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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Nov 19. 2015

이탈리아 여행기 2  : 로마

우리의 시작, 로마1

비행기에서 긴 시간 비행을 하다 보니 다양한 생각이 났다.


사실 이탈리아라고 하면 잘 모른다. 그냥 적당히 아는 정도… 나의 유럽 지식의 50%는 해당하는 대항해시대 때도 이탈리아는 많은 활약을 못했기 때문에, 정말 그로 인해서 찾아보지도 않았다. 스페인이나 터키가 궁금해서 따로 백과사전까지 찾아봤던 것에 비하면 이탈리아는 정말 모른다.


단지,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로마 편을 가장 좋아했던 것뿐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게 얼마나 원복씨의 피상적인 이야기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리고 나 고등학교, 대학교 때 유행하던 로마인 이야기도 시사노 나오미가 싫어서 안 읽어봤기 때문에, 로마도 잘 모른다고 봐야 한다.


그냥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 — 피렌체, 제노바, 밀라노, 베네치아 — 시작했고 중세 내내 엄청난 남부와 북부는 다른 나라였으며, 민족도 다르고 남북의 지역 감정이 경상도 / 전라도 저리 가라이며, 잘 살지만 얼마 전 브루 뭐시기 총리가 섹스스캔들 터지고, 이명박 비슷하게 나라 경제를 이끌다가 2008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정도…?


뭐 로마가  공화정이었다가, 카이사르, 옥티비아누스가 황제가 되었던 것 정도만 아는 정도다. 오기 전에 부랴 부랴 인터넷에서 로마 역사를 좀 공부하고 왔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나?


그렇지만 터키를 잘 알던 것도 아니고, 스페인을 잘 알던 것도 아니고 피상적이었었지만, 정말로 즐거웠듯이 이탈리아도 즐거우리라.


우리의 이탈리아의 일정은 중부 남부 북부를 모두 커버하고 있었다. 9박 10일이라는 날짜가 짧게 느껴지지만,

오래간만에 나가는 거니 또 안 갈 순 없지.



뭐 위 같은 생각을 마구잡이로 하면서 잠도 좀 자고 나니 로마 미켈란젤로 공항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떠있는 상태였다. 잽싸게 출국 수속을 하려고 열심히 나갔지만 비행기들이 몰렸는지 거의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서야 출국을 할 수


뭐 위 같은 생각을 마구잡이로 하면서 잠도 좀 자고 나니 로마 미켈란젤로 공항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떠있는 상태였다. 잽싸게 출국 수속을 하려고 열심히 나갔지만 비행기들이 몰렸는지 거의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서야 출국을 할 수 있었다.


중국인들과 함께 일본인들까지 몰려서 나왔는데, 중국인들의 새치기는 북경에서 보다가  또다시 이곳에서도 보는 -_-;; 뭐 그것도 그렇지만 중국인들의 경우 엄청 입국 수속이 오래 걸렸다. 덕분에 공항 밖으로 나오니 해가 모두 져있더라.


거기에 오지 않던 비가 주적 주적 내렸다. 일단 내려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약간 가니 오벨리스크가 보이고, 북적 북적한 유럽의 느낌이 났다. 또 로마시대의 수로가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가 온 곳이 유럽의 고도 로마였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서 버스가 내려서 손쉽게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깨끗하고 좋은 숙소

숙소는 roma art  room이라는 곳인데, 예상보다 훨씬 좋고 깨끗했다!


그렇지만 계속 느끼한 식사로 고생하시던 어머님의 속을 위해서 숙소에서 싸갔던 라면으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주방이 없었다. 아쉽게 일단 나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테르미니 역 쪽으로 걸었다. 테르미니역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시간이 9시가 넘었지만, 테르미니 역 숙소 주변은 레스토랑들이 가득했고 꽤 많이 있었다.


간단하게 파스타와 피자와 샐러드 식사를 했다. 대략 20유로. 가볍게 먹은 거지만 그래도 3만 원이다. ㅋ_ㅋ; 역시 유럽은 물가가 진짜 비싸다..



테르미니역 주변은 노숙자들이 많다고 했지만, 서울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음날 바티칸 투어가 아침  일찍부터  예약해놨기 때문에 주변에서 살짝 물을 사고 주변 지리를 익힌 후 늦지 않게 들어왔다. 그렇지만 역시나 씻으니 12시.. 내일 투어를 위해서 잠들었다.


