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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Jun 03. 2024

설거지는 숨 쉬듯이, 빨래는 TV 보듯이

집안일을 할 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면 덜 힘들고 자연스럽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숨을 쉬지 않으면 심정지상태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잠을 계속 못 자면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 그것처럼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도 살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집안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오죽하면 '가족'의 다른 말이 '식구(食口)'이겠는가! 음식을 먹는 입들이 모여 있는 곳이 곧 가정이다. 이 가정에서 음식을 해 먹기도 하고, 배달해 먹기도 하고, 외식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먹던지,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다.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나누면 더 맛있고, 그 누군가가 바로 가족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식사가 된다.


  먹기 위해 요리를 할 때도, 다 먹고 나서 치우고 나서도 설거지가 나온다. 재료를 손질하고, 다듬어서 요리를 할 때 많은 양푼과 도마, 칼 등의 설거지가 나온다. 예쁜 그릇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서 온 가족이 모여 먹고 난 후, 각종 그릇과 수저 등이 설거지로 나온다. 이 설거지는 누가 할 것인가? 가족 중에 누군가가 해야 한다. 예전에는 집안 살림을 하는 엄마들이 많이 했지만, 요즘은 아빠들도 많이 설거지를 한다.


  신혼부부 둘이 살면 설거지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분유를 먹는 아기가 있으면 젖병을 씻고, 소독하는 설거지가 나오기 마련이다. 아기가 커감에 따라 분유를 줄이고, 이유식을 먹는 시기가 온다. 각종 재료를 잘게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다면 또 설거지가 엄청 나온다. 식구가 한 명 더 늘면 설거지는 또 배가 된다. 그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먹고살며 설거지를 한다.


출처: 블로그, 시시남매의 시트콤 육아일상


  아기를 돌보는 집에서는 '설거지할래? 애랑 놀아줄래?'라고 물으면, 설거지를 하러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애 옆에서 기 빨리면서 놀아주는 것보다 설거지를 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느끼게 된다. '아! 설거지하는 것이 애 보는 것보다 더 낫구나!' 하며,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나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설거지를 하면, 뭔가 모를 자유로움을 느낀다. 느긋하게 즐기는 설거지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때는 설거지가 귀찮은 집안일이 아니라, 나의 힐링 시간이 되는 것이다.


  좀 더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더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면 설거지를 애 재우고 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의 부모들은 그런 생각을 한다. 애 재우고 나서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맛있는 야식을 시켜서 맥주 한 잔 해야지. 그러면서 저녁밥을 먹고 난 후, 애가 TV를 보거나 혼자 놀 때 설거지를 한다. 어찌 보면 참 효율적이고 나를 위한 시간 관리인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하루 중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 전에 부랴부랴 함께 보낸 시간, 퇴근 후 잠들 때까지 애와 잠깐 놀아주고 눈 한 번 마주치는 시간. 정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함께 놀고 싶어 하고, 함께 책을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런 시기는 몇 년 지나면 끝이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시기에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애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애 재우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어떨까! 요즘은 식기세척기가 있어서 예전보다 그렇게 설거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애 재우고 난 후, 나만의 힐링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설거지를 한다. 내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출처: 포스트. m.post.naver.com


  빨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는 시각은 보통 퇴근 후다. 저녁을 먹을 때 즈음, 세탁기가 다 돌아가고, 건조기에 빨래를 넣는다. 건조기가 다 돌아가는 시각은 밤 10시. 그때 다 되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빨래를 하나하나 개면 된다. 나의 시선이 텔레비전에 한 번, 빨래에 한 번, 하면서 설렁설렁 빨래를 갠다. 빨래를 건조기에 넣은 시각이 늦어, 다음날 아침에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게 된다면 그것도 두었다가 텔레비전 볼 때 하나하나 개면 된다. 맞벌이 부부가 집안일이 가능한 시간에, 여건이 되는 사람이 빨래를 개면 된다. 텔레비전 보며 휴식을 취하듯이, 빨래를 설렁설렁 개는 것이다.


  식구가 많으면 설거지, 빨래는 배로 많아진다. 필자가 깜짝 놀란 것은, 식구가 세 명 있을 때와 네 명이 되었을 때 그 양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반찬은 푹푹 줄어들고, 설거지 양은 배로 많아지고, 세탁기는 매일 돌아간다. 그러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내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설거지도, 빨래도 숨 쉬듯이 내 삶의 한 부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집안일을 불평하지 않고 하면 된다. 물론 지치고 힘들어서 한숨이 나올 때도 있겠지만.


  부부 중 누가 설거지를 할지, 빨래를 할지를 정해 두었다면 각자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하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바빠서, 피곤해서 못한다면 기꺼이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있다. '대신해 줄 수도 있다'라는 말보다는, '대신하는 것이다.'가 맞겠다. 가족이 생존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설거지와 빨래를 해야 하니까.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나의 사랑하는 여보를 위해서, 기꺼이 내가 집안일을 숨 쉬듯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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