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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Nov 24. 2015

이탈리아 여행기 6 - 피렌체

피렌체, 빛나는 메디치의 영광

3시간을 넘게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메디치 가문의 빛나는 피렌체에 도착했다.


사실 피렌체는 우피치 미술관을 보러 왔다. 메디치 가문의 영광으로 만들어낸 르네상스의 시작, 로렌초의 신격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끼어 넣은 일정이 피렌체였다.


이번 여행에서 두 번 Airbnb에서 아파트를 빌렸는데, 처음이 피렌체였다. 기차역과 가깝고 찾아가기 쉬웠는데, 또 다행히 금세 집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집은 좀 오래됐지만 그래도 유럽 도시 스타일의 나름 멋진 집이었다.




그러고선 짐을 풀고 있는데, 포지타노 숙소에서 와이프 옷을 왕창 두고 왔다는 걸 발견-_-;;;;;; 망했어요 ㅠㅠ 이번 여행의 2차 멘붕이 왔다.-_-; 그러나 포지타노 숙소에서 두고 온 것은 그것 만이 아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짐을 풀고 석양이 아름답다고 하는 아르노강으로 갔다.


아르노강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한데,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기도 했고, 베키오 다리로도 유명하다. 일단 나와서 베키오 다리 쪽으로 걸어가는데 피렌체의 유럽적인 풍경이 아름답게 강에 비췄다. 또 다른 세계가 열린 기분이랄까. 석양과 구름이 먼저 내려오고 르네상스 스타일의 건물이 그 위를 덮었다.


숙소에서 베키오 다리로 가는길. 아르노 강의 석양은 건물들이 아른거리면서 정말로 아름답다.
아르노강의 풍경, 그리고 베키오다리
아직도 아른 거리는 피렌체


또 베키오 다리는 정말로 멋져서 르네상스와 중세시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분이기도 했다.


베키오 다리는 2차 대전 때 파괴되지 않은 피렌체의 유일한 다리라고 하는데, 뭐 그것 보다는 다리의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멋진 보석품 가계들이 특이했다. 예전에는 무두장이(가죽 가공)들 공장이 죽 늘어서 있었다고 하는데, 1600년 전부터 보석품 가게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다리 위에는 수많은 소문과 전설들,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메디치 가문의 비밀 통로 바사리 통로가 있다. 


베키오 궁전에서 피티 궁전까지 통하는 통로인데, 메디치 가문에서 만들었다. 코시모 1세가 정적들의 암살 시도와 그의 대중 공포증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이 통로는, 메디치 가문과 시민들의 단절을 상징한다.


메디치 가문의 창시자인 조반니의 가르침, 항상 겸손하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정치를 해야 한다는 믿음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언제 어디서나 메디치 가문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위압감을 주는 이 통로는 결국 메디치 가문의 몰락의 신호탄이자 피렌체 시민들이 메디치 가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잠시 바사리 통로를 보면서 어머님과 와이프에게 야매 가이드를 하고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일단 멋진 조각들을 보고 싶었다.


시뇨리아 광장에는 가품이지만 정말 멋진 조각들이 즐비하다. 특히 겁탈당하는 사비나의 여인이라던지, 메두사의 목을 든 페루세우스등의 모습은 가품이지만 원품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또 넵튠(포세이돈)의 분수는 간지가 폭발한다.



잠시 시뇨리아 광장에서 여러 조각들을 감상하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녁에는 피렌체의 T-Bone스테이크를 먹으러 부카 마리오라는 곳으로 향했다. T-Bone 스테이크는 피렌체의 대표적인 음식인데 양이 어마 어마 하다. 


보통 1인분이  1kg인데 아시안들은 일 인분 못 먹을 정도의 엄청난 양!


유쾌하고 멋진 종업원들과 엄청난 양의 T-Bone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비싼 와인도 시켜먹었는데… 가격은 비쌌지만 음식의 양을 따져보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정말 먹는 동안 계속해서 완벽한 서빙과 서비스로 기분 좋게 다 먹었다. 오는 길에 슈퍼 마켓이 있어 구경 좀 하고 물과 함께 몇몇 가지 물품을 사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 우피치 미술관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라면에 김취! ㅋㅋㅋ

어쩌다 보니 약간 늦게 일어났다. 아파트니 서울에서 공수해온 라면과 즉석밥을 고, 10시쯤 숙소에서 나와 기차역에 짐을 맡겼다. 짐 맡기는데 하나에 거의 만원.. 5시간 이후에는 추가 요금도 붙는데 좀 ㅎㄷㄷ 했지만 일단 2개만 맡기면 되니 쿨하게 맡기고 가죽 시장으로 갔다.


