론, 잘 안 됩니다).

그럼에도 회의에서 상사의 표정을 살피는 대신,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눈치로는 다음 회의까지는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찰이 없다면, 다음 세대의 변화에는 버틸 수 없습니다. 40대 직장인은 어느새 '눈치 빠른 후배'가 아니라,

'생각 깊은 선배'가 되어야 할 시기에 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눈치 빠른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말은 조금 과장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눈치만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표정'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읽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오늘 내가


한 번 더 질문하고,


한 번 더 멀리 보고,


한 번 더 다르게 생각해 보려는, 그 작은 노력 속에서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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