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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Nov 20. 2015

이탈리아 여행기 3 - 로마

우리의 시작,

로마에서 이제 2일째 되는 날이 밝았다.


오늘의 목표는 원래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로 였지만, 성 베드로 성당의 꼭대기, 쿠폴라에 어제 못 갔기 때문에 이번의 쿠폴라 이후 콜로세움 정도를 보고 나폴리로 이동하려고 했다.


나폴리행 기차는 5시 25분! 아침에 떼르미니 역에 가서 USIM을 구매했다.


유심카드는 이렇게 생겨먹음…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와이프와  내 것  250메가짜리 2개를 구매했는데, 17.? 유로씩 들었다. 1주일 쓸 수 있고 데이터 250MB 까지는 속도 무제한, 이후에는 속도 제한이 걸린 상태로 계속 쓸 수 있다.


USIM을 사는 일은 귀찮은 일이었다. 그러나 정말 이거 안 했으면 어쩔뻔했나 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그건 나중에 베니스에서  이야기해보자.




사실 어제는 상당한 강행군(새벽부터 쉬지도 않고 바티칸을 광속으로 봤으니..)에다가 아직 100% 시차 적응이 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썩 일찍 일어날 순 없었다. 거기에 위에서 말한 것처럼 USIM 구입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9시쯤 되었다.


오늘 숙소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짐을 맡겼다. 이탈리아는 짐을 맡기는데 돈이 든다.


여지 것 다닌 다른 나라에선 숙소에서 짐을 맡길 때는 무료로 해주는데, 이탈리아는 꼭 돈을 받는다. City  Tex와 함께 맘에 안 드는  포인트였다.


아침으로 가볍게 크로와상과 맥모닝을 먹고 오늘은 버스를 타고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가기로 했다.


어제 돌아왔던 길로 다시 가니 성 베드로 광장이 나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몰랐는데 엄청난 줄을 서고 있더라-_-;;; 한 20분 정도 서있는데 줄도 안 줄어들고 있었다.


왜냐 하니 광장의 큰 스크린에서 방송이 나오는데, 교황님이  주재하시는 미사가 있었다. 어제도 미사  주재하시더니 연이틀을  주재하시더라. 알고 보니 어제는 가정을 위한 미사  주재였고, 오늘은 한국에서도 한참 이슈가 되었던 대 주교회의 시작을 알리는 미사였다.


일단 오늘 콜로세움도 봐야 하기 때문에 아쉽게 쿠폴라는 포기하기로 했는데, 왠지 광장의 느낌이… 교황님이 나오셔서 인사를 할 것 같은 분위기! 막 플랭 카드 들고 있고 함… 분위기 알아 차리고 우리도 기다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미사가 끝나서 사람들이 광장 쪽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30분 정도 기다리니 사람들이 광장 오른쪽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것 아닌가? 교황님이 나오셨나!? 해서 봤는데, 전혀… 시큰둥하게 아무것도 없는데? 싶었는데 눈썰미 좋으신 어머님이 뭔가 내려왔다고 발견!

뭔지 아시겠는가? 창문사이 아래로 보이는 붉은 휘장!!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있는 위쪽에 창문에 아까 없던 붉은 휘장이 내려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거기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주변 카메라들도 그곳을 찍기 시작했다. 오오. 나오시나 보다.


10분 정도 더 기다리니 교황님이 나오셨다. 뭐 뭔가 말씀을 해주셨는데, 무슨 말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리더를 지근거리에서 뵐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었다. 찾아보니 세계 주교 대의원회 개막식 미사를 집전하신 거라고 한다. 나오셔서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너무 궁금하지만 모르겠다^^; 이탈리아어 잘하는 사람한테 동영상 보여줘야 하나 몰라 ㅎㅎ 뭔가 책을 들고  이야기하셨는데 다들 그 책을 샀더라. 새로운 번역 성서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기도서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ㅎㅎ



교황님을 뵈면서 느끼는 것 두 가지. 여기 정말 어마 어마 크구나;; 창문 열리고 휘장  내려올 때만 하더라도 교황님이 창문을 다 가리시지 않을까 했는데… 창문이 너무 커서 교황님이 정말 작게 보였다. 스크린으로야 크게 보였지만^^


그리고 정말 인기가 많으시구나... 정말 대단한 인기였다. 또 서울 와서 추가로 느낀 건 정말 내가 운이 좋고, 어쩌면 최근 수십 년간 가장 성인에 가까운 사람을 지근거리에서 뵌 거구나, 싶었다. 뵌 날은 많은 감동이 없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진짜 운이 좋은 순간이었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교황님을 보고, 엄청난 태양과 싸우면서 콜로세움으로 가기 위해서 베네치아 광장으로 갔다. 베네치아 광장을 볼 시간은 없어서, 가는 길에 있는 카피톨리노 박물관에 잠시 들렀다.