아침 4시 30분에 한국에서 전화가 와서 잠이 깼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Ottaviano S. Pleto 역으로 출발했다. 1일권을 뽑고 금세 도착했다. 스페인에서의 소매치기 미수 때문에 역시나 잔뜩 경계를 하며 지하철을 탔지만, 너무 아침일찍이여서 인지 크게 문제는 없었다.


 Medium                    테르미니역의 아침 모습. 그리고 투어를 위해서 모인 사람들.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한국 가이드분의 안내(이송이 가이드)에 따라 바티칸 앞으로 가게 되었다. 바티칸 앞에서 바티칸과 로마 시내를 나누는 벽에 서있었다.


이 거대한 벽은 미션 임파서블로 유명하지만 역시나 역사적으로 얼마나 로마 가톨릭이 대단한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천년 된 종교로써 중세를 지배하고, 그 지배의 거대한 힘으로 아직까지도 영광을 누리는 종교. 물론 이 성벽은 결국 파시스트 무솔리니의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주었지만(라테라노 조약) 그 역시 로마 가톨릭의 위세를 증명하는 것이리라.


이탈리아와 바티칸시국을 나누는 국경

성벽에 기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가이드가 워키토키를 줬다.  그때부터 가이드가 떠들기 시작하는데, 오늘 저녁에 교황님 주재 미사가 있기 때문에 한시까지 모든 투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안 좋은 소식을 알려주면서 각종 설명을 미친 듯이 해주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기다리는 한 시간 반 동안 지루하지 않게 쉬지 않고  이야기하시더라.


진짜 다양한 상식들을 가지고 있으시고 안에 있는 전시품들과 잘 접목시켜서 설명해주는데, 정말 엄청나게 내부를 기대하게 하는 화법! 대단하더라. 5년 정도 가이드 생활을 했고, 바티칸 공식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 대학도 나오고… 미술사, 역사, 이탈리아어, 라틴어, 미술 기법 등등 안 배운 게 없어 보이는 진정한 프로였다.


줄이 점차 줄면서 바티칸의 사나이(?)들 라파엘과 미카엘로의 동상이 헌정되어 있는 정문을 볼 수 있었다. 라파엘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 돌에서 영혼을 보는 사나이.. 시대를 관통하는 천재 예술가… 왜 그들에게 이 대문을  헌정했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러면서도 가우디 만큼이나 유명한 어떠한 예술가들보다도 유명한 그들의 작품이 기대되었다.


왼쪽이 미켈란젤로 오른쪽이 라파엘로


곧 바티칸에 들어갔다. 진짜 세상의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바티칸을 보러 오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


저 멀리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꼭대기가 보이는 정원에 잠시 나와 산 피에트로 성당의 꼭대기와 건축 양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잠시 화장실 고고싱.


저 멀리 보이는게 성베드로성당

본격적으로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솔방울 정원에 들렀다. 솔방울도 멋졌지만 앞에 있는 천체 속의 천체가 멋졌는데, 지름 4미터의 거대한 구형 조형물이었다. 그 조형물이 산 피에드(성 베드로)로 대성당의 위의 구체와 같은 크기이며, 일종의 모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파괴되고 있는 지구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성 베드로 성당 위의 구체와 동일한 크기라고 하니 상당히 묘한 기분을 줬다.


솔방울 정원. 천채안에 천채. 이집트 사자


이후 아폴론상과 라오콘의 군상을 볼 수 있는 팔각 정원에 도착했다. 팔각 정원의 아폴론상을 오래 볼 순 없었지만 멋진 몸매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것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라오콘의 군상. 라오콘의 군상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자신과 자식의 죽음이 임박해져 있는 상태에서의 절망적인 표정과 어떻게 던 죽음이라는 끝에서 벋어나려는 동물적인 본능으로 튀어나와있는 근육과 핏줄이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웅변했다.


이걸 16세기 로마의 밭에서 발견했다고 하는데, 참 복 받은 로마의 땅이다 싶다.


