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작가님의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읽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강원국 작가님의 <강원국의 인생 공부>를 읽고 호기심이 발동해서였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최인아 작가님이 몇 해전 <유퀴즈>에 출연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전적으로 타의에 의해(새 생명의 탄생) 집에서 TV를 보지 않은 기간이 3년 가까이 되었다. 그게 습관이 돼서 이제는 모바일로도 영상을 거의 시청하지 않게 되었다. 핸드폰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조차도 몇 개월동안 보지 않아, 과거에 인상 깊게 입력된 영상 정보는 꽤 오랫동안 기억을 하는 것 같다.
<유퀴즈>를 통해서는 '최초의 삼성그룹 여성 부사장', '은퇴 후 책방 운영' 같은 키워드와, 짧은 커트에 단정한 모습으로 유재석 님과 조세호 님의 질문에 대답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아! 오른손으로 차분하게 입을 가리고 웃던 모습도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강원국의 인생 공부>의 목차에 최인아 작가님이 있어서 더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강원국의 인생 공부>는 최인아 작가님을 포함, 유시민 작가님, 정지아 작가님, 이슬아 작가님 등 총 15분의 저명인사를 강원국 작가님이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아무래도 등장하시는 분이 많다 보니 한 분당 지면에 할애된 내용은 짧을 수밖에 없었지만 워낙 본인들만의 콘텐츠와 서사가 확고한 분들이라 재미와 감동, 배울 점들이 많았다.
특히, 강원국 작가님이 최인아 작가님에게 '최인아책방 문을 연 지 벌써 8년 차인데, 고객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라는 질문에 최인아 작가님은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대답 요약) 아는 게 힘인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힘인 시대로 접어들었어요. 창의력, 상상력, 문제 해결력 같은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데, 하여튼 이 새로운 가치들은 다 이 힘(생각하는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문제는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가만히 보니깐 책이야말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굉장히 좋은, 근본적인 콘텐츠인 거예요.
40대로 접어든 1X연차 회사원이 있다. 인생을 외로워하고 자주 허무해하는. 그런데 지독히 역설적이게도 그 회사원은 앞으로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할지, 경쟁력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도 늘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바로 나...)
비록 역설적이고 스스로 못마땅한 나이지만 가급적 책을 가까이 두려고 노력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최원아 작가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이하, 내세원) 집고 읽었다. 책 초반에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이 다를까? 일단 작가님은 책에서도 단정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얘기했다. 내가 화면에서 본 그 모습으로.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참 이분은 단단하며, 본인만의 주관이 뚜렷하고 배울 게 많은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내세원>에 대해 궁금하시리라. 만약 궁금하시다면 나의 전략이 맞았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책의 내용 중에, 특히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일을 대하는 태도는 추천하고 싶다. 작가님도 여느 어른과 같이 일을 열심히, 그리고 주도적으로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느 어른과 가장 큰 차이점은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나'를 위해 일하라고 말한다. 단순히 구호성으로 '나를 위해 일하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조곤조곤 설득력 있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러나 무척 선명하게 얘기한다.
책을 정리하면서 나 스스로도 회사와 일에 대한 나만의 철학이 정리돼서 또 좋았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대해 특히 좋았던 부분 딱 5개만 골라서 함께 사유하고 되새기고자 한다.
ep. 1
"일이란 무엇일까요? 정의를 내리는 일은 어렵습니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반대말을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의미가 명확해지거든요. 일의 반대말은 뭘까요? 많은 사람들이 여가,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을 자발적으로,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시켜서 하는 행위로 여기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면 일은 참고 견뎌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일의 주인이 내가 아닌 거니까요. 그러니 자연히 주말을 기다립니다. 일은 재미없고 여가나 놀이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원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의 반대말은 여가나 놀이가 아닌 '나태'예요."
...
핵심은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며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그것이 곧 생산자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삶을 위한 제 노력의 결과는 주로 콘텐츠로 나타났지요. 하지만 다른 분들의 경우에 꼭 콘텐츠여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이나 영업, 기술 개발 혹은 자기만의 고객 응대나 집안 살림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타인이 시켜서 수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주도하며 뭔가를 하고 만들어내는 생산자로 사는 것입니다.
ep. 2
만약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경직된 조직문화 탓에 구성원들의 의견은 잘 받아주지 않고 시키는 거나 잘하라는, 또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윗사람들이 고리타분한 이유를 내세워 다시 하라고 윽박지르기 일쑤라면 이직을 고려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 일단은 지금의 회사에 다녀야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노력을 해도 알아주지 않을 테니 최소한으로만 해야 할까요? 물론 신이 나야 새로운 생각도 하고 더 나은 걸 만들어보려 애쓸 텐데 조직이 꽉 막혔으니 저라도 하기 싫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런 식의 결론은 자신에게 결코 도움이 되는 생각이 아닙니다. 흔히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덕담을 건네지만 누구도 계속해서 꽃길 위에만 있을 순 없습니다. 꽃길인 시기가 있는가 하면 진흙탕 길인 시기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 지금이 어떤 시기이든, 중요한 것은 현재 일하는 곳에서 매일을 충실하게 잘 보내는 겁니다. 결국은 그 시간들이 쌓여 자기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ep. 3
인간은 무의식이 90퍼센트라고 하죠? 저는 이 말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자기 안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뜻으로요. 어릴 적의 상처가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죠.
그러니 하고 싶지 않은 업무를 회사가 시키더라도, 저는 다른 이에게 해를 입히거나 자신의 가치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게 아니라면 가급적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은 그동안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그 일은 자기가 좋아하는, 잘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ep. 4
제 경험상 입사 3~5년쯤까지는 연차와 퍼포먼스가 비례하는 듯해요. 신입사원보다는 대리가 일을 잘하고 대리보다는 과장의 성과가 낫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그렇진 않더군요. 부장보다 나은 과장, 과장보다 일 잘하는 대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퍼포먼스가 연차에 비례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연봉은 대개 부장이 과장보다, 과장이 대리보다 높죠. 이런 경우 경영자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분들도 가성비란 걸 고려하지 않을까요?
ep. 5
식당의 경우에도 고급 레스토랑에선 손님에게 묻는 것이 많습니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수프와 샐러드 중 뭘로 하시겠냐, 드레싱은 어느 게 좋으시냐, 메인은 생선과 육류 중 어느 걸 고르시겠냐, 고기는 어느 정도로 익히는 게 좋으시냐, 디저트는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중 어떤 걸로 고르시겠냐, 차는 커피로 하시겠냐 다른 걸로 하시겠냐 등 여러 번 많이 묻습니다. 손님을 귀하게 대접하는 거죠.
시시때때로 스스로 물어보세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도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묻는 겁니다. 특히 중요한 것들을 질문하는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바깥의 흐름을 내 생각인 양 착각하며 살게 돼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가는 대로 말하는 대로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나는 뭘 하고 싶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왜 하필 그걸 원하는지 자꾸 스스로 묻고 알아차려서 그걸 중심에 두는 삶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저 세상의 흐름을 좇기 전에 자신의 뜻을 물으세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그 뜻에 따라 인생을 운영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