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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Nov 23. 2015

이탈리아 5  - 포지타노

지중해의 보석

이탈리아 여행 5일째, 우리는 지중해의 보석 같은 마을 포지타노로 가는 길이다.


나폴리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방법이 꽤 복잡한데, 일단  Circumvesuviana라는 사철(국철 반대말)을 타고 우리에게 자동차 이름으로 유명한 소렌토로 향해야 했다.


사철은 정말 어마 어마 자리도 좁고 사람도 많고 했다. 사철을 타고 가는 동안 정말 이탈리아의 속살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는데, 나폴리가 왜 동유럽을 제외하고 가장 가난한 도시라고 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찢어지게?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가난한 동네를 지나갔다. 물론 엄청난 소음과 함께 하는  철도인데 소음을 막아줄 차음막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가난한 동내를 지나가다가 어느 순간 소렌토 근처로 왔는데 유럽인이 그리고 북부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도시답게 부자 동네로 변해있더라.


사철에서 내리는 중.

방금 전 가난한 동네에서 내리던 사람들과 소렌토에 내리는 사람들은 옷차림부터 달랐달까. 그렇게 이탈리아의 속살을 보면서 소렌토에 도착해서 시타 버스(시외버스 브랜드의 이름. 우리라치면 경기고속 같은 게 시타 버스이다.)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달려야 포지타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렌토의 야경

원래의 계획은 해가 저무는 포지타노를 보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나폴리에서 있었던 사고 때문에 이미 밖은 완전히 어둠이 깔려 있었다. 석양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렇지만 늦지 않게 버스를 타고 부지런히 포지타노로 들어갔다. 엄청난 산길이어서 속이 울렁 울렁했지만… 어디서 내려야 할지 잘 몰라서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다. 구글 맵을 이용해서 내릴 적당한 위치에 내리려고 했는데, 버스 기사가 이 위치가 아니라고 쿨하게  이야기해줘서 3 정거장 정도 더 갔다. 내리고 나니 전혀 숙소와  관계없는 곳이었다... 


물론 사람보다 스마트 폰이 더 잘 맞는다는 걸 알려주는 사건이었지만 _-_; 덕분에 오밤중에 내려서 포지타노 순환버스를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찌 어찌 포지타노에서 운행하는 사설 택시를 15유로에 탔다.

늦은 밤이었고 나폴리 사건으로 멘붕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약에 1키로 넘게 짐을 들고 그 곳을 걸었다면 한 동안 좌절했겠지. IL Gabbiano라는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포지타노의 야경을 보는데 다음날의 뷰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식사를 못했기 때문에 조금 걸어내려 가기 시작했는데, 전부 문을 닫아서 — _-; 밥집이 없나 걱정이 됐다 그리고 조금씩 걸어내려 가는데 벼락이 막 치더라. 벼락으로 인해서 정전도 막 됐다. 호텔 안에 있는 식당들에서는 정전으로 작은 불빛에 의지하기도 하고 아예 껌껌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들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좀 더 걷다 보니  몇몇 식당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Saraceno d’Oro라는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탁월한 선택!! 파스타, 리조또와 피자, 하우스 화이트 와인을 먹었다. 피자는 나폴리의 영향을 어떤 피자도 맛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지, 뭐 그냥 그랬지만 파스타와 리조또는 정말 일품이었다. 또 하우스 화이트 와인은 10유로에 정말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낮의 멘붕을 음식으로 안정시킬 수 있었다. 아직도 저 집 와인이 먹고 싶다. 정말 상큼하고 좋은 와인이었는데… (아직도 내 인생 화이트 와인이다.)


맛있게 먹고 숙소에 와서 내일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햇빛이 지중해와 만나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며 우리에게 인사했다. 와이프가 왜 이곳을 꼭 한번 다시 오고 싶었는지 알 것 같은 완벽한 뷰였다.


지중해와 아말피해안, Lattari산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절경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이 멋진 풍광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포지타노 해안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내려 가야 하는 길인데, 길 자체도  예쁜 데다가  계속해서 보이는 지중해와 포지타노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쉽게 지치질 않았다.



골목 골목 엄청난 계단들과 꼬불꼬불한 길이 많았는데, 정말 느낌이 좋았다.


저기 저기 아래 보이는 해변으로 걷는중!!
이런 길로 내려가다보면 금방 해안으로 간다.

우리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큰길로 다녔는데, 사실 포지노 해안까지 빠르게 가려면 그냥 바로 골목 계단을 이용하면 빠르다. 그렇지만 일단 구경을 위해서!!! 천천히 내려갔다.



