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력으로 버텨낸 아저씨의 다이어트 생존기
저는 1984년생입니다. 올해로 마흔둘인가 마흔넷인가… 하여튼 그쯤 된, 나이만 ‘착실히’ 먹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아저씨입니다.
작년 하반기,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그야말로 정강이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약 드실래요, 살 뺄래요?”
아니 무슨 감기약 처방하듯이… 순간 너무 쉽게 약을 권하는 그분이 원망스러웠지만, 정신줄은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약 안 먹고 살 빼겠습니다.”
그렇게 다짐한 뒤, 딱 3개월 만에 10kg을 감량했습니다. 헬스를 다닌 것도 아니고 대단한 식이요법을 강행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생활 습관만 아주 조금 바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4개월째,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곧 올해 건강검진을 다시 받을 예정인데요—이제는 겁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유니클로에서 세일을 하길래 냉큼 바지랑 폴로티를 샀습니다. 허리 사이즈는 82cm(32인치 정도 됩니다), 상의는 M 사이즈. 끼지 않고 적당히 잘 맞습니다. 이 모든 게 지난겨울과 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빼낸 10kg 덕분입니다.
(사이즈가 줄어도 물론 여전히 슬픈 건 있습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다리가 짧기 때문에, 바지의 5분의 1은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지를 20% 비싸게 주고 사고, 거기에 수선비까지 얹는 이중고. 아무튼 옷 사이즈가 줄었다는 건 분명 위안이 됩니다.)
제 주위 사람들은 거듭 의심했습니다.
“곧 요요 올 거야.”
의심인지 바람인지 헷갈리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4개월이 지나도, 저는 여전히 같은 몸무게를 유지 중이고, 여전히 헬스장도 안 가고, 여전히 필요한 술자리는 빠지지 않습니다.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제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간헐적 단식, 현실 버전
무작정 16시간 굶고, 8시간만 먹고 그런 거 아닙니다. 저녁에 술 약속이 있으면, 점심은 샐러드나 요구르트+사과 정도로 아주 간단하게 먹습니다. 그럼 저녁에 좀 자유로워집니다. 회식도 죄책감 없이, 적당히 조절하며 즐길 수 있고요.
이게 습관이 되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먹는 양’ 자체가 줄어듭니다. 포인트는 하루를 한 덩어리로 보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2. 틈새 운동 (이라고 쓰고 ‘계단’이라고 읽는다)
헬스장? 그런 거 없습니다. 시간도 없고, 의지도 부족합니다. 허리도 아픕니다.
게다가 저는 중소기업에서 영업전략구매투자해외사업인사총무물류대외협력팀장을 맡고 있고, 집에는 이제 막 말문이 터진 46개월 아들이 있습니다. 하루가 46시간이어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계단을 택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무시하고, 일부러 계단을 탑니다. 지하철에서도 앉지 않고 서 있고, 굳이 멀리 돌아 걷는 식입니다. 그리고 집안 청소도 일부러 자주 합니다. 물론 청소 퀄리티랑은 별개입니다. (아내가 제가 한 청소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는 얘기입니다)
즉,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순간을 낚아챈다”, 이게 핵심입니다.
3. 지금 당장 뭐라도 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송길영 작가님의 강연에서 들은 말입니다.
“당장 뭐라도 하세요.”
정말 뼈 때리는 말입니다.
간헐적 단식도, 틈새 운동도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닙니다. 예전에 수없이 실패한 다이어트, 이상한 식단, 반쯤 성공했던 온갖 운동들… 그 모든 경험이 결국 지금의 루틴을 만들어줬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은 있어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몸이 기억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필요할 때 몸속에 저장된 경험을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생각합니다. 40대에 살을 빼는 건 체중계 숫자보다 더 중요한 싸움입니다. 건강을 되찾는 싸움이고, 자존감을 되찾는 싸움이고, 무너진 루틴을 회복하는 싸움입니다.
마지막 팁 한 줄 요약:
“꾸준함이 근육보다 셉니다.”
살을 뺀다고 인생이 확 바뀌진 않습니다. 하지만 몸이 가벼워지면, 생각도 가벼워지고, 거울 앞에 선 나 자신이 조금 더 괜찮아 보입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꽤 괜찮은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