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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ul 01. 2016

모유수유VS인공수유

모유가 모성의 척도는 아니예요.


전에도 말했지만 자연분만이 모성의 정도나 자격의 척도가 아니었듯이 수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체는 아이를 분만하면 곧 스스로 느낄정도로 젖이 붓고 아이가 젖을 먹어야 한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다행이 그렇게 순조롭게 아이가 엄마 젖을 물고 수유를 해주면 좋으련만.. 초유도 겨우 먹일만큼 젖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유두혼동으로 인해 엄마젖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모체의 건강이 좋지 않거나 할 경우도 모유수유를 할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엄마의 모유량이 적어서 수유가 중단되기도 합니다. 원래 초유량은 많지 않고, 아이가 먹는 만큼 느는것이 모유의 신비로움이지만 배고파 우는 아이를 굶길 재간이 없죠. 혼합수유를 하다보면 모유량은 더 줄고 그래서 모유수유를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워킹맘들은 복직을 해야하니 육아휴직이 여의치 않은 직장이라면 모유수유는 더 곤란합니다.

큰 아이 낳고 아이는 유두혼동이 심했습니다. 강렬하게 엄마찌찌 싫다고 도리질을 치며 울어대는 아이에게 처음 엄마가 된 저는 젖한번 제대로 물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초유는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유축을 했지만 보름만에 더이상 젖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1달후엔 복직해야하는데 잘됐다 싶기도 했지만 젖을 먹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4일 13시간을 진통하고 수술을 해도 모유를 먹이지 못한 나는 죄인이었고, 그런 나를 가리켜 너무 편히 아이를 낳았다고 타박하는 시어머니의 말씀은 모진 상처가 되었습니다. 친구집에 놀러가서 친구신랑이 우리 아이를 보고 너는 소젖 먹네 했던 말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 일을 반면교사 삼아 둘째때는 꼭 완모에 성공하리라 투지를 불태우며 마치 고시공부하듯 모유카페도 가입하고, 모유 먹이는 연습도 하며 열심히 공부를 했었지요.

별나디 별난 둘째는 하늘이 도왔는지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제외한 모든것을 거부했습니다.

젖병을 주면 구역질을 하며 밀어냈고 죽으나 사나 정말 악착같이 젖을 빨아대더니 결국 완모에 성공했죠. 하지만 기쁨은 잠시, 그것이 그리 모진 수난의 시작일줄이야.... 밤낮으로 아이와 떨어질수 없는 수유맘은 임신해서 13킬로가 늘어난 몸무게가 한달만에 18키로가 빠졌습니다. 모유를 먹이면 왜 그렇게 배는 고픈건가요...

전 양반집 노비라도 된양 고봉밥을 먹지 않고는 버틸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은 그런 내가 너무 짐승같아서 몸서리치며 울었지만 악바리 둘째는 젖을 놓고는 잠도 자지 못하는 엄마바라기였죠. 둘째지만 처음 하는 수유는 연한 피부가 헐어 피고름이 뚝뚝 떨어지고 그자리에 딱지가 앉고 떨어지기를 반복했을까요...아이가 젖을 찾는 소리만 들어도 발가락 끝까지 힘이 들어가고, 다시 아플 생각에 진저리를 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토록 염원했던 완모의 끝을 알리는 사건이 찾아왔으니 이른바 "젖몸살"


등골이 서늘한 오한이 지나자 온몸은 고열로 불덩어리 같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아픈곳이 한곳도 없었습니다. 뼈마디마디가 물러지는 근육통보다 더 심각했던건 단 한방울도 유축이 되지 않던 오른쪽 가슴이었죠.

의사선생님은 뜨거운 타월로 비명이 나올만큼 찜질을 해주라고 신랑에게 말하며, 젖을 짜내야한다고 했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유축은 되지 않았습니다. 돌덩이 같이 굳은 가슴이 주는 통증은 뭐라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이건 아니다 싶어 며칠뒤 큰병원을 찾아갔을때 오른쪽 가슴의 피부는 변형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유륜 주위의 피부가 검보라빛으로 피멍든 듯 변해가기 시작했지만 의사는 촉진 이외의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고, 단유를 권했습니다. 젖을 끊는게 최선이라고 했지만 아직 이유도 시작하지 않은 아이의 단유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죠. 그리고 첫아이때 겪은 "젖 못먹인 죄인"이 다시 되고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항생제도 먹지 못하고 성한 쪽으로만 젖을 먹이며 고열에 시달리고 급기야 누워자지 못할만큼 통증이 심해졌던 어느 날 그 몸으로 아이를 씻겨야겠다고 온 기운을 짜내어 아이를 씻긴 저는 멀어져가는 의식을 겨우

잡고 혼신을 다해 아이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겠구나....스물여섯 엄마는 직감했나봅니다.


그걸 끝으로 저는 더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고열로 인한 쇼크로 응급실로 실려간 저는 당장 젖을 끊고 분유를 먹여야 한다는 호통을 들어야 했습니다. 해열제 주사를 맞고 항생제가 투여될때 그때의 상실감....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전 그 상태로 다시 수유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1달을 더 수유를 하고 6개월을 채웠을때... 제 오른쪽 가슴은 시커멓게 피부조직이 변형되고 바위덩어리같이 굳어져 가더군요. 통증이야 말해 뭐할까요...누가 말려도 되지 않았습니다.