가는 길에 레몬 사탕도 좀 사주고, 사람 구경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약  2Km를 3시간에 걸쳐 걸쳐 내려왔다.



정말 느낌이 좋았다. 내려가다 보니 한국 분들도 투어 하러 오시고, 일본에서 결혼식 하러 온 커플도 있었다. 













또 해변 주변에는 아트 갤러리들도 많아서 예술 작품들도 구경했다. 꽤 비싼 옷집이나 기념품점들도 즐비하고, 유럽 곳곳에서 휴가 온 사람들이 반려견들을 어마 무지 데리고 와서 개들도 정말 많았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면서 도착한 해변에는 10월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고 있었고,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일단 한참 걷느라고 지친 다리를 좀 쉬면서 레몬 슬러쉬를 한잔 똭!


그리고선 어머님은 잠시 쉬게 해드리고 나와 와이프랑 해변으로 나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선탠과 해수욕을 하고 있고, 진짜 신나게 놀고 있더라. 그래서 우리도 질 수 없어서 발을 담갔는데, 물도 별로 안 차갑고 정말 해수욕할 만 하겠더라.


포지타노 해수욕장 와이드샷~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꼬옥 참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역시나 지중해구나 싶었다. 따뜻한데 물이 맑으니 유럽 애들은 복 받았다 싶었다.(진짜 수영복을 가지고 왔어야 해 ㅠㅠ)


대략 해변 구경을 다 하고 아말피 마을에 들러보기로 했다. 아말피 마을에는 유명한 리몬첼로를 파는 가게가 있었고, 또 아말피 공화국의  수도였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다. 시타 버스를 타고 멋진 풍광을 기대하였건만, 시타 버스는 뽕뽕이 선탠을 해놔서 사진이나 풍광을 볼 수가 없었다. 더욱이 엄청난 산길이다 보니 멀미가 ~_~;; 엄청났다.


결국 그냥 난 자버리고 와이프만 겨우 겨우 구경했다. 그것도 그냥  구경한 게 아니고 버스 위쪽에 있는 창을 이용해서 본 건데, 그렇게 보고 나선 와이프도 멀미를 겪었다. 아말피 해안의 절경을 보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시타 버스를 타는 거였는데, 아쉬웠다.



그렇게 아말피 마을에 도착했는데 상당히 마을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아말피 해안은 지중해와 Lattari 산이 붙어 있고, Lattari산의 등성과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아말피는 낮은 지역인 계곡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말피 해안 마을 중에는 지대가 낮은 축에 속한다.


아말피 해변에서 바라본 아말피


또 그렇기 때문에 큰 배가 들어오기 적합했을 것이고, 아말피 공국의 수도로도 좋았을  것이다. 수도였기에, 중세의 느낌을 가진 유적들 위에 마을이 세워졌고, 포지타노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잠시 아말피의 해안을 구경한 후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생선요리는 너무 비싸서;;; 못 먹고 가볍게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었다.(그래도 한 5만 원 =ㅅ=;;)



더욱이 커피나 음료 등의 물가가 포지타노보다도 훨씬 비싸서(아메리카노 한잔에 7유로 = 만원 정도 — 자릿세는 물론 별도다.)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두오모가 유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곳 두오모는 굉장히 독특한 이미지를 자랑하는데, 오래도  된 데다가 계속해서 다른 건축 기법으로 건축을 해서 기묘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밥을 먹고 레몬 특산품을 몇 개  구매했다. 리몬첼로 2병과 레몬 초콜릿 잔뜩!!!! 나중에 레몬 초콜릿은… 눈물이 앞을 가리니… 나중에 이야기해보자.


또 지친 다리를 쉬고, 유명하다는 레몬 케이크를 먹어보기 위해서 Andrea Pansa라는 무지 오래된 카페에 들어갔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오래된 만큼 품격 있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레몬 케이크도 맛났고 ㅎㅎㅎ


그렇게 잠시 잠시 쉰 다음 다시 역시나 시타 버스로 포지타노로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길이 좁아서 생기는 문제(버스가 부딧칠정도로 가까워서 서로 못 지나감;;;;)로 길 막힘을 경험했다. ㅎㅎ


숙소에 돌아오니 해가 지고 있어서,  한두 시간가량을 멍청하게 해안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지타노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예전의 터키의 에이르디르와는 다른 멋이었지만 둘 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해지는 포지타노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가 고팠다. 그래도 이탈리아 일정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밤인데,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서 좀 고급진 레스토랑으로 갔다.


