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인기다. (읽지는 않으면서) 베스트 셀러 목록은 꼭꼭 챙겨보는데, 최근에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이다. 관련된 책으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한 번뿐인 삶 이렇게 살아라)',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쇼펜하우어 아포리즘)', '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쇼펜하우어의 인생에 대한 조언)' 등등. 1800년대 인물이 요즈음 다시 소환되는 것일까? 혹자는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가 지금의 우울한 미세 좌절의 시대에 딱 맞다고 한다. 특히, 한국에서.
그 중에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저, 이하 '마읽쇼')'의 인기가 가장 높은 것 같다. 나도 올해부터 마흔 신입생이기 때문에, 왠지 마음이 더 간다. 여담으로 이 책을 편집한 유노북스의 이현정 편집자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40대를 책의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을 자주 바라보고, 고민과 책임, 부담과 고통을 진지하게 느끼는 때가 바로 '중년(=40대 이후)'이라고 생각되어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중년들에게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실제최근에 200쇄 인쇄) 쇼펜하우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부를 한 뒤, 따로 직장인 공부 시리즈에 업로드 할 예정이다. 오늘은 쇼펜하우어의 행복에 관한 관점을 가져오면서 본격적인 '나만의 낀소리'를 시작하고자 한다.
'마읽쇼'에서 강용수 작가님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위로를 주는 대신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고 했다. 특히, 행복에 대한 관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다음은 '마읽쇼'에서 행복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가장 유명한 말이다. 마흔은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황금기이자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인생은 고통'이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시기다.
고통은 두 가지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가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많은 사람이 출세, 부, 명예를 손에 잡히는 행복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무게 중심이 자기 안이 아니라 자기 밖에 있다. 그래서 좇을수록 의심이 들고 점점 공허해지며 더 괴로워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진자 행복은 허상과 같아서 찾기가 어렵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무게 중심을 자기 밖에서 자기 안으로 옮겨야 하며 자신이 무너지고 깨지고 부서지기 때문에 괴울 것이다. 그런데 진짜 행복을 좇으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 타인에게 비굴하지 않고 기죽지 않는 당당함,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품격이다.
(중략)
행복을 자기 밖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 법이다.
있다가 없어지지 않고, 누가 함부로 빼앗을 수 없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얻지 않아도 되는 소중한 것을 알려준다.
배웠으면, 써먹어야 하는 법! 나도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본인 스스로) 행복을 찾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회사에서 한방에 엄청난 행복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에, 소소하게 행복을 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내가 아는 월급쟁이 노동자 중에 약간은 특이하게 소소행차를 실행하고 있는 지인 SPP가 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다. 80년대 중반 즈음 태어난)
SPP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바로 문신. 자녀도 있고 나름 중년의 초입인 3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타투에 입문하였다. 처음에는 미니 타투(만타 가오리)로 시작하더니, 점점 간이 부어올라 제법 크기가 큰 혹등고래며, 코끼리까지 몸에 진짜 새겨넣었다.
내가 SPP에게 물었다.
"아프지 않았어?"
SPP는 쿨하게 대답한다.
"조금 아팠는데, 참을만 해."
당황한 내가 물었다.
“아니. 다 늙어서 무슨 문신이야? 혹시 뜻한바라도 있어?”
SPP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너 보이냐? (SPP는 등을 까보이며) 만타 가오리, 혹등고래, 코끼리까지 다 자연의 신비야. 나는 지금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몸에 새겨 넣고 있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다 늙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컨셉을 몸에 새겨 넣다니… SPP는 계속해서 덧 붙였다.
“나는 힘든 시절을 넘길 때마다, 하나씩 문신을 몸에 새겨. 이번 일 넘기고, 만타 가오리. 요번 일 넘기고, 혹등고래. 그리고 또 코끼리.”
당혹스러웠지만, 늙어서 자기 만의 색깔을 찾은 SPP가 대견스러웠고 한편으론 행복해 보였다. SPP는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울거라며, 올해 여름을 넘긴 뒤 고생한 늑대와 거북이를 새겨 넣을 것이라고 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잘 넘긴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그런 SPP 조차도 반팔티를 입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만 살짝살짝 문신을 하고 있다. SPP의 허황된 다짐은 더 이상 월급이 필요없을 때 팔목에다가 불상을 새긴다고 했다. 지켜보겠다…)
<아마 SPP의 문신 컨셉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모아서 일러스트로 표현하면 이 정도 느낌이지 않을까싶다>
SPP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직장인 노동자가 된 후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한 적이 있는가? 정말 깊이 고민했다. 깊이 고민하다 보니 나도 과거에는 소소행차를 제법 찾아다녔드랬다.
수영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전혀 수영을 못하던 내가, 새벽반 6시 강습과, 저녁반 7시 강습을 하루에 두탕 뛰어가며 수영을 배웠다. 그 결과, 영등포구민 일반인 수영대회에서 핀수영 부문 2등을 했었다. (물론, 팀으로)
스킨스쿠버에 진심이었고, 강사 자격증에 꽤 진지했다. 자격증 취득 후 태국(정확히는 푸켓)에서 강사의 꿈을 꿨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킨스쿠버 강사를 꿈꿨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어가 가능한 다이빙 강사들이 적었다. 나름 경제용어로 틈새시장을 노렸다.(벌이도 괜찮다는 후문)
중국어가 재밌어서, HSK 꽤 높은 급수까지 독학으로 공부했다. (실제로 잘하지는 않지만 Hoya가 태어나기 전 청두로 아내와 둘이서 여행을 갔을 때, 꽤 능숙하게 중국어로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는 나를 보고 아내가 놀랬었다. 지금도 빼갈[독한 중국술]을 마시면 꽤 중국말이 나온다. 술에 취해 중국말을 하는 나를 보면 내가 놀란다. 취중중어)
김언수 작가님의 <뜨거운 피>를 읽고 충격을 받았고,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를 읽고 기절초풍 직전까지 갔드랬다. 그래서 나도 과감히 소설을 썼다. (거의 읽히지는 않지만) 삐끼와 미얀마 노동자와 사기꾼의 얘기를 담은 졸작 <대박인생>을 썼고, <아들, 정당한 테러>를 썼드랬다.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이 소소행차를 넘어,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고 나를 이루는 요소인 것 같다.
여전히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대작에 대한 꿈을 꿀 것이며, Hoya와 함께 수영을 하고 다이빙을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을 것이다. (아내는 물놀이와 책 둘다 싫어한다…물론, 육아때문에 그럴 것이다. 여보. 미안해)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무실에도 소소행차를 실행하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행복거리’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