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에 하는 활동 중에는 팀을 나누어하는 경기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구, 발야구, 축구 등은 두 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한다. 배구나 족구 같은 네트형 게임은 세 팀이나 네 팀으로 나누어서 리그전으로 경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경쟁활동을 하면 아이들은 엄청나게 승부에 집착한다. 자신의 팀이 이기는 것을 너무나도 원한다. 그러면 아이들 사이 분위기가 나빠지고, 교사도 난감해진다.
체육수업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이런 것이다. 승부에 목숨을 거는 아이들, 심판의 판정에 불복종하는 아이들, 팀 편성에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다. 그리고 심판을 아무리 잘 봐도 실수를 할 수 있다. 피구 경기 전 아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선생님이 피구 국제심판 자격증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피구 국제심판 자격증이 없단다. 심판을 잘못 보더라도 너무 짜증내거나 화내지 말아 주면 좋겠네요."
체육을 좋아하는 학생 중에는 그날 학교에 오는 목적이 오로지 '체육'을 하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 그러한 아이들이 체육시간에 경쟁활동을 하면 불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처럼 체육활동을 하면서 몸을 불사른다. 이번 체육시간에 내 몸을 다 태우리라! '승리'를 위해 죽을 둥 살 둥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면 의욕에 찬 학생은 다치기도 하고, 체육을 못하는 친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출처: 블로그, 세종 동화창착회
체육시간에 팀을 짤 때 아무리 잘 짜도 정말 공평하게 나눌 수는 없다. 체육 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을 우선 나누고, 다음으로 잘하는 아이들을 나누며 팀을 짜도 경기를 하면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 승부가 난다는 것은 승리하는 팀이 생기고, 패하는 팀이 생긴다는 말이다. 승리한 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의기양양하고, 패한 팀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이 없어진다. 사실 이기고 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팀을 짤 때 아이들에게 말한다.
"너희들 체육 능력이 이마에 적혀 있으면 좋겠다. 체육 잘하는 사람은 이마에 100점, 중간 정도하는 사람은 80점, 체육을 못하는 사람은 60점이라고 적혀 있으면 100점, 60점 같은 팀 시켜주고, 80점 두 명을 같은 팀으로 하면 딱 맞을 텐데. 개인의 체육 능력을 그렇게 점수화할 수가 없단다. 그리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그날 운에 따라 경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단다."
사실 아무리 교사가 팀을 잘 짜줘도 승리한 팀은 웃고, 패한 팀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팀을 나누는 방법으로는 홀수와 짝수로 나누기, 자신과 실력이 비슷한 사람과 가위바위보하여서 이긴 사람끼리 진 사람끼리 모이기, 대표자를 정해서 대표가 뽑아서 데려가기, 제비 뽑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떠한 방법으로 팀을 나누더라도 불평불만이 있는 아이들은 자기 팀이 졌을 때 항상 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경쟁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경기 전 정신교육이 필요하다. 학기 초에도 강조하고, 경기 전에도 강조하면서 항상 승패에 연연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신교육을 실시한다.
"우리가 피구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우리 반 친구들끼리 즐겁게 운동을 즐기는 겁니다. 이기면 살짝 기분이 좋을 뿐이고, 지면 살짝 기분이 나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 너무 승부에 집착하면 친구들과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운동을 잘 못하는 친구가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본인 자신이 제일 기분이 나쁜데, 주변에서 뭐라고 하면 더욱 마음이 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안 다치고 즐겁게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 팀을 정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제비 뽑기'이다. 교사가 아이들 팀을 정해주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제비 뽑기를 하여 팀을 정하면 아이들은 불만이 없다. 다행히 체육을 잘하는 사람이 잘 배분되어 팀이 구성되면 경기 내용이 흥미진진해진다. 그런데 체육을 잘하는 사람이 한 팀으로 몰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한 팀이 너무 우세해진다. 지는 팀의 아이들은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한 경기를 해본 후, 약간의 선수 교체를 한다.
진 팀에서 이긴 팀의 선수 중에 원하는 사람을 한 명 지목한다. 그 사람은 진 팀 쪽으로 팀을 옮겨야 한다. 이 내용은 경기 전에 사전 공지를 하고 진행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긴 팀에서 진 팀으로 옮기는 학생이 안 옮기려 할 수도 있고,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경기 전에 아이들에게 공지를 한다.
"제비 뽑기를 하여 한 경기해 보고, 진 팀에서는 이긴 팀의 우수한 선수를 한 명 지목하여 영입할 수 있습니다. 그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고, 무조건 옮겨야 합니다."
사실 이긴 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옮기는 학생은 기분이 좋다. 고액의 연봉을 받고 팀을 이적하는 선수와 같은 기분이랄까.
진 팀에서 방출되는 사람이 조금 기분이 나쁠 수가 있다. 안 그래도 체육 능력이 떨어지는데, 자신의 팀에 도움이 안 되는 입장이 되어 팀을 옮긴다고 생각하면 슬프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또 기분이 괜찮아진다. 지는 팀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팀에서 경기를 해서 이길 확률이 높으니 좋은 일 아닌가! 물론 이것도 경기를 하기 전 공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맞트레이드 시 기분 나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실 그 체육시간에만 우리 편, 남의 편이지. 체육수업이 끝나면 다시 같은 반 친구들이 될 아이들이다.
세 팀이나 네 팀으로 나눌 때도 '제비 뽑기'를 한다. 남녀 인원수에 맞게 번호별로 제비를 정리하여 남녀별로 각각 통에 담는다. 아이들 모두 번호를 뽑고 나면 교사가 번호를 호명한다. 1번부터 7번까지 일어나세요. 그러면 여자가 1번~3번, 남자가 4번~7번 번호를 뽑은 학생이 일어난다. 그 친구들에게 팀조끼를 정해주고 입어라고 한다. 제비 뽑기로 정하면 아이들은 불만이 없다. 잘하는 애들이 모여도 그냥 재수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싫어하는 친구와 같은 편이 되어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팀을 세 팀 구성한다. 1조, 2조, 3조로 나누어 1,2조가 경기하고 3조는 경기를 관람한다. 짧게 한 경기가 끝나면 1조가 관람하고 2,3조가 경기한다. 2,3조 경기가 끝나면 2조가 관람하고 3,1조가 경기를 한다. 이렇게 짧은 경기를 계속 순환하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한다. 상대방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이겨보자면서 파이팅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네 팀으로 경기를 할 때도 있다. 1,2조가 경기를 하고, 3,4조는 관람을 한다. 1,2조 경기의 승패가 나면 3,4조의 경기를 한다. 3,4조의 경기 중 패한 팀과 1,2조의 경기 중 패한 팀이 3,4위전을 한다. 마지막으로 이긴 팀끼리 1,2위전을 한다. 이렇게 네 번의 리그전을 하면 각 팀당 두 번의 경기를 할 수 있다. 역시 이것도 마찬가지로 팀 구성은 복불복이다.
아이들에게 단체경기에 대해서 말해준다.
"단체경기는 말이지. 모든 사람이 다 잘할 수도 없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섞여서 팀을 만들어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란다. 잘하는 사람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못하는 사람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주어진 팀 구성원끼리 협동하여 경기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리고 단체경기를 해보면, 내 뜻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단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란다."
출처: 블로그, 캘리에세이
체육시간에 단체경기를 하는 최고의 목적은 사람공부를 하기 위함이다. 운동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자신보다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며 닦달하지 않고 함께 경기하는 방법을 배운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나름 최선을 다하여 자그마나 팀에 기여하는 기쁨을 배운다. 단체경기를 하며 세상일은 내 뜻대로 마음대로 안 됨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