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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이 어려운 지방대 출신의 고민

학벌은 사라져도 일은 남는다

by 바그다드Cafe

지인과 지인의 사촌 동생 고민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고민의 결은 바로, 지방대 출신인 지인 사촌 동생(이하 지사동)이 취직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사동이 원하는 수준의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지사동은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합니다.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각종 자격증도 꽤 많이 땄습니다. 학벌을 빼고는 꿀릴 게 없다고 생각한 지사동은 그래서 더더욱 좌절감에 빠졌다고 합니다.


지방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의 어느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12년을 보냈으며 지금은 중소기업의 영업/전략/구매/투자/해외사업/인사/총무/물류/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제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경력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직장인 고민 상담소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입장에서 살포시 한 마디 얹자면...)


“어디든 취직해라.”


첫 단추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누구나 좋은 출발을 원합니다. 그런데 출발선보다 더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길게 보면, 어디서 시작했는지는 정말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성장하느냐입니다.


저는 많은 경력직 입사자들을 봐왔습니다. 학벌보다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대입니다. 대기업도 경력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경력’은 이름난 회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어떤 책임을 졌으며, 그걸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게다가, 일단 조직에 들어가면 학벌 이야기는 1년도 안 가서 사라집니다. 회식 때 농담으로 ‘어디 나왔어요?’ 하고 웃고 지나갈 뿐, 다음 날 회의실에선 "이거 언제까지 끝내실 건가요?"가 더 중요해집니다. 학교 이름은 메일 서명에 없지만, 일처리는 모두가 기억합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은 깎이고, 세상과의 거리도 멀어집니다. 완벽한 기회만 기다리다가 시간을 놓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첫 직장’보다는 ‘첫 조직 생활’이 더 중요합니다. 조직 속에서 부대끼고, 보고하고, 협업하고, 실수하고, 배우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옵니다. 그리고 그때는 ‘누구를 뽑을까?’가 아니라 ‘누가 이미 일을 잘하고 있나?’가 기준이 됩니다.


혹시 지사동을 직접 만날 일이 있다면 직접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기회는 때때로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다. 하지만 집 안에 불이 켜져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찾아온다. 그러니 일단 불을 켜놔라. 어디든 들어가서 시작해 봐라.”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말을 살짝 놓았습니다. 마치 친한 동생에게 하는 말 처럼...)


완벽한 시작보다 중요한 건 계속 나아가는 힘입니다. 지사동의 작은 시작이, 언젠가 큰 기회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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