팔각정에 있는 멋진 조각상들 왼쪽위 : 나일강을 의인화한 작품, 왼쪽아래 라오콘의 군상. 오른쪽 : 활을 쏘는 아폴론


이어 동물의 방을 지나, 뮤즈의 방에 있는 벨데베레의 토르소를 볼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극찬한 그 작품. 자결 직전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역동적인 근육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는 유명한 일화가 몇 가지 있는데, 이것을 발견한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깨진 나머지 부분을 채워봐라, 라고 명을 내렸는데, 미켈란젤로가 이게 이미 완벽한데 더 이상 완성시킬게 없다 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평생의 경쟁작으로 생각하면서 살았다고 하고, 이후 최후의 심판의 예수를 그릴 때 참고했다고 한다. 왠지 그 예수 너무 근육질이더라 싶었어. ㅎㅎ


벨데베레의 토르소

그렇게 멋지구리한 근육을 뒤로 한 채 원형의 방으로 갔다. 원향의 방은 판데온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 뭐 그건 판데온을 볼 거니 대충 봤고 주변의 석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부터 헤라클레스, 헤나, 갈바황제

대부분은 신이었는데, 갈바 황제는 사실 네로보다도 못한 븅신인데 왜 여기 간지나게 서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이외에도 바닥도 수 백 년 된 모자이크 타일이라고 하니, 정말 유적을 쌓고 있는 유적이라니.. ㅋㅋㅋㅋ


수백년된 모자이크 바닥, 다이에나, 주피터(제우스)

그리고  이제부터 보이는 천장의 그림들. 천장의 그림들은 점점 착시의 효과를 보여주게 되는데, 빛의 구도를 완벽하게 맞춰서 그림인지 조각인지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림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정확하게 계산해 입채감을 줬다는 것인데, 미켈란젤로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 것은 이후 천지 창조를 볼 때 진짜 명확해진다.


이거 천장인데, 조각이 아니라 그림이다. 실제로보면 더 리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는 빠르게 이동했다. 카펫의 방과 지도의 방을 빠르게 지나왔다. 물론 이곳의 작품들도 정말로 멋지다. 특히 카펫의 방에 있는 무슨  원근법으로 만들어진 카펫은 인상적이었다.


유화의 그림이 나오는 방을 지나 드디어 라파엘로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왔다. 화사한 색감과 강렬하진 않지만 편안한 느낌의 라파엘로의 그림은 성스러운 느낌이었다. 특히 콘스탄티누스의 방에 있는 밀비우스 다리의 전투를 그린(현재 로마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이 전투의 승리로 만들어진 개선문이다.) 그림은 잘 아는 내용의 그림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라파엘로가 밑그림만 그림고, 나머지는 라파엘로의 제자들이 그려, 약간 라페엘로 스타일이 아닌 그림이라고 한다. )


콘스탄티누스 방에 있는 말비우스 다리 전투

그리고 그 유명한 아테네 학당의 그림.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여인을 그려 넣은 이 아테네 학당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등 모든 그리스 시대의 철학/수학자들이 나와있다. 그림 자체의 구도도 아름답지만 이 방의 4개의 그림이 교황이 알아야 할 철학, 시, 신학, 수학에 대한 그림을 그려놨다는 것도 당시 교황에 위치와 그에 따른 책임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사진은 구리게 나왔지만 정말 색감이 아름다운 라파엘로 - ‘아테네학당’


그렇게 라파엘로의 방을 지나 현대 미술관을 지났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시스티나 소성당으로 가게 되었다.


미켈란젤로.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냥 이름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다빈치 중 한 사람.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최대의 걸작 그림이라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보는 시간이다.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는 시스티나 성당은 정말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밀려 들어가는 느낌.


나에게 주워진 자리는 내가 서있는 그 위치만 있다. 그러나 하늘 높은 곳에 있는 천지창조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그림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림이 아닌 조각에 가깝다. 아무리 봐도 부조 같은 아니, 나는 르네상스 천재의 그림 부조를 보고 있었다.


천지창조에서 손가락 신은 지겹게 봐왔다. 그렇지만 거기에 입체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 삼차원과 같이 보였다. 내가 여지 것 봐왔던 그 천지창조는 거짓말 같았다. 아니 거짓이었다.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해서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최후의 심판은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쉽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강인한 느낌의 예수와 예상보다 놀라운 미켈란젤로 본인의 모습이었다.


