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보며, 삶의 근본을 묻는다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하늘은 유난히 푸르러지고 있습니다. 그 푸른 깊이는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왠지 모를 사색의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일은, 바로 이 맑고 드높은 하늘을 고요히 바라보는 데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삶을 외부의 혼돈과 소란에서 분리하여 잠시 멈춰 세우고,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온갖 것에 휩쓸려 다니던 상태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나의 삶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나는 누구이며, 또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양의 지혜를 담고 있는 《사기》의 구절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대체로 하늘은 사람의 시작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거나 고통스러울 때,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찾고 근본인 부모를 생각하는 것은 본능적인 일입니다.
사람이 곤궁해지면 근본을 되돌아봅니다. 그런 까닭에 힘들고 곤궁할 때 하늘을 찾지 않는 자가 없고, 질병과 고통과 참담한 일이 있으면 부모를 찾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삶의 고난 속에서 하늘을 찾는 행위는, 우리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시작점과 근본을 다시금 확인하고 의지하려는 인간 본연의 마음입니다. 이는 곧, 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보고, 흩어졌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명상의 과정과 같습니다.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드넓은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리는 공성(空性)을 깨닫게 됩니다. 하늘은 비어 있습니다.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네요.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하늘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나 역할을 말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비어 있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곧 꽉 차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하늘이 침묵하는 가운데서도, 이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고 길러냅니다. 쉼 없이 돌아가는 사계절의 변화를 이루어내고, 때로는 비와 눈을 내리며, 때로는 강렬한 햇살을 쏟아냅니다. 하늘은 아무 말 없이 모든 것을 이루어냅니다.
텅 비어 있기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고, 침묵함으로써 모든 소리를 포용하는 하늘의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우리 마음의 그릇도 이 하늘처럼 비워낼 때, 우리는 외부의 소음이 아닌 내면의 진정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늘이 높아가는 이 아름다운 계절은, 우리의 마음도 함께 넓어지는 시간입니다. 외부의 시선과 타인의 기대, 세상의 휩쓸림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하늘을 쳐다보는 시간을 가져 보아야겠습니다.
그 푸른 장막 앞에서, 우리는 가장 진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은 지금 어디쯤에 와 있습니까?
나는 세상이 규정한 내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누구입니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정말 나의 마음이 원하는 곳입니까?
이러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흔들림 없는 삶의 근본을 다지고, 비어 있으되 충만한 하늘의 평온함을 우리의 마음속에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게, 우리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