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법치와 편식적 공정, 그 부메랑의 시간

by 정용우

최근 정치권은 통일교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현직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종교와 정치, 그리고 자금이 뒤엉킨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민낯이 다시금 드러나고 있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미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단순히 특정 개인의 비리 의혹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지탱해야 할 ‘공정’과 ‘신뢰’라는 가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수사의 형평성 문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이던 시절, 통일교 측이 민주당 인사들을 우대했다는 구체적인 증언과 정황이 제시되었다. 수십 명의 정치인이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되었다면, 수사기관은 마땅히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했다. 그것이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공정한 수사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 과정은 실망스러웠다. 특검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둘렀지만,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추적도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일교 신도들이 민주당에 집단 가입했다는 증언조차 외면받았다면, 이는 ‘입맛에 맞는 것만 문제 삼는 편식적 공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본래 타인의 ‘내로남불’에는 현미경을 들이대면서도, 자신의 과오에는 눈을 감는 속성을 지닌다. 하지만 공적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권이 이러한 태도에 매몰되는 순간, 사회적 정의는 실종된다. 민주당이 초기 특검 요구를 ‘물타기’라며 거부했던 모습은 국민들에게 전형적인 내로남불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상대의 의혹에는 엄격한 특검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의혹 앞에서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논리를 펴는 것은 공정성을 자임해온 정당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다행히 민주당이 특검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일단 파국은 면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특검이 얼마나 엄격하고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특검은 단순히 금품수수 여부를 확인하는 자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선택적 정의’라는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공정에 집착하는가.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자유나 정의 같은 가치보다 앞서는 지고지순한 원칙이다. 특히 미래를 꿈꿔야 할 청년세대에게 공정은 생존의 문제다. 잘난 부모를 두지도, 소수자 배려의 대상도 되지 못한 채 오직 스스로의 노력에만 기대야 하는 평범한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기만적인 내로남불 싸움을 보며 깊은 자조에 빠진다. 극한의 경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닥치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절박함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준엄한 명령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갈망은 단순한 감정적 토로에 그치지 않고 권력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가장 가혹한 잣대가 되어왔다. 공정이라는 최소한의 약속이 깨졌을 때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은 곧 정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민심의 파도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사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권력의 몰락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 수사 문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의 불공정으로 고초를 겪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시 공정 논란으로 민심을 잃었으며, 윤석열 대통령 또한 배우자 의혹 앞에 선별적 법치를 고수하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이었던 공정의 가치에 스스로 걸려 넘어졌다. 권력의 책무는 제도적 평등을 넘어 사회 구석구석의 교묘한 불공정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권력 스스로가 늘 엄격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통일교 특검은 앞으로의 과정에서 오로지 ‘공정’의 가치만을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본래 공정(公正)이란 공평함과 더불어 말과 행동이 규범과 사리에 어긋나지 않는 ‘올바름’을 뜻한다. 이번 특검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우리 편’에게는 관대하고 ‘남의 편’에게만 엄격했던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악습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공정의 가치가 바로 설 때, 비로소 정치는 신뢰를 회복하고 청년들은 다시 꿈을 꿀 수 있다. 특검은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의 끝은 의혹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공정의 가치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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