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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쿤 May 28. 2017

네가 아닌 우리를 위한 기록 1

D+3

이 글은 축복과 환희 속에서 태어난 달콤의 기록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위한 기록이다.


처음부터 네가 태어나면 너를 키우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하려고 마음먹고 이제야 처음으로 키보드를 붙잡고 말을 이어 본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과, 앞으로 아이를 위해서 노력할 나를 위한 기록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어가길 바란다.


달콤이가 언젠가 글을 일을 수 있을 때 읽어도 좋겠지만 우리 부부가 이 기록들로 아이와 함께한 순간이 아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순간임을 계속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달콤이가 우리에게 왔을 때, 사실 달콤이를 만난다는 기분 좋은 상상보단 정말로 와이프가 고통스러워하는 것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침 7시부터 온 진통은 주기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반복했다. 결국 양수가 터졌기 때문에 빠르게 병원으로 갔다. 병원을 가는 시간이 딱 출근시간(오전 8시 10분)이었기 때문에 2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이 넘게 걸려서 야 도착할 수 있었다.


자궁은 겨우 2cm뿐이 열려 있지 않았는데도, 와이프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무통 주사를 좀 빠르게 맞았고, 잠깐의 여유를 찾았지만 곧 다시 고통이 찾아왔다. 2차로 무통 주사를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힘든 시간이 계속되었고, 오후 3시 40분이 넘어서 아이가 나오려고 했다. 


그렇게 8시간의 기나긴 고통 끝에서 달콤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가 태어난 환희보단 와이프의 고통이 끝났다는데 더 큰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금방 달콤이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들었다. 남자들은 부정을 느끼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나는 좀 더 빠르게 부정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달콤이 한참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순간에 회사에선 누가 그만둔다고 하고... 더욱이 게임 출시 때문에 정신없기도 하지만 아이를 보고 있는 순간에는 시간이 진짜 빨리 가는 느낌이다.


아직 눈을 맞추지 못하는데도, 눈이 맞았다는 느낌이 들을 때면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고 싶다.


달콤이 얼굴을 유심히 보면 나를 닮았다고 하지만 잘은 모르겠다. 그냥 생동감 있는 다양한 얼굴들이 마음에 든다. 특히 인상 쓸 때와 하품할 때 너무 귀엽다.


울 때는 아직 진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안을 때는 이제 좀 숙련이 돼서 잘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이 더 많이 안아줘야지.


3일째 조리원에 들어와서야 태변을 다 싸고 변색이 달라졌다. 똥에서 냄새도 좀 나고... 아직은 기저귀도 잘 못 갈고 속싸개도 잘 못 싸서 헤매고 있지만 겁 없이 자주 많이 해봐야 한다는 다짐을 계속하고 있다. 


내 아이의 육아는 엄마가 더 잘할 수밖에 없지만 엄마와 애기가 자주 떨어져 있어도 내가 완벽하게 케어 하루 있도록 하는 게 나의 1차 목표이다.


달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면 지금은 눈썹 바로 위까지 솜털이 나있고, 코에는 피지(?) 같은 게 있으며, 입 주변에 뭔가 뿅뿅 나있다. 선배 육아 마스터들에게 들어보니 원래 유아 때는 그런 게 난다고 한다.


많은 부정(父情)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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