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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l 09. 2024

사무실에선 가끔 풍선껌을 불자

와우보단 왓따

직장진 소소한 행복찾기 시리즈 2탄. <풍선껌편>


우선 껌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1. 껌의 유래와 역사


고대 그리스인은 유향수(mastic tree)에서 나오는 수지를 씹었고, 고대 마야인은 사포딜라(sapodilla) 나무에서 나오는 치클(chicle)을 씹었으며, 북미 인디언은 가문비나무의 진액에 밀랍을 섞어 씹었는데 미국의 정착민들이 씹은 최초의 껌이 바로 이것이었다.  상업적으로 판매된 최초의 껌은 1848년 존 커티스(John B. Curtis)가 미국 메인 주의 가문비나무로 만든 천연 껌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2. 한국에서의 최초 껌 도입과 대중화


한국에서 최초로 껌을 제조한 기업은 1950년대에 설립된 '로즈화학'이다. 로즈화학은 껌제조 기술을 도입하고, 한국 최초의 국산 껌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롯데제과가 껌 제조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껌 시장이 확대되었다. 1972년 롯데제과는 천연 치클을 이용한 쥬시후레시,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 등 3종류의 껌을 시중에 선보였다. 당시 이 껌에는 한 통에 6개가 들어 있어 5개가 들어있던 기존 껌보다 많았으나 가격은 20원으로 같았다. 이 껌의 출시 이후 롯데제과는 껌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챗GPT)


3. 이순하 작가님의 책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중에서  


당시는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미제 물건이 귀했던 시절이어서 그런 실수는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허쉬 초콜릿이었다. 초콜릿을 먹고는 칫솔질을 반드시 해야 했다. 그러나 무지했던 탓으로 초콜릿을 먹고서도 칫솔질에 소홀했다. 충치의 위험을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초콜릿이 입안에 녹으면서 느껴지는 달콤함이란 천상의 맛이었다. 달콤함의 유혹은 치아가 썩어가는 것을 모를 정도로 강렬했다. 덕분에 치통을 앓을 때마다 혀가 델 정도로 뜨겁게 구운 마늘을 물고 있어야 했다.

또 미제 껌의 맛과 향은 얼마나 좋았던지 단물이 다 빠질 때까지 씹어도 여전히 껌의 탄력은 놀라웠다. 벽에 붙여놓고 다음날 떼어서 또 씹었다.


<가오나시와 졸음번쩍껌>

갑자기 왜 껌에 대한 얘기냐? 정확히는 단순히 껌에 대한 얘기가 아니고, 풍선껌에 대한 얘기다. 원래 종종 껌은 씹었다. 운전할 때, 사무실에서 졸릴 때 주로 졸음이란 놈을 깨우기 위해 껌을 씹었다. 카페인이 몸에서 받지 않는 날은 특히나 껌을 더 씹었다. 졸음 쫓는 용으로 씹는 껌은 롯데에서 나온 <확! 깨는 졸음 번쩍껌>을 주로 씹었다. 네이밍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정말 인정사정 없는 껌이다. 껌이 맵다. 어떻게 껌이 매울 수가 있냐고, 짬뽕도 아니고. 그런데 < 졸음 번쩍껌, 이하 '졸껌'>은 맵고 얼싸하다. 박하의 얼싸함과는 다른, 자극적인 싸함이다.


첨부한 사진처럼 사무실 모니터 아래에 놓고 졸릴 때마다 씹는다. 혹은 습관적으로. 껌통 옆에 가오나시는 Hoya(31개월 된 글쓴이 아들) 토미카를 사러 가기 위해 지난 주말 서울역에 있는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서 데려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 피규어이다. (아내가 빈말로 한 번 골라보라고 던졌는데, 내가 냉큼 골랐다. 막상 골라보니, 어떻게 Hoya꺼보다 비싼 걸 고르냐며 타박했다... 쳇. 자기가 고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어렵게 데려온 가오나시 피규어의 자리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책상 위를 옮겨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졸껌' 옆자리가 꽤 어울렸다. 색도 깔맞춤이고, 무엇보다 가오나시가 아무리 채워도 공허한 현대인의 허상을 표현했기 때문에, '졸껌' 옆자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먼소리...??)