특히 가죽으로 표현한 미켈란젤로 자신은 사진으로 볼 때는 왜 저게 미켈란젤로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실제로 보니 미켈란젤로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자, 이 느낌을 어찌 공유할까 했지만 이렇게 좋은 사이트가 있다.


http://www.vatican.va/various/cappelle/sistina_vr/

정말 이걸 어떻게 그렸을까. 일설에 따르면 이 그림을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눈이 실명에 가깝게 나빠지고 엄청난 병을 얻었다고 하는데, 그림을 봐보면 알 것 같다. 정말 엄청난 천재 한 명이 5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나에게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스티나 소성당을 지나 산 피에트로 성당에 들어왔다. 가장 큰 가톨릭 교회라고 해서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들어가는 순간 예상보다 상당히 작은 느낌을 받아 실망하는 순간….


가이드분이 여기가 작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대충 거기 있는 기둥이나 조각의 사이즈를 대박 크게 만들어서 실제로는 어마 무지하게 큰 성당을 작게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 역시 미켈란젤로가 돔을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 무지 무지한 천재인 듯..



어마무지 큰 성 베드로 성당. (사실 어두워서 잘나온 사진이 없다.)


그리고 오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사실 이 다음 순간이었다. 피에타… 사실 너무 보고 싶었던 조각이었다.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는 마리아의 모습. 가이드분의 친절한 설명에 미켈란젤로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것이다. 피에타. 아직도 심장이 뛴다.


아아 완벽하게 이상한 비율로 만들어진 완벽한 조각이라니! 30대의 남자를 안고 있는 여성이지만 몸의 비율을 다리로 갈수록 점점 크게 만들어서 완벽하게 안정적인 조각을 만들어냈다. 예수는 편하게 그 어미의 품에 앉겨 있고, 죽음으로써 인간의 원죄를 씻기는 것이 억울하지 않은 듯 웃고 있다. 또 마리아 역시 자신의 자식이 신의 아들임을 알기에 슬픔을 내면에서 가둔다.


가이드 분이 피에타의 다른 각도에서의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구글링 해서 Pieta  angle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사진들이 많이 나옴 ㅠㅠ


그리고 유명한 반달리즘인 피에타 테러 사건을 보여줄 때는 정말로 살의가 느껴지더라. 1970년대 자신이 예수라고 생각하던 정신병자가 망치로 피에타의 성모 마리아 부분을 내려쳐셔 깨트렸다고 한다. 진짜 개객기. 인류의 이 거대한 문화유산에 뭐하는 미친 짓인지. 쯔압 하다.. 진짜 정신 감정하고 입장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테러 당시에 수많은 파편들이 떨어져나갔고, 그 파편들을 가지고 간 사람들도 […] 있단다… 그 사람들도 똑같은 넘이여 -_-;


덕분에 지금은 방탄유리 밖에서만 볼 수 있다는 슬픈 현실. 그러나 방탄유리 너머서까지 풍기는 피에타의 아우라는 정말, 정말 멋졌다.


미켈란젤로는 돌을 보면 그 안에 가두어져 있는 위대한 형상을 나타내기 위해서 돌을 뜯어낸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정말 미켈란젤로가 한 말이어서 인정. 정말로 빈말이 아닌 듯하다.


그렇게 피에타의 여운을 가득하게 가지면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무덤 — 성인으로  추대되었다고 하는데 왜 몰랐을까 — 또 베드로의 성당답게 베드로의 무덤이 있었다.


뭐 워낙 유명한 이야기지만, 베드로는 로마에서 네로의 탄압을 피해 도망 나오다가 꿈에서 예수를 만나서 다시 로마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예수와 같은 방식으로 죽을 수 없다며 거꾸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죽고 나서 수백 년 뒤 콘스탄티누스가 여기서 죽었다~ 라고 해서 그의 무덤 위에 지은 성당이 성 베드로(산 피에트로) 성당이다.


1950년대에 그 터에서 60세의 1세기 유골이 나왔고, 최근 그 유골을 진짜로 베드로의 뼈라고  공개했다.. 물론.. 과학적으로 사실일지 아닐진 모르겠지만, 뭐 믿는 사람에겐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


저 거대한 제단 아래쪽에 베드로의 시신이 있다고 한다.

여하튼 몇몇 동상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이 거대한 성당을 음미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투어는 종료되었고 성 베드로 광장에 21세기 최고의 아이돌(?) 프란체스코 교황님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광장으로 나갔다.


성 베드로 광장


역시나 엄청 넓은 광장인데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모든 건물이나 기둥을 크게 만들어서라고 하는데, 이건 다음날 다시 성당에 왔을 때 뼈저리게 느꼈다.


