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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06. 2024

폭염속 K직장인 출근길 고민

폭염이 부른 25년 만의 자전거

문제: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폭?

정답: 폭우, 폭염, 폭설. 일명 3폭. (나는 조폭보다 3폭이 싫다. 정말 싫다)


하지만 모름지기 이 땅의 직장인이라고 하면 3폭 속에서도 출근을 해야 하는 법... 이미 폭우에 대해서는 최근에 글 소재로 써먹어서 이번에는 폭염에 대해 풀어보려고 한다. (겨울이 오면 폭설에 대해서도 풀겠지?)

https://brunch.co.kr/@humorist/61


8월의 날씨가 매우 덥다. 출근길 지하철 환승을 위해 걸어가는 동안에도 땀이 쭐쭐난다. 지하철은 분명히 지하에 있는데도 이렇게 더우면 지상은? 불구덩이다.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10분 거리인데, 10분만 걸으면 옷이 땀에 흠뻑 젖는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배도 나오고, 체력도 약한 저씨가 되다 보니... 땀도 더 나는 거 같다) 손풍기와 넥밴드 타입의 선풍기를 써봐도 효과를 많이 보진 못했다. 그래서 그다지 좋지 못한 머리로 다시 생각이란 걸 해봤다. 결국,


그렇지! 10분 거리를 걷는 거 대신 따릉이 자전거를  타보자! 걷는 것보단 훨씬 빠를 거 아냐! 그리고 자전거를 타면 바람도 불거고! (나 자신 대견해!)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주위에 젊은 친구들은 따릉이가 이미 친숙했고 + 최근에 기후동행카드(기동카)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3천 원만 더 추가하면 따릉이도 이용가능하다고 이미 나의 뇌는 알고 있었다. (내 큰 뇌 대견해!)


실물카드 없이 기동카가 가능한 티머니앱(이래서 내가 사과폰을 안 쓰는 것인지도... 갤럭시 광고 아님...ㅠ)

티머니앱에서 따릉이를 이용하려면 또 다른 앱 티머니GO가 필요하다.


덕분에 알게된 세상 편한 티머니GO앱(티머니 광고 아님...ㅠ)

자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고, 자전거 탈 일만 남았다. 간만에 출근길이 자전거 때문에 얼마나 설레던지.


아참, 내가 자전거를 언제 마지막으로 탔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을 거슬러 거슬러 기억하려 했지만, 정확한 기억은 없었다. 그만큼 오래된 것이다. 겨우, 시절을 기억해 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물놀이 가던 모습을. 중학교 때면... 25년 전이다.


그렇다. 나는 폭염이 싫다는 이유로 25년 만에 그것도 출근길에 자전거를 따릉이를 타기로 결심한 것이다.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역에서 내린 후 따릉이 보관소로 갔다. 티머니GO앱을 켜면 친절히 따릉이가 어디 있는지, QR코드로는 세상 편하게 대여할 수도 있었다. (티머니 광고 절대 아님...ㅠ 세상 편하고 신기해서 순수한 마음에) 드디어, 따릉이에 올랐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타지지 않았다. 자전거도 갈지자가 가능했다. 뒤에서 내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마도 음주 라이딩을 의심했을 것이다.

https://v.daum.net/v/20221111010344908

여차저차 어떻게저떻게 해서 겨우 회사에 도착했다.

(25년 만에 자전거 타기 기억한 내 몸뚱이 칭찬해!) 그런데 아뿔싸... 시간은 똑같이 10분이 걸리고(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채였다는 핑계), 땀은 똑같이 아니, 더 많이 흘린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정말 옷이 다 젖었다. 고민에 휩싸였다.

내일부터 자전거를 타야 하는지, 그냥 손선풍기 들고 걸어야 하는지...


장강명 작가님은 본인의 책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자전거 타는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두발자전거를 중학교 1학년 때 배웠다. 친구들이 다 두발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에도 나는 보조바퀴를 떼지 못했다. 중학생이 보조바퀴를 단 자전거를 탄다는 게 창피해 한동안은 아예 자전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어머니, 동생과 함께 근처 공원에 가서 두세 시간 만에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다.

인생이 바뀐 밤이었다. 이후 30년 넘게 자전거가 내게 준 기쁨이 어느 정도인지 말도 못 한다. 자전거 타기를 배운 다음 날부터 매일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나가서 자전거를 탄다. 그때마다 다른 어떤 일로도 맛보지 못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1988년 어느 밤에 자전거를 배울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그만큼 더 우중충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몸이 허락한다면 30년이고 40년이고 더 자전거를 타며 즐겁게 살고 싶다. 그날 나를 공원으로 끌고 나간 어머니와 동생이 진심으로 고맙다.



그럼 25년 만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폭염 속 그 아침은? 인생이 바뀐 아침이었는가? 아니.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출근길 옵션이 한 가지 더 생겨서 기뻤다. (물론, 폭염을 피하기 위해 1도도 체온을 낮출 수는 없었지만)


출근길이든 인생이든 옵션이 많으면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옵션은 생각만 해서는 나에게 맞는 것인지 모른다. 한 번 해봐야 이게 진정한 내 옵션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자전거 출근은 가을에는 참 좋을 것 같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폭우가 와도 폭염이 와도 출근하는 K직장인 화이팅!



P.S. 안 쓰던 근육을 무려 25년 만에 써서인지 허벅지가 너무 아프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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