몇 일 전, 사무실에서 마신 투샷 석 잔의 커피와 핫식스더킹(편의점에서 1+1 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요즈음 많이 애용한다. 이것도 '졸껌'과 함께 롯데에서 만든다. 그러고보면 롯데가 K-직장인 열일하라고 노력을 많이 하는 거 같다)이 질려서 '졸껌'을 한꺼 번에 3개 씹는데, 너무 맵고 맛이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투샷 석 잔의 커피와 핫식스더킹으로도 모자라 '졸껌' 3개를 먹어가며 잠을 쫓는 게 서러웠다. 잠에게 미안했다. 그런 잠을 쫓으며 한다는 일이 별일 아니어서 더 잠에게 미안했다. 겨우 나에게 왔는데... 나는 투샷 석 잔의 커피와 핫식스더킹, 그리고 '졸껌'으로 잠을 쫓다니...


그래서 '졸껌'이 더 맛이 없게 느껴졌다. 문득 '껌이 이렇게 맛이 없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오히려 맛없는 껌이 없지 않았던가? 가장 맛없는 껌이 스피아민트나 후라보노 아니였던가? 스피아민트나 후라보노는 '졸껌'에 비하면 순한 맛이 아니었던가?


그렇다. 나는 화사원이 된 이후, 꽤 오랫동안 맛있는 껌을 씹어본 적이 없었다. 억울해졌다. 분명 어렸을 때는 껌 한개로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껌종이에 만화가 그려져 있었고 물을 묻히고 껌종이를 피부에 부쳐서 손톱으로 치밀하게 밀착시킨 뒤 띄어내면 컬러 타투도 할 수 있는 그 껌도 있었는데. 그 껌은 맛도 있었는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자리를 박차고 바로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세븐일레븐이다... 절대 롯데 홍보하는 거 아니니 오해마시길)

<회사 앞 편의점의 껌칸>

편의점 문을 열고 바로 껌칸을 찾았다. 생각보다 껌칸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겨우 찾은 껌칸은 숙취해소제 칸보다 밑에 있었다. 껌칸도 등급이 있는 듯 보였다. '졸껌'과 '자일리톨' 껌이 메인에 있었고 1972년부터 만들어진 '쥬시후레시', '스피아민트'도 보였다. 그리고 거의 아래칸이긴 했지만 풍선껌도 꽤 보였다. 롯데의 왓따와 오리온의 와우. 왔다라는 이름아래 꽤 다양한 껌들이 있었다. 왔다망고, 왔다청포도, 왔다신리오캐릭터, 왔다포켓몬. 와우도 질세라, 와우복숭아, 와우운세뽑기, 와우아이셔가 있었다. 아무래도 세븐일레븐이기 때문에 왔다시리즈를 더 많이 전시하지 않았나 비판적으로 생각해본다. (와우시리즈는 자리도 구석이었다)


껌칸을 유심히 지켜본 나는, 매우 충동적으로 매대에 놓인 거의 모든 풍선껌을 한 개씩 다 골라서 계산을 했다. 카운터에 계신 분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업무 중이었는데, 내가 거의 모든 풍선껌을 내밀자 약간은 당황스러워했다. (이 아저씨 머지? 이 아저씨는 먼데 이렇게 풍선껌만 사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40 중년 아저씨가 풍선껌을 종류별로 한 10개 정도 산다...)


사무실에 돌아온 나는, 종류별로 풍선껌을 다 씹어보았다. 단물만 쪽 빼서 씹다가 풍선도 살짝살짝 불어보았다. 역시 풍선껌이라서 그런지 풍선이 잘 나왔다. 두 개를 씹을 때면 더 풍선이 잘 나왔다. 그리고 하이브리드로 다른 종류의 껌을 각 한 개씩 씹어보았다. 단물이 꽤 괜찮았다. 청포도맛과 망고맛을 함께 씹을 때는 샤인머스캣 맛도 났다. (진짜다)


혼자 씹기 미안해서 내 앞자리에 있는 후배에게도 풍선껌을 줬다. 후배도 살짝살짝 껌을 씹으며 풍선도 불었다. 우리 둘은 풍선껌 품평회를 연 뒤, 와우보단 왓따가 조금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물적인 측면과 풍선이 조금 더 잘 불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롯데와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종류별로 사서 씹다 남은 풍선껌>

내 앞자리 후배와 턱이 아프도록 풍선껌을 씹었다. 턱관절에 무리가 가는 약간의 부작용도 있었지만 놀라운 발견을 했다. 사무실에서 풍선껌을 씹으며 풍선을 불어 보니, 의외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

몰론, 혀 조절에 실패해 풍선 터지는 소리가 크면 주위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으니 조심 해야된다.


내 앞자리 후배와 조용히 다짐했다.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풍선껌을 씹자고.

풍선도 불고 풍선도 터트리고 스트레스도 함께 불고 터트리자고.


큰 돈 큰 노력 들이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음을. 와우보단 왓따!

<풍선을 크게 불려면 2개 이상 씹어야 하니, 참고토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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