일요일이어서 인지, 결혼식이 있더라. 잠시 카피톨리노 광장을 보고, 포로로마로를 위쪽에서 보면서 돌아 포로 로마로 +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표를 구했다. 운이 좋게도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은 많은 박물관들이 무료여서 표만 받았다. (포로 로마로 쪽에서 가면 표를 빨리 구할 수 있다.) 포로로마노는 일단 시간상 패스하고 콜로세움으로 갔다.


카피톨리노 박물관쪽에서 보이는 포로 로마로. 한눈에 보인다.

교황님을 먼 발치에서 뵙느라고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에 조금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도 콜로세움은 보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말이다.


콜로세움은 근처에 가면  갈수록 거대하고 압도적이었다.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아치형 외관이 미디어들에서 보던 그 웅장함을 빛내고 있었다. 기대감에 한걸음에 콜로세움으로 들어갔다.


콜로세움!


역시나 압도적인 크기와 구조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넓디넓은 이 공간을 2천 년 전에 우찌  만들었을까!라는 감탄과 함께 이 공간에서 모든 로마인들이 웃고 즐겼던 사회 통합의 장이 되었고, 지금의 운동경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때부터 스포츠의 역할이 지금과 비슷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제국이었지만 공화정이었던 로마는 확실히 다른 중세 왕권이나 동아시아의 왕권과는 다른, 그런 권력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일등석과 노예석을 나눠놨다고 하던데, 그 부분에서는 분명 사회통합의 한계가 있었으리라.


어마무지한 규모의 콜로세움




인간의 생명이 지금과 같이 중요하지 않은 시점에서, 콜로세움의 경기는 정말로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 복잡하지 않고 살아남으면 되는 게임이라는 면에서 지금의 축구만큼이나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그런 경기였을 것이고, 붉은 선혈과 부딧치는 쇳소리는 흥분감을 자극시켰겠지.. 물론 무지 무지 넓어서 저기~ 멀리 위에서 경기가 잘 보였으려나 모르겠지만 말이다.


수백년씩 된것들이라니 뭔가 현실성 없어보이는 유적들.

콜로세움을 꽤 높아서 주변의 로마 유물들이 잘 보이게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콘스탄티노 개선문은 아래서 보는 것도 멋지지만 콜로세움에서 보는 것도 정말 멋지다



그렇게 콜로세움의 웅장함을 느끼면서 앞에 있는 콘스탄티노 개선문을 봤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밀비우스 다리 전투에서 또 다른  황제였던 막센티우스를 작살내고 돌아와서 만든 개선문이다. 비잔틴 박물관에서 콘스탄티누스 방에 있는 그림의 배경이 되는 전투가 바로 그 밀비우스 다리  전투였다. 대략적으로 뭐 십자가를 보고 따라가면서 이겼다는 소린 헛소리[…]에 가깝고, 그냥 막센티우스의 전략적 패착과 함께 콘스탄티누스의 지휘관으로써의 능력으로 나온 결과였다고 보는 게 맞다.(아아 불경하여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결국 4두 정치 중 황제 하나를 작살내고 황제가 되었으니 콘스탄티누스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욱이 자기 어머님이 그리스도교를 믿었고, 우군이 필요한데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좋게 자기 엄마가 그 종교를 믿는다. 


정말 완벽한 조건. 밀라노 칙령으로 성인이 되었고, 방어에 어려운 로마를 과감하게 버리고 비잔틴-이스탄불-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황제인지… 밀비우스다리에서 십자가를 보고 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콘스탄티누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아있는 조각들은 웅장하고 묵직하다. (사실 좀 사람 같지 않기도 해..)


슬슬 기차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식사와 젤라또를 먹기 위해서 버스를 탔다. 지하철과 버스 중 고민하다가 버스를 탔는데, 기가 막히게 버스를 놓치고 한참을 기다려서 완전히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말았다.


뭐 그럭저럭 테르미니역 근처의 한인 민박을 지나 1880년부터 영업했다는 파시에 갔다. 어제 먹었던 젤라또와는 아예 다른 맛. 맛이 정말 좋았다. 거의  마시다시피 하면서 시간을 보니 4시!



시간이 얼마 안남아 케밥을 사들고 숙소까지 뛰었다 _-_; 아무리 뛰어도 숙소가 안 나와 ㅠㅠ


미친 듯이 뛰어서 짐을 찾고, 다시 떼르미니 역으로 헉헉. 다행히 나폴리로 가는 기차 플랫폼을 찾는 것은 매우 쉬웠다. — 이탈리아의 기차역은 대부분 심플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기차역을  종점처럼 만들어 놔서 인데(기차가 앞으로 들어왔다가 뒤로 나가는 구조) 이게 타는 사람에게 상당히 편하다.


나폴리로 이동하는 기차는 약간 좁긴 했지만 쾌적한 기차였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치안이 안 좋다는 자 이제 나폴리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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