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용한 직장인 고수의 심리학

“말은 없지만, 실력은 있다”

by 바그다드Cafe

회사에 꼭 한 명쯤, 말 수는 적지만 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의 중에도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회의 끝 무렵에 슬쩍 한마디 던지는데 그게 핵심입니다. 심지어 말투도 이렇습니다.


“음… 그냥 제 생각인데요…”


(하고 조심스럽게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모두의 머릿속을 ‘뙇’ 하고 정리해 버립니다. 그리고 모두가 속으로 외칩니다.


'와, 뭐지 저 사람…?'


말은 없지만, 실력은 확실한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선 괜히 말 많이 했던 제가 민망해집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나도 좀 조용히 살자…’


한때 저도 말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어쩌면 지금도요...) 회의에서 말 많이 하면 일 안 시키겠지 싶어서 드립도 날리고, 보고도 쓸데없는 부연으로 세 페이지 늘렸고, 점심시간엔 “요즘 경제가…” 하며 밥보다 말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습니다. 말은 많은데, 왜 일은 너만 빼고 다 잘하지? 하는 묘한 분위기. 내가 말할수록 신뢰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꽤 오래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회사는, 실력 있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 공간입니다. 물론 실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실력 없이 오래가는 건… 인싸력 강한 XXX 말고는 없습니다.


조용한 고수들이 왜 신뢰를 얻는지, 심리학에서는 이걸 “사일런스 컴피턴스(Silent Competence)”라고도 설명합니다. 소음 없이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결과로 입증하는 사람에게는 ‘목소리’보다 ‘무게감’이 쌓인다는 겁니다.


이건 우리가 어릴 때 느꼈던 감정과도 비슷합니다. 말 많던 반장보다, 조용히 공부 잘하던 옆자리 친구가 더 신뢰가 갔던 이유. 그게 바로 비언어적 신뢰(implicit trust)입니다. 눈빛, 준비성, 행동의 패턴에서 오는 믿음. 그건 말보다 오래갑니다.


요즘 저는 오히려 조용한 사람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수다스럽지 않아도, 딱 보면 “이 사람, 뭔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 그게 실력자의 공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력 있는 사람은 말을 아낍니다. 아니, 말을 아끼기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과물이, 실력이, 이미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말 많은 사람도 좋습니다. 팀에는 분위기 메이커도 필요하고, 아이디어 폭격기 같은 동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조용한 실력자입니다. 그들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덜 흔들립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다짐합니다.


“말로 일하는 사람보다는, 실력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조용히, 천천히, 나만의 실력을 단단하게 쌓아가는 중입니다. 물론 아직도 말이 많은 날이 많긴 하지만요. (이렇게 에세이를 쓰고 있는 걸 보면요.)


말은 없지만, 실력은 있다. 이건 회사에서도, 인생에서도 통하는 공식입니다. 특히, 인생이 시끄러워질수록 더 그렇습니다.


※ 덤으로 한 마디 드리자면: “실력은 목소리를 줄여주고, 실력 없는 사람은 목소리를 키운다.”

이건 심리학이 아니라, 그냥 제 경험입니다. (아... 저는 여전히 말이 많네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