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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09. 2024

펜션 대신 자연휴양림 숙소

자연휴양림에서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을 만끽하다.

  자연휴양림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국민의 건강과 오락, 휴식 따위를 위해 지정하여 조성된 산림'이라고 적혀 있다. 자연휴양림에 가면 캠핑데크, 휴양관, 숲 속의 집 형태의 숙소가 있다. 숲을 즐기고 간단하게 일박을 하기에 참 괜찮은 곳이다. 예전에는 펜션을 많이 다녔다면 요즘엔 자연휴양림 숙소를 애용하는 편이다. 자연휴양림 숙소는 일박에 십만 원 정도로 저렴하다.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금전적인 여유가 없기도 하고, 나이가 드니 자연이 점점 좋아짐을 느낀다.


  전국 곳곳에 자연휴양림이 있다. 우선은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자연휴양림을 주로 다닌다. 나중에는 좀 더 먼 곳, 다른 지역의 자연휴양림도 가보고 싶다. 예전에 첫째가 6살 때 전라도 쪽으로 길게 여행을 계획하고 갔었는데, 자연휴양림에서도 몇 번 잠을 잤다. 함평 자연휴양림 카라반, 하동 자연휴양림 휴양관을 일정에 넣고 이동하였다. 당시 첫째가 곤충을 좋아해서 잠자리, 사마귀, 하늘소 등을 잡고 놀았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 명산 어디든 자연휴양림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최근 다녀온 자연휴양림 두 곳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어보려 한다. 양산 대운산 자연휴양림과 밀양 도래재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내었다. 우리 집에서 4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라 차로 이동하는 것에도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아 좋다. 오후에 체크인하여 짐을 풀고 자연휴양림 주변을 산책하거나 놀거리를 찾아다닌다. 저녁 시간이 되면 삼겹살을 구워서 밥, 반찬과 함께 먹는다. 저녁을 다 먹고 과자파티를 하고 잠을 청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 작은 이벤트로 참 괜찮은 것 같다.


  대운산 자연휴양림은 처음 가본 곳이다. '숲속의 집' 숙소 이름이 나무 이름들이다. 우리가 묵은 숙소의 이름은 '산벚나무'였다. 관리사무소에 들러 키를 받고 우리의 숙소에 들어와 짐을 정리한다. 저녁 먹기 전까지 밖에 나가서 놀기로 하는데, 오늘은 다들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기로 했다. 왠지 핸드폰을 신경 쓰지 않고 우리 가족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


  숙소를 나와 조금 아래로 걸어가니, 공터에서 아들과 아빠가 야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니 예쁜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그 정자 위에 올라가 보았다. 정자 위에 올라가니 큰 거미 한 마리가 정자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 거미줄 집을 만들고, 거미집 가운데 웅크리고 있다. 정자 밑에는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우리는 그 도토리를 주워 거미를 맞추는 놀이를 한다. 생명을 아끼지 않는 비교육적인 놀이지만, 그 거미를 우리는 도토리로 맞추고 싶어 혈안이 되어서 연신 도토리를 던진다. 나와 아이들은 도토리를 몇십 번 던진 끝에 거미 맞추기에 성공한다. 아! 불쌍한 거미여! 왜 하필 거기에 있어서 우리의 타깃이 되었는지. 실컷 거미를 괴롭히고 불쌍하다고 말하는 이율배반적인 내 모습을 적으려니 좀 부끄럽다.


  대운산 자연휴양림에는 '작은 동물원'이 있다. 그곳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을까? 궁금하여 가보니 토끼가 수십 마리 살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서 토끼에게 먹이로 준다. 토끼는 그물 사이로 입을 내밀며 전투적으로 풀을 먹는다. 작은 동물원 옆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그곳에 개구리가 수영을 하고 있다. 개구리를 구경하고 있는데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앗! 뱀이다!"

  정말 뱀 한 마리가 S자를 그리면서 연못 쪽으로 기어가고 있다. 연못에 풍덩 빠져서도 잘 헤엄치며 간다. 사진 찍어야지 하면서 핸드폰을 찾았으나 없다. 우린 핸드폰을 숙소에 두고 나왔기에.


출처: 블로그, 환이의 부동산 이야기

  조금 더 걸어가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계곡이 나온다. 둘째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 한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간다. 시원한 물속에 발을 담그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둘째가 말을 한다.

  "아빠, 사진 찍어줘!"

