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건물주 만들기
방산시장에 갔다.
나는 오늘 티라이트 무향 양초를 담을 뭐라 부르는지도 모를, 생긴건 딱 와인잔 처럼 생긴 걸 사러갔다.
1,500원.
20개를 달라고 했는데, 재고가 8개 밖에 없단다.
온라인에는 재고가 있다고 했다.
온라인 배송을 기다릴 거였으면 여기 오지 않았지.
친구들이랑 향초 만들기 체험하겠다고 신나서 왔던 게 벌써 5년 전인데, 이 구역이 여전히 생생하다.
당시에 연예인이 향초를 만들고 선물하는 게 예능에 나왔었는데,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내가 만들어서 쓰는 건 괜찮지만, 선물은 무상거래에 해당하여 환경부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
그래서 나도 꽤 많은 양을 직장 동료들을 위한 연말 선물용으로 만들었다가, 한 번 건네지를 못했다.
내가 2019년의 방산시장을 생경하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건
그 때 만든 향초들이 여전히 우리집 책장 제일 하단에 켜켜이 쌓여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최소 12개가 필요한데, 8개를 얻었으니 4개가 모자라다.
여유분도 사고 싶었다. 어떤 불상사가 있어도 대처하고 싶었다. 그래서 방산시장에 온건데, 여기서도 불상사가 발생하는 아이러니. 삶이란 참 이런거였지.
다른 가게에서도 분명 팔고 있을거라고 귀뜸을 받았다.
나도 알고 있다. 이미 한 바퀴 돌았지. 근데, 여기가 제일 싼 걸?
다들 여기서 받아서 납품 하시는지, 가격 차이가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어쩌나. 오늘 방산시장에 온 만큼. 외근을 나왔으면 목적은 이뤄야 그 날의 성과가 되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는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최소한의 여분을 고려한 재고 확보를 할 수 밖에 없지.
그렇게 다음 매장에서 나는 6개를 추가로 얻었다. 총 14개.
개당 3,000원.
하루 내가 벌게 될 수입과 이를 위해 내가 쓰게 될 지출.
장기적인 투자는 제쳐두고 그날 온전히 쓰이는 지출 만을 생각하자니, 이미 결론이 뻔해서 생각조차 하기가 싫어진다.
티라이트 무향 양초도 필요한데, 최소 14개.
방산시장에선 완제품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결국 금요일 도착 배송 97%를 믿고 양초는 네이버에게 맡기기로 한다.
지체할 수 없으니, 다시 복귀해야지.
왔던 길을 돌아서 큰 길에 나올 즈음, 맞은편에 호떡 장수가 보인다.
외근의 묘미는 이거지.
호떡 하나 1,500원.
사거리 모퉁이에 왼손에는 검은 봉다리 2개를 들고, 오른손에 호떡 하나를 손에 쥔 채
그냥 눈 앞에 보이는 건물들 거리들 상점들을 바라본다.
홀로서기에 대한 생각.
그래도 외근의 묘미는 지켜줘야지.
맛있다.
P.S.
(사진이라도 좀 찍어둘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