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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남의 떡'을 조심해야 한다

엄마 친구 아들의 망령은 회의실에서도 존재한다

by 바그다드Cafe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회의실에서 꼭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리더의 말이 있습니다.


“저기 ○○사는 보고서 수준이 다르던데?”


“옆 부서에 이런 인재가 들어왔대.”


“그 친구는 이런 걸 혼자 다 한다더라.”


처음엔 ‘정보 공유’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반복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 사람은 왜 우리 팀원은 안 보고, 남의 팀원만 말하지?”


조직에도 ‘엄마 친구 아들’이 있다


어릴 적, 엄마는 늘 말했습니다.


“○○네 아들은 이번에 ○○대 붙었대.”


“그 집 애는 벌써 토익 900 넘었더라.”


“너도 좀 본받아라.”


결국 나는 엄마의 자식이지만, 칭찬은 늘 다른 집 아이가 독점했습니다. 그리고 그 익숙한 풍경이 회의실에서 리더를 통해 재연됩니다. 내부 직원은 당연하게 느껴지고, 외부 인재는 과장되게 비추는 이상한 렌즈 말입니다.


리더는 왜 '남의 떡'을 탐낼까


물론 이해는 됩니다. 외부 인재는 ‘가공된 정보’로만 접하니 늘 완벽해 보입니다. 링크드인 포스팅 하나에도 전문성이 묻어나는 듯하고, 이직 소문에 덧붙여진 “역량이 탁월하다더라”는 말은 사실 확인이 안 되기에 더 빛납니다. 반면, 우리 팀원의 일처리나 기획안은 과정을 너무 잘 아는 탓에 결과보다 허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거리감’ 속에서 판타지를 만들어냅니다.


그 시선은 결국, 팀을 좀먹는다


외부 인재에 감탄하는 건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시선이 ‘우리 팀’에 대한 냉소로 번질 때입니다. 내부 직원은 뭘 해도 ‘그저 그런 수준’으로 치부되고, 새로운 사람만이 뭔가 바꿔줄 거라는 착각이 조직의 중심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팀원들도 눈치를 채기 시작합니다.


“아, 저 리더는 우리가 뭘 해도 만족 안 하겠구나.”


동기부여는 사라지고, 보고서는 형식이 되고, 퇴사 타이밍은 점점 구체화됩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떡’ 비교가 아니다


리더는 외부 떡의 쫀득함보다, 내부 떡의 온기를 챙기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직 덜 익은 구성원이 있다면, 어떻게 불을 조절하고, 어떤 재료를 더하면 더 맛있어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장점을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그 부러움을 ‘자기 사람’에게 기대고 투자하는 데 쓰는 게 진짜 리더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리더가 멋지다


“나는 우리 팀이 제일 좋아. 남의 떡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난 우리가 만든 떡이 더 좋다.”


이런 리더 한마디에, 지쳐 있던 팀원이 다시 엑셀을 켜고, 메모장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팀은 함께 익혀가는 과정에서 단단해집니다.


p.s 꼰대의 마무리 혼잣말


요즘은 후배에게 ‘엄친아’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이젠 저도 압니다. 남의 떡만 쳐다보다가, 내 떡이 식어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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