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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Dec 12. 2024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글을 쓰며 꿈을 키우긴 하는데, 과연 꿈은 이루어질까?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곡은 간디학교의 교가이다. 이곡을 검색해 보면 서이초사망사건의 교사가 생전 좋아했던 곡으로 추모집회 현장에서 작사가인 양희창 씨의 지도하에 간디학교 학생들이 부른 바가 있다고 적혀 있다. 이곡을 들으면 사람이 꿈을 갖고 배움에 매진함이 얼마나 멋진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곡의 앞부분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이 문구가 요즘 내 마음을 두드린다.


출처: 네이버 가사

  작년 9월부터 작가의 꿈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도 글을 써보고,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글이 과연 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나의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 만큼 가치가 있을까? 글을 쓰면 글 쓰는 실력이 늘기는 할까? 글에 대한 많은 고민과 번뇌 속에서도 글을 계속 쓰고는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글 쓰는 것이 재미가 없다. 과연 나의 꿈 '작가가 되는 것'은 이루어질까?


  글을 쓰면서 드는 내 심경의 변화를 이렇게 글로 남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글에 대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글을 쓴다는 것. 나에게는 현재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약간의 일탈을 꿈꾸는 작업. 그리고 먼 미래에 뭔가를 이루겠다는 꿈을 가지고 벽돌 하나를 쌓아 올리는 작업. 한 편의 글을 완성하여 브런치 공간에 올리고 조회수 및 라이킷 등의 반응을 보며 삶의 활력을 찾는 작업. 지금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 내가 살아온 경험들을 한글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하는 작업.


  글을 써라고 누가 시키지는 않았다. 내가 원해서, 나 스스로 글을 적고 있다. 일 년 넘게 글을 써오면서 지금은 글에 대한 열정이 식은 듯하다. 글이 잘 안 써진다. 예전만큼 적고 싶은 의욕이 불타지 않는다. 적고 싶은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적으면서 잘 써지는 날보다는 안 써지는 날이 더 많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는 습관을 갖고 사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좀 다르다. 전체적인 글에 대한 열정과 꿈이 쪼그라든 느낌이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나의 글을 사람들이 많이들 읽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몇 개월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지금은 나의 글이 과연 어떤 수준인지도 의문스럽다. 글쓰기 전문가에게 내 글에 대한 평가를 받아 백 점 만 점에 몇 점인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묻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계속 글을 쓰기는 쓰는데, 제자리걸음을 하며 글이 멈춰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슷한 형식과 내용의 글을 적으면서 내가 쓰는 어휘, 구절, 글의 패턴이 점점 굳어지는 느낌도 든다. 더 색다르고 근사한 어휘를 구사하고 싶으나 매 번 쓰는 단어들이 거기에서 거기인 것 같다. 참신함이 사라진 글쓰기. 생동감이 없고, 정체되어 있는 글쓰기인 것 같다. 그래도 꾸역꾸역 글을 조금씩 적고는 있다. 과연 나의 글은 성장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한 편의 글을 올리면 스무 명가량의 독자들이 라이킷을 눌러준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의 글을 기다릴까? 내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즐거워할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텐데. 그저 일기 수준의 글로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글이 좀 더 잘 읽히고 세련된다면, 더 멋진 글을 쓴다면 독자들이 더욱 몰려들까?


  자기 계발서 관련 책을 보면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하고, 매일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하면서 살면 그 꿈이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겨우 일 년 조금 넘게 글을 썼을 뿐인데, 지치다니! '우보천리'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글을 적어보자고 다짐했던 예전의 내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글을 안 쓰고 살던 그때로 점점 돌아가는 듯하다. 작가의 꿈을 갖지 않고 살던 그때로 변하는 듯하다.


  매일 밤 자기 전, 혹은 아침에 깨어나서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꿈이 결국에는 이루어질까? 그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어떤 책을 보니, 장사를 시작해서 삼 년은 지켜보고 난 후, 장사를 접을지 말지 정하라고 되어 있던데, 그 기간 동안 매출이 안 나면 얼마나 속이 탈까? 적자가 나는 업장을 붙들고 삼 년을 버틸 수 있을까? 성공한 자신의 가게를 매일 상상하며 장사를 하면 정말 그렇게 될까?


  지금 나의 글쓰기는 뿌연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아햘지 모르겠으나, 끊어질 듯한 얇은 실 한 가닥을 잡고 걷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그 실을 잡고서도 성큼성큼 열심히 걸었는데, 지금은 보폭이 짧아지고, 어깨가 축 쳐진 채 그저 터덜터덜 걸어갈 뿐이다. 그 얇은 실을 놓지 못하고, 한 걸음씩 힘겹게 내딛고 있다. 과연 그 실을 잡고 걸어가면 어디에 도달할까? 그곳에는 진정 나의 꿈이 있을까? 지금 사십 대 세대들은 알만한 '지오디'라는 그룹의 '길'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출처: 블로그, 산따라 물따라 맛따라

  그냥 글쓰기를 잠시 중단하고 쉴까? 그럼 주저앉아 계속 쉬게만 될 것 같아서 못 쉬겠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글을 쓰지 않으며 나의 꿈을 접으면 지금 내 삶이 사는 게 아닌 게 되지는 않을까? 조금이라도 매일 글을 쓰면서, 글에 대한 꿈을 가느다랗게라도 유지하는 것이 지금의 최선일까? 글을 쓰며 사는 내 모습이 지금 너무나도 나에게 어색하다. 어색해도 꾸역꾸역 글을 쓰며 버티려 용쓴다. 이렇게라도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


  일부러라도 매일 일어나고 나서, 자기 전 나의 꿈을 떠올려봐야겠다. 예전 글쓰기를 시작한 초반의 그 열정과 꿈을 다시 떠올려봐야겠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유퀴즈에도 출연하고, 전국 여러 곳에 강연을 다니는 내 모습을 일부러라도 상상해 봐야겠다. 그 상상을 하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삼 년? 오 년? 십 년? 이십 년? 이루어질 때까지 상상하면, 정말 상상이 현실이 되겠지.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것이 아니니, 꿈꾸며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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