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morning과 GAE tired morning 그 사이
미라클 모닝이 대세가 된 지 오래이다. 김유진 변호사는 4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했고, 브런치에서 본 분들은 대개 5시에는 일어나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 – 글쓰기, 운동, 차 마시기 등-을 하며 시간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개월의 나의 새벽 시간은 어떤 면에서 ‘miracle morning’이었고, 한 편으로는 ‘GAE tired morning’이었다. 이 기록은 7to4로 일한 지난 10개월을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아기를 낳을 때부터 일은 1년만 쉬기로 생각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생각하기도 쉽고, 뭔가 쉬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임산부였기에 출산휴가를 유도분만하는 날(!)부터 써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8개월을 붙여서 1년 보다 약 일주일 정도 모자란 만큼만 쉬었다. 너무나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한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나로 탈바꿈할 생각에 약간은 들떴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복직하기 전, 나를 가장 고민스럽게 만든 건 근로시간이었다. 아이가 둘인 친구의 “등원이 제일 빠른 것 괜찮아. 하원이 제일 늦는 건 좀 그렇더라고”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돌도 안 지난 아기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엉엉) 맡길 수 있을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혹시나를 위해 염두에 두지 않고 있어서, 여러 가지 근로시간을 재가면서 남편과 상의를 했다. 그나마 회사가 자율근무제라 코어타임만 지키면 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긴 논의 끝에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자’가 결정되었고, 나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기로 했다. 복직 전, 회사에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해니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때부터 몸과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복직 전달부터 집 근처 F45의 오전 6시 30분 수업을 들으며 몸에게 “이제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거야”라고 주문을 걸었다. 새벽부터 나가 자전거 왕복 6km를 타고, 서킷트레이닝 45분을 하고, 집에 와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하고, 어린이집 간 동안은 짜투리 시간에 알바를 하며 나를 위한 체력과 자존감을 기르는데 시간을 쓰다 보니 어느새 22년 3월 2일, 복직날이 다가왔다.
회사와 집이 1시간은 걸렸던 탓에 나의 하루는 다음과 같았다.
오전 5:30 : 기상
오전 5:50~6:00: 지하철역가는 버스 탑승
오전 6:17 지하철 : 7시 도착 안전권 / 오전 6:23 지하철 : 7시 5분 도착권
오전 7:00 : 출근
오후 4시 부근 : 퇴근
오후 5:10 : 아기 하원 및 육아출근
오후 7시~7시30분 : 남편 퇴근 – 그 후 식사, 아기 씻기기, 장난감 정리 등
오후 9시 : 아기 재우기 (피곤하다 피곤해) - 그 후 설거지, 요리, 빨래 개기 등 남은 집안일
오후 10:30... 에는 자야 7시간이라도 자는데 이 때쯤 잔 적은 손에 꼽을 듯..
오후 11:00~12시 : 드디어 잠자리로..
5시 반에 기상하는 건 단련이 되어서 좀 나았지만, 오후 10시 반에 자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로봇청소기며 세탁기, 건조기 등이 있어도, 남편과 집안인을 분담해도 해야 할 것은 해야만 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주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가장 먼저 포기해야할 것은 역시나, 달리기였다.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렇지만, 평일에 달리러 나간다는 건 오후 9시 반 이후, 그것도 5km 이상은 뛸 수 없었다. 게다가 아기랑 그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있는데, 아기가 자기 전까지는 아기에게 꼭 붙어 있고 싶었다. 남편에게 혼자 보라하고 뛰러 나가기도 썩 내키지 않았다. 평일 저녁에 한강에서, 트랙에서, 공원에서, 다양한 장소에서 뛰는 친구들을 SNS너머로 보며 속으로 끄응 부러움만 삼켰다. 서로의 배려로 평일 저녁에 친구들과 달리러 이따금씩 나가기는 했지만, 마음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거의 20시간 얼굴을 보지 못한 아기가 아른거려서, ‘아기가 엄마 보려고 잠을 안잔다’는 전화에 마음은 이미 집이었다. 옷도 갈아입고 러닝화까지 신고도 ‘아 오늘은 뛰기 싫은데’하며 현관문에서 발을 돌린 미혼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때 뛰었어야지!(지금은 뛰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뛴단 말이야!)”
그래서 ‘워킹맘이 7to4로 10개월 일하며 얻은 것’이 무엇이냐하면, 좋아하는 걸 하나씩 포기하기이다. 빨리 자야하니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다음에 만들기, 오늘 하루는 지하철을 빨리 타기 위해 뛴 것밖에 없으니 천천히 걸으며 생각 정리를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건 다음에, 시원한 여름밤에 친구들과 달리고 급 맥주 콜?하며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일은 이제 약속을 기약해야 하고, 무엇보다 ‘오늘은 정말 달리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기를 재우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 떠보니 새벽 2시여서 집안일을 하고 내일 출근을 위해 다시 잠을 청해야만 하는 나를 (자주) 발견했을 때. 좋아하는 것이 많은 일하는 엄마의 삶은, 좋아하는 걸 떠나보내며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의 총량은 또 쉽게 채워지는 것인지 달리기 동호회에서 새로 알게 된 친구가 내 생일 즈음에 이런 편지를 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데
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너 스스로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있을까?
그런 너 자신에게 매일 칭찬해주고 쓰담쓰담 해주고 있지?
내 주변 사람들도 고군분투라면 고군분투인 내 일상을 응원해주는구나. 이 편지를 몇 번이나 읽고는 핸드폰의 ‘힘들 때 볼 것’ 폴더에 살포시 저장해두었다.
오늘로 이제 7to4 생활이 3번 정도 남았다. 남편이 이직하여 회사와 집이 더 멀어지면서 아예 남편의 회사 근처로 이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회사와 집 거리가 줄어들었고, 하원 부담도 줄었으니 약간 여유가 생겼다. 가장 좋은 건 역시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생활이 몇 번 남았지, 몇 번 남았지 곱씹는 나를 보며 역시 사람은 어두울 때 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도 이제 더 잘 수 있다! 따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