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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an 31. 2016

엄마의,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불친절한 육아정보에 상처받지 마세요. - 육아서 편

아무리 책을 안읽는 사람도 엄마가 되고나면 한두권쯤은 읽는것,

그것이 육아서예요. 시중에는 국내외 저명한 소아정신과 의사선생님부터 시작해서 아동발달전문가, 성공적인 육아를 했다는 엄마들이 시장에 내놓은 육아서가 넘쳐납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육아정보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어요.


아이를 처음 키우는 우리 엄마들은 모든게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정말 품에 안고 사랑만 줘도 되는지, 대체 이 아이는 왜 우는건지, 모든게 두렵고 낯설기만 해요.

그래서 우리는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지도로 손쉽게

육아서를 선택하게 됩니다.

지금 집에 있는 육아서 한번 펴보세요. 어디까지 읽으셨나요? 아니면 그 육아서중 몇가지를 실천중이신가요?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과연 아이가 그 육아서대로 커주던가요?


전 제일 먼저 아이의 건강과 관련된 육아서를 구입했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엄마들이라면 집에 한권씩은 가지고 계신다는 그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바로 그 책이예요^^

첫아이를 낳고 백일이 채 되지 않던 어느 밤,

아이가 먹은 분유를 분수처럼 쏟아냈습니다. 코로 입으로 뿜어져나오는 분유가 저를 당황하게 했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안아달래며 저는 책꽂이에 있는 그 책을 꺼내 뒤적였습니다.

차라리 그 밤 응급실에 전화를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책을 뒤적거린지 10여분 후, 전 청천벽력같은

단어와 마주합니다.


"유.문.협.착.증"


유문의 입구가 좁아져서 음식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라며 어려운 말로 적혀있는 그 병명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제 가슴을 요동치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그 길로 저는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탈 생각도 못한채 응급실로 뛰었습니다.  그날 따라 참 고요하기만 했던 응급실에 전 그야말로 "미친년"처럼 달려들어가 의사선생님 앞에 앉아 다급한 목소리로 하지만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아이가 유문협착증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아팠습니까?"

"토하고....어....아무튼 증상이 유문협착같아요. 혹시 기도로 분유가 넘어가지 않았는지 사진부터 찍어야할까요?"

아따 요즘 어마이들 빌나다(별나다의 경상도 사투리쯤??ㅎㅎ)!!!!


결국 이 녀석은 단지 과식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패닉이 된 상태로 아이에게 이상없음을 통보받은 저는 비로소 제가 신도 신지 못하고 그 겨울에 아이만 싸고 나왔을뿐 제가 맨발에 면티 하나만 걸치고 있다는걸 깨달았어요.

대체 무엇이 저를 이토록 불안하게 했을까요?


그 수많은 육아서를 읽으며 제가 이제사 느끼는것 하나는 나의 불안이 육아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죄책감을 낳고 그 죄책감은 또 다른 불안을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엄마들이 육아서를 읽고 나서 가장 많이 느끼는 자책은 실천에 대한 강박인것 같아요.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책은 원래 실천할수가 없어요. 그렇게 쓰여졌어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육아서는 철저하게 아이의 편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아이를 위한 아이에 의한 글이예요.

엄마는 그것을 이행해야 하는 매개체이므로 그들은 엄마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육아서는 많은 반면 엄마편인 책이 많지 않은 이유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육아라는 고된 과정이 엄마를 너무 많이 지치게 합니다. 지친 나를 통해 나는 나의 밑바닥을 보게 되는 기분이예요. 지치고 힘들고 도저히 예전의 나와는 너무나 달라진 나를 다독이지도 못했는데 육아서는 내게 아이를 위한 육아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의 관심도 부모님의 관심도 세상의 관심도 나의 삶도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마치 나는 아이 돌보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아요. 그들은 모두 내게 말했습니다. 너는 엄마잖아!

아이도 아이생각, 식구들도 아이생각, 나도 아이생각...대체 나는 어디있는걸까요?


불친절한 육아서에 상처받지 말아요.

엄마, 엄마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왔어요.

느티나무 굴을 지나 트럼프 토끼를 따라 여러분은 이상한 나라에 어느날 불시착한 거예요.

육아서는 그 이상한 나라를 걸어가는 많은 지도중 하나일 뿐입니다.

지도는 참고 자료예요. 절대 모범답안이 아닙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따라가다 잘못 가면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하고 다른 길을 보여주잖아요.

엄마가 실천을 하지 못했다면 그건 엄마와 맞는 길이 아닌겁니다.

그럼 다른 길을 가면 되요.


제일 중요한건 그 많은 참고 자료를 보고 엄마는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육아말고 우선

엄마를 위한 엄마에 의한 육아를 하세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의 속도로 나의 패턴으로...

나를 찾아가면 아이를 위한 아이에 의한 육아의 길이 보이기 시작할거예요

나는 아닌데 자꾸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지면 엄마 마음에는 "죄책감"이 싹트고 그 마음은 깊게 뿌리내려

엄마 마음에 가지를 뻗고 자책이라는 열매를 낳을거예요.

그 무게에 휘청 거리며 엄마를 스스로 아프게 하지 마세요.


잊지마세요.

사랑하는 우리 아이, 아이에게 필요한건 그럴듯한 육아전문가의 조언이 아닙니다.

서툴고 헤매면서도 언제나 마음에 사랑만큼은 대한민국 1등!!

우리 아이의 최고의 선물 바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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