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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수단일까, 목적일까

직장은 월급이지

by 바그다드Cafe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직장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떤 날은, 월급날을 앞두고 "그래, 직장은 수단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또 어떤 날은,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며 "대체 내가 이러려고 이 회사에 들어왔나..."라는 회의가 밀려옵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동료와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오후엔, "그래도 이 일 참 보람 있네" 싶기도 합니다.


도대체 직장은 무엇일까요? 수단일까요? 목적일까요?


저는 올해 마흔셋인가 마흔넷입니다.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3년째 근무 중입니다. 전에는 “이 회사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가 고민이었다면, 요즘은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 걸까”를 더 자주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분명 좋은 '수단'이었습니다. 스펙도 되고, 연봉도 괜찮고, 부모님께 설명도 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목적'을 잃은 채,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칭찬을 받으면 기뻤고, 성과가 나면 보람도 있었지만, 그건 '나'의 만족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속 '일개 부품'의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3년 전에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자유, 더 큰 책임, 더 낮은 연봉(?)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스스로의 ‘이유’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직장은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생은 일만으로 채워지지 않아. 퇴근 이후가 진짜 삶이지." 맞는 말입니다. 저도 금요일 밤엔 야근보다 맥주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 공간에서, 나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수단'만으로 버티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사람은 결국, 시간을 들인 것에 마음을 쏟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 처리하는 일, 던지는 말 한마디가 모두 나를 조금씩 빚어갑니다. 그래서 직장은 단순한 생계의 도구가 아니라, 어쩌면 삶의 태도와 방향을 결정짓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직장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직장은 ‘수단’ 일 수 있지만, ‘목적’을 잃은 수단은 결국 버거워진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든, 그 안에 내 나름의 의미와 이유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돈이든, 성장이든, 자율성이든, 재미든.


직장이 곧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분명, 인생의 일부입니다. 그 일부가 나를 납작하게 만들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작은 질문을 던집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이 질문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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