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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30분, 무슨 앱을 켜느냐가 인생을 바꾼다

넷플릭스와 밀리의 서재 사이

by 바그다드Cafe

퇴근 후, 엘리베이터에서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딱히 급한 일은 없지만 습관적으로 잠금 해제를 합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앱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배민.
아니면 쇼핑몰, 커뮤니티, 웹툰, 뉴스…


하루 종일 회사에서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우리는 퇴근 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30분, 한 시간은 훌쩍 흘러갑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침대에 누워, 다음날 알람을 설정하면서 '아, 오늘도 그냥 이렇게 지나갔네' 하고 중얼거리게 됩니다.

진짜 문제는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반복했느냐'


사실 하루 정도는 그냥 보내도 됩니다. 문제는 이 패턴이 일주일, 한 달, 1년까지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신격화한 세상이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많이 허비하는 시간은 '그냥 쉬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가만히 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즐거운 것도 아닌 시간. 그러면서도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퇴근 루틴이 진짜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을 열면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압니다. 유튜브는 내가 싫어할 수 없는 썸네일을 던지고, 쇼핑 앱은 내가 요즘 고민하는 제품을 정확히 띄워줍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30분은 내 '의지'보다 알고리즘이 선택한 30분입니다.

넷플릭스냐, 밀리의 서재냐, 그것이 문제로다


'넷플릭스를 켜면 쉬는 거고, 밀리의 서재를 켜면 공부하는 거다'라는 이분법은 아닙니다. 사실 저도 둘 다 켭니다. 드라마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합니다. 어떤 날은 야구 뉴스와 쇼츠로만 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하지만 중요한 건 비율과 방향입니다.

넷플릭스를 1시간 보고 나면, 그냥 시간만 흘렀다는 느낌입니다. 밀리의 서재로 단편소설 한 편을 읽고 나면, 작지만 뭔가 남은 느낌이 듭니다. 어딘가 한 군데라도 나 자신을 축적해 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퇴근 후의 30분은 말 그대로 '자기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 30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1년 뒤의 방향을 정합니다. 아주 작지만, 아주 꾸준한 선택의 결과가 그 사람의 '결'을 변화시킵니다.


"하루 종일 일했는데 또 뭔가를 해야 하나요?"


정말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백번 공감합니다. 저도 퇴근하면 그냥 멍하니 있고 싶습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의외로 바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하고 싶다"는 감각을 되찾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회사에서는 늘 '부품'으로 살아가지만, 퇴근 후 30분만큼은 순수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회사에서 쓰느라 탈진한 뇌를 조금만 나 자신을 위해 쓰면, 그게 생각보다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직장인의 뇌는 어디서 회복되는가


우리는 피로 해소를 '수면'이나 '식사'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뇌과학에서는 '마음 회복'이라는 개념도 강조합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가 '의미를 느끼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짜 회복입니다.

그 의미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지니를 통해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듣는 시간일 수 있고, 누군가는 에버노트에 오늘 있었던 감정을 써보는 일일 수 있으며,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밀리의 서재에서 추리소설을 한 챕터 읽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건 그 어떤 스마트워치도 측정해주지 않지만, 당신의 삶을 실질적으로 회복시켜 주는 진짜 지표입니다.

오늘 당신은 무슨 앱을 켜시겠습니까?


저는 요즘, 회사 화장실에서는 소설을 읽고, 지하철 안에서는 북마크 해둔 중국어 단어를 외웁니다. 집에 돌아와선 틈틈이 짧은 글을 씁니다. 작고 보잘것없지만, 그게 나를 '직장인'이 아니라 '나'로 회복시켜 주는 루틴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30분.


그저 별생각 없이 보낸다고 아무 일 없는 건 아닙니다. 그 시간이 쌓여서 당신의 1년, 당신의 버전이 됩니다.

오늘은 넷플릭스 말고, 당신의 내면을 조금 더 켜보는 앱을 눌러보는 건 어떨까요?

클릭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클릭을 100번, 200번, 365번 반복하면… 진짜 뭔가가 바뀔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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