  하지만 나의 호주머니 속에는 핸드폰이 없다. 평소 우린 핸드폰을 항시 들고 다니며 언제든지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며 사는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핸드폰이 없으니 사진을 찍지 않고, 기억 속에 담아두기 위해 노력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캠핑 데크들이 보인다. 몇 군데는 텐트를 치고 있는 가족들도 보인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한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 고기를 꺼내고 프라이팬, 버너를 세팅한다. 그런데 아차! 소금이 없다! 소금을 챙겨놓고 안 가져온 것이다. 간이 안된 삼겹살을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친절한 직원이 맛소금을 종이컵에 조금 나누어 준다. 생명과도 같은 소금이다. 숙소 앞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으니 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새 나타나 고기 굽는 것을 구경한다. 구워진 고기 한 점을 던져주니 고맙다면서 냠냠 먹는다. 그 모습을 본 둘째가 외친다.

  "나도, 나도!"

  둘째도 고양이에게 고기를 던져 준다. 또 던져 준다.

  "우리 먹을 것도 없다. 이제 그만!"


  대운산 자연휴양림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몇 개 적어보았다. 이번에는 밀양 도래재 자연휴양림이다. 이곳은 꽤 신축건물로 시설이 깔끔하다. 저번에 한 번 방문하였는데 좋아서 한 번 더 예약해서 왔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때에 오는 것도 참 좋다. 이번에 와보니 그물놀이터 같은 구조물이 새로 생겨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그곳에 놀러 갔다. 그물 위에 누울 수도 있고, 산악 어트랙션처럼 건너가는 장애물도 있다. 장애물 코스를 다 지나가면 마지막에 그물놀이터가 나온다. 그물놀이터에서 퐁퐁처럼 뛰고, 잡기놀이도 하며 논다. 출구로 나오니 아쉬웠는지 한 번 더 가자고 한다. 우린 다시 입구로 가서 장애물을 통과하고 그물놀이터에서 뛰어놀기를 반복한다.

  저녁은 비빔면과 나물밥, 삼겹살이다. 비빔면과 나물밥을 숙소에서 만들어 1층 바비큐 데크로 들고나간다. 삼겹살을 구워서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저녁이 되니 바람이 차다. 좀 더 느긋하게 먹고 즐기고 싶건만, 공기가 차서 얼른 먹고 정리한다. 숙소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틀어보니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여 1화를 보기로 했다. 1화를 보니, 2화를 보고 싶다. 2화를 보고 3화를 또 본다. 이 날 '흑백요리사'로 인해 넷플릭스의 늪에 빠졌다. 나와 오빠가 둘째와 번갈아가면서 놀아주며, 눈은 텔레비전으로 향해 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또 '흑백요리사'를 한 편 본다. 아침 메뉴는 전복죽이다. 우리는 '흑백요리사'를 몇 번 본 경험을 살려, 전복죽에 대한 시식 평가를 말하며 식사를 한다.

  "음, 전복의 익힘 정도가 적당하고, 찹쌀의 씹히는 맛이 좋군요."

  전복죽 아침을 먹으면서도 '흑백요리사'를 계속 보고 있다. 짐을 싸고, 설거지, 재활용 등 정리를 하면서도 계속 보고 있다. 결국 숙소를 나오기 직전에 텔레비전을 끄고 나온다. 이번 도래재 자연휴양림을 떠올리면 '흑백요리사'가 떠오를 듯하다.


  결국 우리는 다음날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다시 결재하였다. '흑백요리사'를 보기 위하여. 오랜만에 시리즈물 정주행이다. 이번에는 첫째도 함께. 그날 저녁 둘째를 재우고 우리 부부, 첫째는 '흑백요리사'를 또 보고 있다. 밤 12시가 되니 넷플릭스에서 경고 문구가 뜬다. 너무 오래 시청하면 '이제 그만 볼래요? 그래도 계속 보시겠습니까?' 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뜨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몹쓸 짓을 하다니! 뭐 이것도 사는 재미겠지. 도래재 자연휴양림에서 가져온 '흑백요리사'는 중독 그 자체였다. 계속 다음 화를 보게 만드는 마력.


  최근 다녀온 자연휴양림 두 곳에 대한 추억을 적어 보았다.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맑고 시원한 공기와 청명한 초록색이 요즘 더욱더 좋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나중에 정말 더 나이가 들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닭이나 키우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펜션 대신 자연휴양림 숙소를 앞으로도 계속 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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