젖못먹인 못난 어미라는 자책은 제 피부조직이 괴사되어가는줄도 모르고 오로지 수유만이 모성의 척도인양 매달리고 있었지요.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큰 아이의 아픔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전 결국 긴급 수술을 잡고 보름내내 매일 혈관주사 두대씩을 맞으며 젖을 말려야 했습니다.

약을 먹고 젖을 짜내면 약에 삭은 모유가 하늘빛을 띄며 유축기로 쏟아졌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하고 나서 담당의가 말해준건 세균성 유선염.

아이 수유할때 상처난 곳으로 균이 들어갔을거고 그 균이 유선을 막은걸 젖몸살로 의사는 오진을 했고....

그 와중에 전 미련맞게 성한 가슴으로 수유를 감행하고, 그 사이 고인 젖이 피부조직과 함께 괴사를 시작했다는... 그 이야기를 멍하니 듣다가 눈물을 흘리며 한말은 어이없게도 "그럼 재수유는 언제 할수 있어요?"

였습니다. 의사는 어이없다는 듯 다시 출산을 해도 수유는 하지말라고.. 다시 재발하면 항생제는 더 세게

들어가야 한다고.. 수술후 저는 수술자리를 봉합도 못하고 매일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자리를 긁어내고 소독하는 처치를 보름 더 받아야 했습니다. 국소마취를 하면 새조직이 더디 회복된다고 마취도 없이 생살을 긁고 거기에 소독약을 붓고 할때마다 전 녹초가 되어 수술실을 나왔습니다. 그래도 집에 가서 재수유를 하겠다는 결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약을 먹고 말려버린 젖을 다시 돌게 할 방법도 없었고, 젖을 찾아 우는 아이에게 노리개 젖꼭지(일명 공갈 젖꼭지)를 물리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모유수유를 하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더해지며 전 끝도 없는 상실감에 휩싸였죠.


그 미련한 시간동안 큰 아이는 날카로운 엄마의 히스테리에 상처받고, 남편은 지쳐가서 짜증내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저는 육아도 살림도 어느쪽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모유수유는 그저 아이를 양육하는 한 방편일 뿐이었는데, 전 그게 모성의 척도라고 생각했어요.

젖을 먹이지 못한 상처가 넘 깊게 남아서...지금도 옅게 남은 수술 자국을 보면 싸한 기분이 들어요.


아이가 아플때도 젖을 충분히 먹이지 못해서 그랬을까...6개월밖에 젖을 못먹여서 아이가 살도 안붙고 저렇게 약한가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생각합니다. 난 최선을 다했다고..


모유가 물젖이니 참젖이니 하며 어른들이 말을 하지만, 실은 모유는 전유는 약간 묽은 쌀뜨물처럼 나와 아이에게 수분공급을 해주고, 후유는 뽀얗고 진하게 나와 영양공급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모유먹는 아기들은 따로 물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죠. 그런데 아기가 젖을 충분히 빨지 못하면 자꾸 전유만 먹게 되니까 변이 묽어지는 걸 젖이 물젖이라 그렇다고 단유를 권하는 어른들이 계시더라구요. 전유만 자꾸 먹게 되는 아기라면 엄마가 수유전에 전유를 조금 짜내고 먹이는 것도 방법이예요.


어떠한 사정으로든 단유를 하셨다면 분유 먹이는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실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분유는 모유를 먹이는것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갑니다. 젖병도 씻어야하고 소독도 해야하고 젖꼭지 크기도 개월별로 체크하고 혹 쓰다가 젖꼭지 구멍이 터지지는 않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열개씩 젖병을 씻어놔도 금방 또 소독할 시간이 다가오고... 늘 아기 우유탈 물을 준비해야 하죠. 자다가 분유타는거 그거 보통 고행이 아니죠...그래도 요샌 정수기가 분유탈 물 온도를 맞춰주는 것도 있던데... 제가 아기를 키울땐 큰 보온병에 뜨거운물 한병 찬물 한병 머리맡에 두고 자곤 했었어요.

외출할때도 가방이 이삿짐같은 물과 분유가 기저귀와 함께 한 짐이죠. 지금이야 액상분유라는게 있다지만, 그전에는 생우유를 먹지 못하는 연령인 아기들은 행여나 물이 모자를까봐 어디가면 늘 노심초사였는데..


이런 어려움을 감소하는 엄마에게 어찌 수유의 방법이 모성의 척도가 될수 있겠어요.


이런 말도 안되는 죄책감은 우리 개나 줘버리자구요. 중요한것은 수유의 방법이 아니라 엄마가 얼마나 스스로 행복하여, 아이와 더불어 행복한 육아를 할수 있느냐는 거지, 절대 이런 방법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걸 잊지마세요. 저처럼 미련맞게 수유에 매달리다 정말 중요한 아이의 양육에 소홀해지고,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건강으로까지 나를 몰고가는 시행착오나 죄의식이 정말 우리 엄마들에게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엄마"입니다.

분유를 먹이는 것도 사랑이고, 모유를 먹이는 것도 사랑입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해답이 있을리도 없고, 엄마의 성향도 다 다르며, 태어난 아기들도 같은 아기가 한명도 없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엄마의 소신껏, 내가 할수 있는 현실안에서 그저 최선이라 생각되는 선택을 믿으며 아이를 키우면 됩니다. 때론 실수가 있고, 아닌길을 갈수도 있지만 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가 되어가는거죠.


오늘을 아이와 함께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는 당신은 충분히 "엄마"이니 그저 소중한 우리 아이가 온 우주를 통틀어 선택한 가장 유능한 모성의 척도로 선택받은 분.. 바로 당신임을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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