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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불장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직장인

어쩌면 정신승리

by 바그다드Cafe

요즘 뉴스만 틀면 나옵니다.


“삼천 코스피 시대 재개”


“주식 불장 돌아왔다!”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키움증권 알림음,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리는 "카카오 왜 또 가?"라는 대화. 모두가 들떠 있는 이 시장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저는, 3년 전부터 주식을 아예 끊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끊은 게 아니라 참고 있는 중입니다. 마치 단것을 끊은 당뇨 환자처럼, 술을 멀리하는 회식 알러지 환자처럼, 오늘도 증시 뉴스는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슬쩍 눈이 갑니다. 코스피 3,000.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끝이 근질거립니다.


사실 저도 한때, 꽤 진지하게 주식에 올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워런 버핏은 장기투자를 강조했다(혹은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며 나름대로 철학도 세웠습니다. 일할 땐 일하고, 퇴근 후에는 투자 공부에 열중하며 '이건 단타가 아니라 가치투자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이 종목은 재무가 탄탄해” → 반토막


“이제는 오르겠지” → 추가 하락


“그래, 장기투자야” → 계좌 장기 잠금


“손절은 패자의 선택이야” → 마이너스 70%


그렇게 저는 탈탈 털렸습니다. 통장은 텅장이 되었고, 장기투자자는 장기후회자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조용히 결심했습니다.


'나는 주식에 맞지 않는 인간이다. 정확히는, 도박형(혹은 도파민형) 인간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욕심이 솟고, 조금만 떨어지면 공포가 몰려오는, ‘감정으로 매매하는 인간형’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스타일로는 투자보다 회복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끊고, 다른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제 자신에게 하는 투자였습니다.


하루 30분이라도 책을 보고, 언어 앱을 켜서 단어 몇 개 외우고, 틈틈이 글을 쓰고, 그래서 ‘내 인생의 종목’을 키워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카카오 급등 뉴스, 삼성전자 10만 전자 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수익 인증. 그럴 때마다 저도 속으로 묻습니다.


‘나도 다시 시작해야 하나?’


‘이러다 평생 기회 못 잡는 거 아냐?’


하지만 다시 되새깁니다. '나는 주식으로 돈을 잃은 게 아니라, 내 감정의 기복과 성급함으로 돈을 잃은 거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저 불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중 몇 명은, 그동안 묵묵히 공부하고 기다린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 그들은 단지 주식을 잘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지금 투자 중입니다. 비록 코스피는 오르지 않아도, 제 인생의 지수는 조금씩 우상향 하고 있으니까요.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물론, 이 모든 게 그저 정신승리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요즘은 자주 들긴 합니다. 하지만 정신승리도 꾸준히 하면, 그게 진짜 승리로 바뀔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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