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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05. 2024

요즘 것들 퇴사에 대한 변명

근성이 부족해서? 형이 대신 변명한다.

요즘 것들 말이야... 근성이 부족해서... 라떼는 말이야... 


위에 말은 내가 아는 60년 대생 대기업의 임원이 했던 말이다. 요즘 친구들의 퇴사에 임하는 자세를 싸잡아서 표현한 얘기다.


https://v.daum.net/v/20240706083635619


그렇다면 잦은 퇴사 트렌드는 무슨 문제를 야기할까? 회사도 손해고, 사실 퇴사를 하는 당사자는 더 큰 손해다.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이런 문화가 확산된다면 사회적 손실과 개인적 손실이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8X 년 생으로, 올해 마흔이다. 간혹 내 연배의 세대를 MZ 끝자락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것들이라고 불리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올해 마흔인 내가, 최대한 중간적인 입장에서 요즘 친구들의 퇴사에 대한 대변을 해보고자 한다. 대변을 하는 이유는 단지 근성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생각보다 복잡하지만, 세대와 시대 변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쉬울 수도 있는 문제이다. DSMS(단순무식)하게 근성이 없어서라든지, 노오력이 부족해서라든지라고 치부해 버리면, 세대 간의 갈등만 부추길 뿐 정작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나는 그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먼저 젊은 친구들이 퇴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 다각도로 분석해 봤다. 잦은 퇴사로 이어지는 배경을 안다면 해결책도 나오기 때문이다.


공자님은 말했다.


"삶은 단순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복잡하게 만든다(Life is rally simple, but we insist on making it complicated)."


1. 잘 살게 되었다.


우선 매슬로 욕구 이론부터 살펴보자.

매슬로의 유명한 욕구 이론

매슬로의 욕구 이론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가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요즘 퇴사 트렌드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고 생계유지(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를 위해 보상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가장 낮은 욕구인 먹고사는 문제는 호돌이 88올림픽 개최와 함께 이미 끝났다.


호돌이 올림픽이 끝난지 40년 가까이 된다. 들리지 않는가? 일에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따라서, 회사에서 과거와 같이 노동력-월급 같은 1차원적인 메커니즘은 이미 종말 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많은 회사는, 다수의 경영진은,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왜냐? 그 사람들이 80년 대와 90년 대에 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아실현 같은 거 필요 없고, '임자 해봤어?' 그 정신으로 지금까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많다. 본인들의 성공 방정식이라고 믿는 것들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오래될수록 그런 경향은 강해진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아닌 경우도 봤다. (우리 회사 임원진처럼 ^^;)

현대 창업주의 입버릇 '임자, 해봤어?'

대한민국 '23년 기준 일인당 GDP(Gross Domestic Procut, 쉽게 말해 얼마나 잘 사는지 정도) 약 $34,000 수준인데, 태국이 약 $8,000 수준이다. 태국 얘기를 갑자기 왜 하냐면, 태국에서도 단순 노동*은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이건 내가 직접 태국인 시멘트 백 제조업 사장님께 들은 얘기다. 대부분 미얀마에서 사람들을 데려와서 공장을 가동한다고 한다. (다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태국보다 몇 배 잘 사는 세계 경제 10위 규모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일터에서 직장에서 동기 부여라든지, 자아실현이 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떠나는 것이다.


*단순 노동을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먹물보다는 이런 노동의 가치를 더 인정하는 사회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어느 쪽으로 사람들이 집중하는지에 대한 트렌드를 설명하고자 예를 든 것이다.


아래 표를 보자. 어느 정도 살게 되면 임계점을 넘기게 되고, 결국 자아 실현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로 아주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그렸다. 누가? 내가...


출처: 바그다드Cafe


2. 젊은 친구들 똑똑하다.


요즘 친구들은 유튜브에서 세계 일류의 강연자를 보고 멘토를 만난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보고 듣고 맛본다. 그러다 보니 아는 것도 고, 회사가 아닌 다른 성공 방식도 잘 안다. 괜히 젊은 친구들 '때려치고 유튜버 해야지.'라는 말이 유행인 게 아니다. 옛날의 '때려치고 치킨집 차려야지.'와 어느 정도 비슷한데, 내 생각엔 유튜버 시도가 낫다고 본다. 자본이 거의 들지 않는 디지털 노마드 노동자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유튜브에는 스타강사가 얼마 버는지 안다. 그리고 그 스타강사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도 안다.(이러는데 검은색 세단 임원 회사차가 눈에 들어 오겠는가? 그것도 엄청난 경쟁을 뚫고 회사에서 올라가야 하는지 뻔히 아는데) 세계적인 프로게이머가 얼마나 버는지. 그리고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 등등.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알 수 있다. 노하우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안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얼마나 쉽게 읽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현실의 쭈구리 회사 선배들이 눈에 들어오겠나? 그런데 그 선배들이 매일 헛소리만 한다면?그리고 보통 헛소리만 하는 경우는 없다. 일도 못한다.


나도 10년만 젊었어도, Hoya*만 없었더라도 그런 회사는 때려친다.


*글쓴이 32개월 된 아이


3. 대안이 많아졌다.


이거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살게 됐는지 그리고 똑똑해진 시대와 맥을 같이 한다. 잘 살게 되고 똑똑한 시대니깐 일자리도, 다른 먹고살기 위한 대안도 당연히 많아진 거다.


그래서 (안 그런 경우도 많겠지만) 회사의 나이 든 간부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당신들은 갈 데가 그 회사 밖에 없지만 젊은 친구들은 갈 데가 많다.


P.S. 다소 거칠게 표현한 점에 대해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 오른손으로 양해를 구하고 왼손으로는 이번 글의 주제는 더욱더 톺아보려 한다(난 양손잡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대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손잡이 탄생 비화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humorist/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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