멋진 가이드와 함께한 바티칸 투어를 마치면서 스위스 근위대를 살짝 보았는데 진짜 잘생겼음 +ㅁ+ ㅋㅋㅋ


걸어나오시는 분은 아무런 관계 없는 스위스 근위대


광장에서 잠시 요기를 하고 40번 버스를 타고 판테온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판테온에서 내리는걸 놓치고(로마는 버스에서 방송이 안 나온다. orz) 베네치아 광장에서 내려서 다시 돌아갔다.


무지 크고 담백한 피자 피자!

시간이 늦어서져 판테온 근처에 있는 바페토  2라는 꽤 유명한 피잣집을 가서 쳐묵 쳐묵.. 피자 진짜 맛나더라. 이탈리아의 피자라니! 피자의 본고장 피자맛은 굿굿굿!!!


그러나 이것은 이탈리아 피자의 서막에 불과했다.


다 먹고 슬슬 판테온을 찾으러 가는데 웬 유적지가 하나 앞에 있었다. 또 앞에서 멋지게 공연을 하고 있길래 잠시 쉬어가려는 찬라! 공원 아래에 고양이들이 몇 마리 보이는 것 아닌가?




무지 무지 귀여운 고양이들


처음에는 터키의 에페스의 그런 느낌이었는데, 뭔가 고양이들이 약간 이상했다. 그냥 다쳤으려니 했는데, 옆에 고양이 보호소가 있다!!! 그때는 영어가 짧아서 잘 이해를 못했는데, 대충 찾아보니 270여 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보호 단체이며, 그 곳 이름은 또레 아르젠티나 유적이라고 한다. 원래부터 유적 안에 고양이 들이 살았는데, 아무래도 주변 자동차에 많이 다치다 보니 고양이 보호소가 생겼다고. 


(http://www.romancats.com/index_eng.php 이게 공식 홈페이지다.) 입양 등도 진행하고 있다. 아우 기부금 좀 내야지.(보니까 인터넷으로도 낼 수 있는 시스템 굿굿)


고양이 보호소에서 고양이들 만짓만짓 하면서 애교도 좀 보고 사진도 좀 찍고 나왔다. 후후후.


그렇게 또레 아르젠티나를 지나 약간의 길 헤맴을 시전 후 판테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미사 중이어서 내부는 거의 한 시간 이후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밖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로마 최전성기 황제인 하드리아누스의 천재성을 옅볼 수 있다.


아름답고 수려한 외간을 가진 판테온의 옛날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다. 저 엄청난 기둥들과 청동으로 덧되어진 화려한 지붕이라니! 물론 지금이야 청동과 대리석 모양만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다.


판테온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미사 중이어서 잠시 분수대 앞에서 기다렸다. 분수대에는 이집트에서 가지고 온 오벨리스크가 장식되어 있어 판테온과 한그림으로 놓고 사진을 찍으면 기가 막힌 뷰가 되었다.


판테온의 위용 진짜 멋있었다 ㅠㅠ
런데 앞에 분수대에는 이렇게 괴랄스러운 동상이 ㅋㅋㅋㅋ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더 징그러워졌다.




판데온 내부

잠시 젤라토를 먹으면서 쉬었다가 판테온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었다. 라파엘로의 무덤이고 자시고는 사실 별로 감흥이 떨어졌는데, 아마도 이렇게 아름다운 신전에 이제는 성당으로 쓰이고 있어서, 다른 유럽의 성당과 비슷하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정말 만신전이라는 그 이름대로, 정복 지역의 신들까지 모셔놓은 이 신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900년을 넘게 버틴 이 대단한 신전은 아이아소피아 성당에 버금가는 로마문명의  결정체였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막말로 무식한 중세 기독교 개쌍놈들의 지랄병이 없었다면 소피아 성당도, 그리고 이 판데온도 진짜 배기로 남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그랬다면 피에타란 작품도 없었을지도 모르니…


그렇게 판데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토요일이어서 버스에 사람이 무지 무지 많아서 올 때 매우 피곤했지만, 이곳저곳 헤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떼르미니역 USIM을 사러 갔다. 벗.. 사람이 앞에 5명이나 기다리고 있어서 실패!


숙소에서 잠시 나와서 테르미니역 아래에 있는 큰 슈퍼에 가서 먹을 것을 사고 좀 사고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면서 로마의 첫째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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