최근 미슐렝가이드에도 소개되었다고 하고, 생선 요리가 특히 맛있다는 da Vincenzo로 가기로 했다. 전날 저녁도 워낙 맛있어서, 이번 저녁도 상당한 기대를 하고 갔었다.


갈 때는 숏컷인 계단으로 20분 정도 걸어야 할 길을 5분도 안돼서 도착!


30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지만 운 좋게 예약이 취소돼서 바로 자리에 착석! 앉자마자 일단 와인부터~~! 해물 요리에는 화이트 화인이지만, 레드와인이 당겨서 한잔 하면서 두 종류의 해물 파스타와 생선 구이 요리를 먹었다. 우왕. 맛있더라. 특히 돔 빵가루 구이? 는 정말 맛있었다.



신나게 먹으면서 와인을 거하게 한병 더! 먹었는데, 너무 취해서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해버렸다. _-_;;




그리고 다음날 포지타노를 떠나 이제 살레르노를 거쳐 피렌체로 가는 날이 밝았다.


왠지 지중해를 내려다 보이는 숙소가 아까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 멋진 해안가를 다시 한번 눈에 담으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포지타노의 아침

그러나 알고 보니 진짜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었다.


여하튼, 부지런히 숙소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고 나왔다. 너무 부지런히 숙소를 나오는 바람에 와이프의 옷 잔뜩과 아까 나의 눈앞을 가린 레몬 초콜릿 잔뜩을.. 두고 나왔다 ㅠㅠ 젠장 맛을..


이번 여행에서 벌써 3번째 분실물….


여하튼 뭐 그때는 그거 전혀 모르고 룰루랄라 포지타노를 순환하는 인테르노 버스를 타소 선착장으로 갔다.



선착장으로 간 이유는?! 시타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조금 돈을 쓰더라도 바다에서 포지타노와 아말피 해안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살레르노까지 페리를 타고 가기로 했다.


뙤약볕에 짐을 들고 해안가 까지 나가는 게 약간 힘들었고, 20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어제 24시간권으로 구매한 시타 버스 티켓이 아쉽기도 했지만… 일단 배 티켓을 타고 선착장에서 기다렸다.


햇볕이 너무 쌔서 힘들었지만, 선착장 주변의 경관도 장관이었다.


딱히 고양이가 있어서 경관이 더 좋았던건 아니고!


그리고 왠지 배를 타면 더 멋지지 않을까란 생각에 갔는데!!!


포지타노 + 아말피 해안의 최고의 장관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포지타노에 혹시 누가 가신다면 포지타노에서 살레르노로 가는 배를 꼭 타기를 추천한다. 


아까의 뙤앙볕은 시원함을 넘어서서 썰렁한 지중해의 바람에 따스함으로 바뀌었다. 지중해 위에서 보는 겹겹이 쌓여있는 집들은 왜 죽기 전에 꼭 한 번 와 봐야 하는 곳인지 웅변하고 있었다.

지중해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말피가 왜 중세의 느낌을 담고 있었는지 잘 감이 안 왔고, 포지타노 역시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었는데 청푸른 지중해안에서 Lattari 산에 겹겹히 올라있는 포지타노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말피 해안, 아직도 심장이 뛴다.


또 왜 아말피가 아말피 공국이라는 남지중해의 지배자로 태어났는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뒤로는 험준한 산이 있어 해군력만을 키우면 되는 구조. 나폴리 공국과의 거리는 가깝지만 험준한 산이 막고 있어 자치권이 보장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공국을 새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노르만 시키들은 산 따위 무시하는 놈들이니 육군이 없는 상태에서 탈탈 털리고 멸망했겠지만..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아름다운 이곳은 항상 사람이 살았고, 중세의 유적과 함께 아름답게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세 느낌 그대로의 유적 + 그리고 그 위에 호텔


그렇게 한참을 뱃길로 달려 멀리 평지와 함께 큰 항구가 보였다.  살레르노였다. 살레르노는 나폴리보다는 좀 더 발전되고 잘 사는 동네 인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살레르노



가볍게 먹은 점심 식사

기차 시간이 좀 남아서 간단하게 케밥으로 식사를 하고(이탈리아 에서는 케밥이 약간 싼 편이다. — 3명이서 20유로 안쪽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 그래도 3만 원인 건 함정…)


커피 한잔 하고 화장실 갔다가 피렌체행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는 예전 기차들 보다 훨씬 좋은  기차였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 남부와도 작별을 했다.


자 이제 메디치 가문의 흔적이 가득한 피렌체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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