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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Jul 23. 2024

퇴사나 이직을 앞두고 꼭 봐야하는 영화

퓨리오사와 녹색 땅, 그리고 퇴사 혹은 이직

내 커리어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 전전직장 대기업 종합상사 계열사와 전직장 S대기업 배터리 계열사에서10여 년간 근무

- 현재 중견기업 배터리 부품 회사에서 2년째 팀장으로 근무 중

 

직장 경력을 다 합치면 13년 쯤 되고, 나이는 마흔에 들어섰다.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32개월 된 HOYA가 있고,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매일매일 전투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


전전직장 종합상사를 선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주재원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실제로 종합상사에 근무하며 해외 근무를 원없이 했다. 그 중에서 버마(미얀마) 시멘트 공장에서의 기억이 선명하다.

https://brunch.co.kr/@humorist/18


물론, 힘든 점도 많았다. 결혼하자마자 처음에는 단기 출장으로 갔다, 6개월 장기 출장이 되었다가, 중간에 주재원으로 신분이 변경되어, 도합 2년을 보냈드랬다. 미얀마 상황이 안 좋아서, 아내를 미얀마로 부르지 못했다. 결국 아내는 한국에서, 나는 미얀마의 시멘트 공장에서 신혼 2년을 생이별 상태로 보냈다.


미얀마에서 복귀했을 때만 해도 나는 꿈이 있었다. 바로 가족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 아이를 위한 국제학교. 나라와 상관없이 괜찮은 집에서 중산층 이상의 삶. 그리고 내 커리어까지.


하지만 나는 전전직장인 상사에서 가족과 함께 해외 주재원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 시절 때 배터리 시장이, (지금 생각하면) 비정상적으로 각광 받는 상황을 보고 결국 S대기업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S대기업에서 (겉으로는) 적응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으나, 속으로는 썩어갔다. 그리고 결국 1여 년의 S대기업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의 중견기업으로 이직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https://brunch.co.kr/@humorist/62


지금의 중견기업에서 (최소한 겉으로는)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운도 좋아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제약, 예컨대, 본사는 창원에 위치에 있고 나는 동떨어진 서울의 마곡 사무소에서 근무한다든지, 내가 잘 모르는 프레스 제조업이 메인이라든지, 가끔씩은 (혹은 자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업무가 내 상사의 욕심 때문에 나에게 와 있다든지, 등등.

겉으로 보이는 것보단 훨씬 힘들었고, Hoya는 겨우 한두살 이었다. 너무 힘들어 우울증도 앓았드랬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화되었다. 배터리 시장의 거품이 걷혀 업황이 최악이기는 하지만, 결국 지금의 회사에 적응했고 이제는 나름 인정을 받고 있다. 좋은 사람과 새로운 인연도 많이 만났음은 덤. 그리고 그 사이 Hoya는 많이 자랐고 이제는 말도 제법하고, 우산도 쓸 수 있는 아기 어린이가 되었다.


타요 우산을 이제는 제법 그럴싸하게 쓸수 있게 된 32개월 Hoya

2년 전, 지금의 회사 이직 초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상태는 훨씬 낫다. 그래서일까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가령, 전직장 S대기업을 계속 다녔다면 어땠을까?


전전직장 종합상사에 계속 다녔다면 아내와 Hoya와 함께 해외 주재원의 꿈을 이뤘을까? 같은 생각들이다.


실제로 나와 비슷한 또래와 동기들은 이미 해외로 해외로 많이 나가있는 듯 하다. 그리고 가끔 해외로 나간다는 동기와 후배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묘한 기분 혹은 후회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심지어 아내에게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종합상사를 그만둘 때도, 전직장 대기업S를 그만둘 때도 분명 오롯이 내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humorist/62


최근에 매드맥스 퓨리오사 편이 개봉했다. 나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2015년에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편은 정말 감명깊게 보았다. 한 3번 정도는 본 것 같다. 요즈음 2015년에 본 영화가 왜 생각나는 것일까?


2015년 개봉한 매드맥스는 미래 핵전쟁 이후 인류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퓨리오사는 폭군 임모탄의 충성스럽고 능력있는 부하 직원(?)이었지만, 그의 잔혹한 통치 아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임모탄의 다섯 아내들을 데리고 자유를 찾아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녀는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며, 임모탄이 지배하는 시타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약속의 땅인 '녹색 땅'으로 험난한 길을 떠나는 퓨리오사 일행

퓨리오사 일행은 장갑차 '워 리그'를 몰고 시타델 탈출에 성공하지만 임모탄과 그의 군대는 곧바로 뒤쫓기 시작하고 험난한 사막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위기에 맞서 싸운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임모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향이었던 '녹색 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퓨리오사 일행은 온갖 어려움을 딛고 결국 '녹색땅'에 도착한다.

그러나 녹색 땅이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큰 절망에 빠지게 된다.

녹색 땅이 이미 사라졌음을 알고 절망하는 퓨리오사

영화 자체도 볼거리가 워낙 많아, 매우 재미있게 관람하였다. 특히, 영화 막바지에 퓨리오사가 녹색 땅이 없음을 알아채고 사막 위에서 무릎 꿇고 절망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심지어 나는 퓨리오사와 함께 절망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워낙 퓨리오사 일행의 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해졌다. 퓨리오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목숨까지 걸어가며 간절히 바랬던 녹색 땅이 없음을 알았을 때 퓨리오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퓨리오사는 결국 그들이 목숨을 걸고 떠나왔던 그곳, 시타델로 다시 목숨을 걸고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무사히 시타델로 돌아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나는 특히 마지막의 그 결정. 목숨을 걸고 떠나온 시타델을 다시 목숨을 걸고 돌아가기로 한 결정에서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잔상이 10년 가까이 남아있다. 그래서 결정적인 고민을 할 때,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 같다.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고, 일과 상황이 너무 힘들 때는 술과 수면제에 기대기도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그리고 다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커져갔다. 사업을 할까? 다른 회사로 또 이직할까? 아니면 동생이 일하는 제주도로 갈까?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회사와 육아에 적응하게 되었고, 술을 줄이고, 수면제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버틸 만해졌고, 모든 면에서 예전보다는 만족스런 상황임이 틀림없다.


지금 직장에서 1년만에 또 이직을 했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찾기로 결정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지금보다 더 잘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마 비슷한 이유로 또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2년을 버틴 내가, 꽤 대견스럽다. 만약 버티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성취감'과 '성장한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지옥같은 이 곳이 어쩌면 녹색 땅일수도 있다. 하지만 떠나보기 전에는 모를 수도 있다. 매드맥스를 보며 인생의 방향에 대해, 내가 서 있는 이곳에 대해, 그리고 저 멀리 있는 '녹색 땅'에 대해 깊이 고민했드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 고민은 진행 중이다. 영화처럼 내 인생도 속편의 속편을 거듭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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