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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May 31. 2024

살림 능력을 키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맞벌이부부는 둘 다 살림능력을 키워야 한다.

  요즘은 부부가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예전에는 남녀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남자는 바깥사람이 되어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안 사람이 되어 집안 살림을 돌보며 역할 분담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한 명이 돈을 벌어서는 살 수 없다. 둘 중 한 명이 정말 경제력이 좋아 엄청난 소득을 올리지 않는 이상, 부부 두 명이 함께 돈을 벌며 생활한다.


  결혼 전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살았다. 부모의 집에 함께 살기도 하고, 혼자 자취를 하며 지내기도 했다. 부모의 집에 얹혀살면 살림을 거의 할 필요가 없다. 장보기, 음식 만들기, 빨래 등 굵직한 집안일을 부모가 해준다. 기껏 하는 정도의 집안일이라 하면 자기 방 청소 및 분리수거 정도일 것이다. 자취를 하면 그것보다는 집안일을 많이 한다. 빨래, 청소를 본인이 다 맡아서 해야 하고, 음식도 가끔 하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결혼 후 살림살이의 축소판, 여행연습 정도의 수준이다.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꾸리면 두 부부가 살림을 살아야 한다. '살림' 말 그대로 '사람을 살림'이다. '생존'과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두 부부 중 누군가는 먹기 위해서 음식을 해야 하고, 그 음식을 하기 위해서는 장을 봐와야 한다. 음식을 하거나 먹고 나면 음식물 쓰레기가 생긴다. 둘 중 누군가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가야 한다. 사람이 살면 빨래가 나오기 마련이다. 둘 중 누군가가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그것이 다 돌면 건조기에 넣고, 건조가 다 되면 꺼내어서 빨래를 개어야 한다. 청소도 해야 한다. 누군가는 청소기를 돌리고,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맞벌이를 하면 이 '살림살이'를 할 시간이 없다. 아침에 부랴부랴 출근해서 낮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한다. 저녁에 퇴근하여 집에 오면 저녁을 챙겨서 먹고, 설거지를 한다. 평일에 직장생활 및 출퇴근 준비시간, 자는 시간을 제외한 여유시간에 살림이 가능하다. 그 여유시간이라 함은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 전, 퇴근 후 자기 전뿐이다. 그때 빨래도 돌리고, 청소도 한다. 음식도 한다. 주말은 다소 여유가 있어서 대청소를 하거나 장을 봐와서 음식을 왕창하기도 한다.


출처: 블로그, 음식물 처리기 정보센터


  이 살림살이를 부부 중 누군가는 해야 한다. 예전에는 남편들이 밖에 모여 술을 마시고 회식을 하며 돌아다니고, 아내가 힘들게 직장과 살림을 병행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와 여자가 거의 동등하게 살림을 한다. 아니 남자가 더 살림을 많이 하기도 한다. 아침 시간,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하기에, 남자가 거의 아침밥을 준비하는 집이 많다. 저녁에 둘 다 피곤하지만, 남자가 더 체력적으로 강하기에 빨래나 설거지를 더 하기도 한다. 물론 집집마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둘 중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집안 살림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사람만 알콩달콩 지낼 때는 그나마 수월하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부부 둘 중 한 명은 아기를 봐야 하고, 나머지 한 명은 살림을 해야 한다. 육아와 살림을 병행함에 있어서 남녀역할을 구분함은 별 의미가 없다. 아기의 주 양육자가 엄마라면, 아빠는 살림의 많은 부분을 맡아서 해야 한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여 주 양육자라면, 엄마가 살림의 많은 부분을 맡아서 한다. 정말 체력이 강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육아와 살림을 다 맡아서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러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부부 둘 다 육아와 살림이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둘이 합심하여 살아갈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월 천만 원 이상 버는 사람은 살림을 안 살아도 된다.'라고. 그러한 사람들은 많은 소득을 올리니, 그 돈으로 가사도우미를 써서 살림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돈 번다고 바빠서 육아할 시간이 없으면 육아도우미를 쓰면 된다. 그럼 집에서 주로 애를 보는 주양육자에게 안 미안해도 될 것이다. 살림과 육아를 대신해 주는 사람을 고용하여 돈을 지불하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도우미를 쓰기가 힘드니, 스스로 살림과 육아를 할 수밖에 없다.


  집안일을 함에 있어서 '도와준다'라는 개념도 사실 말이 안 된다. '도와준다'라는 것은 나의 일과 너의 일이 있을 때, '너의 일을 내가 대신해 주며 너는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집안일에서 도와준다라는 것은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다. 두 사람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림을 살며 육아를 함에 있어서 당연히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 하고, 상대방이 그 일을 못할 시에는 내가 대신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도와준다'가 아니라, '다 같이 일을 한다.'가 맞다.


출처: 웹, pinterest.com


  예전에 나도 착각에 빠져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내가 집안일을 했을 때, 여보가 나에게 '도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정말로 내가 도와줬고, 나에게 고마워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말은 그냥, 집안일을 같이 하는 배우자에 대한 인사치레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요리를 한다. 여보가 요리를 하고, 장을 보고,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사고, 애들 옷을 산다. 각종 집안일들이 분리되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한다. 그 와중에 '도와준다.'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집안일을 좀 더 주로 맡아서 한다.'라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다.


  부부 중 요리를 더 잘하는 사람이 음식을 하면 되고, 손이 빠른 사람이 설거지를 하면 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기 힘들어하니, 비위가 강한 사람이 그 일을 하면 된다. 서로 맡은 일이 정해지는 것도 있고, 함께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 집안일을 누가 할지 눈치를 보기도 할 것이다. 함께 살면서 서서히 맞추어 가며 집안일을 분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혼한 두 사람이 모두 살림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살림능력을 계속적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한 두 사람, 앞으로 태어날 아이, 그 가족 구성원들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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