사실 난 피렌체에는 정말 메디치 가문의 소장품들만 머릿속에 잔뜩 그리고 갔는데, 이곳은 의외로 쇼핑의 천국?! 그도 그럴 것이 명품 최초 매장들이 진짜로 많은 곳이었다. (몰랐음;)


가죽 가죽 가죽 시장

가죽 시장에 가니 가죽 냄새가 가득했다. 와이프에게 여행 기념으로 가방을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싸고 질 좋은 가죽이 많으니 기쁜 마음에 하나 사고, 장모님 지갑도 하나 샀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나도 가방을 하나 샀.. 다.. orz














그러고선 잠시 두오모에 들러서 피렌체 두오모에 있는 최후의 심판을 봤다. 저 높은 곳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미켈란젤로의 그것보다야 못하지만 멋진 작품이었다.



난 다시 먹고 싶은 '존맛' 이였음 ㅋㅋ

두오모에서 나와서 점심으로 곱창버거를 먹었다. 와이프와 장모님 두 분 다 신기하고 이상한 맛이라고 하는데(말로는 이렇게 하지만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맛이라고 총평.. ㅋㅋ), 이건 흡사!!!! 곱창전골에 매운맛을 빼고 빵에 넣어 먹는 맛!!! 맛있잖아~!!! 하면서 나만 신나게 묵었다. ㅋㅋㅋ


그리고선 룰루랄라 우피치 미술관에 갔는데 우피치 미술관은 약 3–4시간 뒤에나 들어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성수기도 아니고 늦은 시간에 가서 충분히 들어가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기다리고 싶었지만 기차 시간에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ㅠㅠ. 속상한 마음이 진짜 가득했다. 어렵게 피렌체를 온 이유가 우피치 미술관 때문이었는데, 못 가게 돼서 정말 아쉬웠다.


아쉬움에 그럼 바르젤로 국립박물관으로 가서 , 신나게 동상이나 보자~!!!! 하고 바르젤로 국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한참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한 것 아닌가? 줄도 없고 뭔가 문을 다 닫은 거 같아. 분명 구글 신이 여기라고 하는데 문이 잠겨있음. 그리고 조그마하게 쓰여있다. 공사 중이라고 그래서 13시 30분에 닿는다고. 현재 시간 13:40분… -_-;;



완전 짜증이 났다. 그리고 점차 불길한 기운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사실 이건 큰일도 아니었다...!


결국 아르노강을 끼고 걸어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갔다. 사실 이곳은 관심이 없었는데, 어머님 선물을 좀 보러 간 느낌이다. 이곳에 고현정  크림?이라는 크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에 들렀다.


뭔가 얻은건 없지만 아르노강은 낮에도 너무 멋지다.

고현정 크림은 한국에 1/3 가격이라는데 여기서도 6–7만 원 하더라 ㅎㄷㄷ 사실 그것 보다 놀라운 것은 이 약국이 1200년부터 있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1200년 된 엄청난  약국인 데다가 매장에 박물관도 있고.. 판매 시스템도 독특하고.. 외국인들이 무지 많이 와서 5가지 언어로 번역해놓은 매뉴얼도 있었다. 쇼핑하는 재미가 있달까?


매장은 미로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음식부터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상당히 믿음이 가는 인테리어와 정말 깔끔하고 친절한 매장 직원들이 신뢰를 더했다. 물론 1200년부터 이걸 만들었다는 사실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아무래도 배낭여행은 쇼핑하러 와서 관광하는 기분이 잘 들지 않는데, 이곳을 그것을 완벽하게 해놨다는 게 놀라웠다. 흡사 박물관에 와서 쇼핑을 하는 기분. 이건 정말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이 있었다.(덕분에 꽤 많이 삼 ㅋㅋ)


그렇게 쇼핑을 전부 끝내고, 쇼핑과 먹는 것으로만 끝나서 신나지만 아쉬웠던 피렌체를 뒤로하려고 기차를 타러 들어가는 길에 청천 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침부터 마지막 여행지인 베니스 숙소의 주인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덕분에 계속 불안했고, 마지막으로 전화를 할 때도 헛소리나 하면서 끊었다.


그래서 AirBNB 에 다가 문자를 보내 놓고 관광을 하고 있었는데, 기차역으로 가는 길 5시 기차를 30분을 남겨놓고, 베니스 숙소가 취소됐다는 메일이 와있었다…. 이게 뭐냐;;;; 


그렇게 스펙터클한 우리의 여행은 거의 마지막 여행지인 베니스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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