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주된 업무는 수업이다. 자신이 맡은 과목을 잘 가르치기 위해 교재 연구를 하고, 정선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 외에 학교라는 조직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맡은 업무가 있다. 교무부장, 연구부장, 체육부장, 독서부장 등 부장을 맡은 사람도 있고, 도서관 업무, 교통안전 업무, 학교 방송 업무, 학교 홈페이지 관리 등 각 업무의 담당자도 있다. 모든 업무 중 안 중요한 업무가 없고, 안 힘든 업무가 없을 것이다.
그중에 학교폭력 업무는 참 까다롭다. 학군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이들이 폭력적이고 자주 싸우는 지역의 학교, 학부모의 잦은 민원으로 학교폭력 신고가 많은 학교의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는 너무나도 많은 업무량에 죽을 맛이다. 이 업무는 혼자서 사부작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과 학부모와 계속적인 연락을 취해야 하기에 더욱 피로도가 높은 업무이다.
나는 아직까지 학교 폭력 업무를 맡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동료교사들이 학교 폭력 업무를 맡아 골머리를 썩이는 일은 많이 봐왔다. 어떤 학부모는 학교 폭력 담당자에게 말한다.
"우리 애한테 좀 친절하게 말해 주세요.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가해자 학생을 불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과연 교사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친절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약간은 경찰서에서 조사하는 형사의 느낌인데, 상냥하고 친절한 말투로 학생을 대할 수 있을까?
최근 동기모임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들은 이야기들을 소재로 이 글을 적어보려 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2학년 아이가 친구를 놀렸다.
"돼지야!"
그 말을 들은 학생은 부모에게 자신이 돼지라고 놀림받은 사실을 알렸고, 부모는 놀린 학생을 학교 폭력으로 신고했다.그 학생과 부모의 성향이 어떤지, 어떤 사정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담임과 상의하여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사안이 아닐까 싶은데.
돼지라고 놀림받았을 시 맞대응을 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학생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때 바로 담임에게 자신을 놀린 가해자에 대해 알리고 조치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담임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냥 집에 왔을 수도 있다. 분한 마음에 부모에게 자신이 놀림받은 사실을 알렸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부모는 담임에게 전화나 문자로 상담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사실 학폭 신고를 해도 담임 선에서 처리할 만한 사안은 담임이 처리를 한다.
출처: 웹, kor.pngtree.com
두 학생이 싸우는 일이 발생하였다. 신규교사였던 담임은 그 두 학생을 바로 학폭 담당자 반에 보내었다고 한다. 보통은 자기 반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해당 학생을 불러 담임이 사건을 파악하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생활지도를 한다. 상당히 애가 쓰이고 피곤한 일이긴 하다. 수업시간에는 수업을 해야 하고, 학생 상담을 쉬는 시간이나 중간놀이 시간, 점심시간에 한다. 그렇게 학생상담을 하면 담임의 휴식시간이 날아간다.
그 신규교사는 자신의 수고를 덜 목적이었는지,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신고하라고 배운 내용을 실천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좀 너무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식으로 다 보내버리면 학폭 담당자는 자기 반 수업도 못하고, 계속 자기 반에 오는 학폭 관련 아이들을 대면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정말 사안이 심각하다면 학폭 담당자에게 보내는 것이 맞는데, 어느 정도 경미하다면 담임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신규교사가 어떤 점에서는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나는 학폭 사건을 담임 선에서 해결하는 도중에, 학폭 신고를 하여 내가 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적이 있다. 그렇게 보면 담임이 해결하지 않고 바로 담당자에게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담임이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반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출처: 네이버 포스트, m.post.naver.com
어떤 4학년 아이가 5학년 선배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다. 5학년의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자신을 무릎 꿇게 하고, 뺨을 때리고 돈을 훔쳐 갔다고 말한다.그 사건이 접수되고 가해자를 찾기 위해 피해자 학생에게 5학년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고 용의자를 지목하게 한다.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빼앗아간 나쁜 선배이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몇 명의 용의자가 정해지고 학폭 담당 교사는 그 학생을 불러서 물어본다. 사실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럽다. 자기가 죄를 저질렀다고 순순히 자백할 리 없다. 그래도 범인은 잡아야 하기에 한 명씩 불러 물어본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황당하고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선생님이 물어보니 난감하다. 그리고 불쾌하다. 집에 가서 그 일을 부모님께 말한다. 그 학부모는 학교에 전화한다.
"도대체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길래 우리 애한테 그런 것을 물어봅니까? 우리 애가 했다는 증거가 있나요? 너무 불쾌합니다."
그 일로 학교 전체가 난리가 났다고 한다. 피해자가 신고를 했으니, 가해자를 찾기 위해 노력은 해야겠고, 사건 시각에 화장실을 비추는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그러면서 일이 일파만파 커지니,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한 아이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어느 날 피해자의 부모에게서 문자 한 통이 온다.
"저희 애가 거짓으로 신고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무고죄를 물어 허위 신고를 한 학생을 처벌해야 하나? 그리고 그 학생의 학부모는 달랑 문자 한 통으로 끝인가?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한 사과가 고작 문자 한 통이란 말인가? 학교 폭력 허위 신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는데, 너무나도 허무하다.
학교 폭력 관련해서 위의 세 가지 사안을 들었다. 학교 폭력 신고를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자는 그 일을 처리해야 한다. 교사도 민원이 들어오면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공무원이다. 나라의 녹봉을 받으니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그런데 학폭 민원이 사소한 것까지 너무 많으면 그 공무원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 일을 맡고 있는 학폭 담당자도 누군가의 아빠이고 엄마이거나, 누군가의 가족일 텐데. 나의 가족이나 절친이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신고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