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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27. 2024

수니숲 가을전시회를 다녀오다.

둘째가 다니는 유치원의 작품전시회, 좋은 구경 감사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수니유치원과 인연이 깊다. 지금 5학년인 첫째는 수니유치원을 다녔었고, 6살인 둘째는 수니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수니숲에서 열리는 가을전시회에 다녀오니 참 감회가 새롭다. 나와 오빠를 초대한 둘째도, 자신이 다녔었던 유치원에 오랜만에 간 첫째도 다들 각자의 감정을 즐기는 모습이다. 우리 아이들이 수니유치원을 다니며, 잘 자라게 해 주시는 유치원 원장님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째가 수니유치원을 다닌 때는 2018~2019년이다. 6살 때는 숲반을 하고, 7살 때는 보통반을 하였다. 수니유치원에는 숲반이 있다. 숲반이 되면 매일 수니숲에 가서 하루를 보낸다. 숲에서 자연물을 가지고 놀고, 사계절을 온 으로 체험하며 배운다. 첫째가 숲반을 다닌 건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 손에 흙 묻는 것,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던 첫째는 숲반 생활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옷과 손이 더러워지는 것에 대해서 둔감해졌고,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그때 유치원에 참 고마웠던 원감선생님이 계셨다. 맞벌이라 우리 아이를 일찍 유치원에 등원시켰다. 8시 30분경, 유치원에 들어가서 울고 있는 우리 첫째를 '원감반'이라면서 아침 시간에 데리고 있어 주셨다. 첫째가 처음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고 어려움이 있었으나, 원감선생님이 많이 챙겨주셔서 다행히 잘 적응하였다. 그분을 보면서 나도 우리 반에 적응이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으면, 담임이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더욱더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둘째가 수니유치원을 다닌다. 둘째는 숲반이 아닌, 보통반이다. 보통반 친구들은 월 3회 정도 숲에 간다. 유치원 규모도 크고, 유치원에서 차량으로 십 분 거리에 수니숲도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아마 저출산이 가속화되어 소규모 어린이집, 유치원은 문을 닫아도 수니유치원은 계속 운영되지 싶다. 예전보다 원생이 많이 줄기는 줄어서 좀 걱정이긴 하다.


  수니숲에서 열리는 가을전시회를 보러 갔다. 맑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수니숲에 참 오랜만이다. 예전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 와보고 거의 6년 만이다. 차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 목적지에 다다르니, 첫째가 말한다.

  "맞다. 저기 저 집 지나가면 수니숲 입구 있잖아."

  차에서 내려 수니숲으로 이동한다. 선생님들이 입구에서 우리를 반겨 맞이해 주신다. 주말에 쉬지도 못하시고 참 고생이 많으시다.


  제일 먼저 수니숲에 사는 염소가 보인다. '잭슨과 다이아'라는 간판을 아이들이 만들어서 붙였나 보다. 그곳을 지나는데 원장선생님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원장선생님."

  "어 우리 00이 왔구나. 오빠도 왔네. 너 참 많이 컸네. 지금 몇 학년이니?"

  "하핫. 5학년이에요."

  "멋지게 잘 컸네. 공부 열심히 하고!"

  원장선생님께서 우리 첫째를 기억하시는지, 반겨 맞아주시니 기분이 좋다.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아이들의 작품을 둘러본다. 특히 우리 둘째의 작품이 어디 있는지 관심 있게 찾아보고, 사진도 한 컷 찍는다. 다양한 작품들을 자연과 조화롭게 전시해 두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각양각색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참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우리는 잠시 와서 구경하고 가면 끝이지만, 선생님들은 오늘을 위해서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을 고생하셨을 것이다.


  흡사 연구학교 보고회 때 학교 모습과 흡사하다. 지금은 보고회가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예전에는 온 학교에 관련 실적물을 전시하였다. 연구학교 관련 아이들의 작품, 사진, 동영상 등을 학교 곳곳에 배치하였었다. 그 작업의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오늘 가을전시회를 준비한 선생님들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서 수니숲으로 옮기는 장면, 아침 일찍부터 작품들을 전시하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장면, 학부모와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장면, 행사가 끝난 후 뒷정리 및 청소, 각종 기물들을 다시 유치원으로 옮기는 모습 등.


  작품을 어느 정도 둘러보고 수니숲반 교실 쪽으로 가보니, 원감선생님께서 다과와 음료를 챙겨 주신다.

  "아버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행사 준비하신다고 수고가 많으셨네요."

  "이렇게 와주시니 고맙지요. 여기 음료수랑 과자도 마음껏 드세요. 안 드시면 다시 다 들고 내려가야 해서요. 하하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우리 셋은 준비된 자연드림 음료와 과자를 염치없게 좀 많이 먹은 것 같다.


  작품들 뒤쪽에 철로 된 우리가 하나 보인다. 그곳엔 '토순'이라는 이름을 가진 토끼가 한 마리 있다. 아이들은 토끼를 보자마자 주변에 풀을 뜯어 먹이려 한다. 살짝 긴 풀을 주니, 긴 빼빼로를 조금씩 끊어 입에 넣는 것처럼 토끼 입속으로 풀이 천천히 들어간다. 그 모습을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관찰하는 둘째. 토끼에게 풀을 주니 입구에 있던 염소가 생각났는지 그쪽으로 가서 또 풀을 뜯어 염소에게 내민다. 염소는 킁킁 냄새를 맡더니 먹지 않는다. 애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하는 말.

  "아빠, 염소가 편식해."


  또다시 작품들을 둘러보러 간다. 첫째가 나에게 말한다.

  "아빠. 예전에 여기 다닐 때는 이 공터가 진짜 넓어 보였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그렇게 넓지가 않네."

  "초등학교 운동장도 그렇던데. 커서 초등학교 가보면 운동장이 좁게 보이더라고."

  그만큼 사람이 성장했다는 것이겠지. 당시에는 아주 크게 느껴지던 일들도,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니게 느껴지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 점점 몸도 마음도 자라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아빠. 과자 하나만 더 먹을까?"

  "너무 많이 먹으면 좀 그렇지."

  "에이. 진짜 딱 하나만 더 먹을게."

  "그래. 그러면 가서 인사하면서 딱 하나만 더 먹고 집에 가자."

  과자가 있는 교실 쪽으로 가보니 원장선생님이 계신다. 항상 인자하신 미소로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분이다. 우린 과자를 하나씩 손에 들고 원장선생님께 인사한다.

  "전시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과 아이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 좋은 가을 주말. 가을전시회 행사를 위해 출근하여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 진심 감사드립니다. 가족들이나 연인들끼리 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날인데, 출근하여 일하시고. 수니숲 가을전시회를 잘 구경하고 갑니다. 행사 끝나면 얼른 정리하고 퇴근하시어 남은 주말 편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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