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정책의 필요성-아이들은 우리의 내일입니다.
작은 아이가 드디어 중학교에 간다.
1지망 학교를 적어서 중학교 지원 원서를 냈다.
학교를 정할때 제일 고려사항은 근거리였다. 집 근처에 단 한곳을 빼곤 다 멀었다.
게다가 스쿨버스 운행도 안되니 카플을 이용해야 하는데 요즘같이 험한 세상 카플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을수도 있어서 보통 스트레스가 아닐것 같았다.
어제 선생님께 문자가 왔다.
해당 중학교에 인원이 초과되어, 여학생들은 2지망 3지망 학교를 적어오라고.
결국은 조금 멀지만 차선책이 될 2지망 학교와 3지망 학교를 적어보냈다.
어쨌든 1지망 학교가 부디 선택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아이가 아침에 전화가 왔다.
"엄마, 선생님이 XX중학교 3지망쓰면 안된다고..ㅁㅁ중학교랑 ★★중학교 둘중에 하나쓰래"
"두 군데 다 버스타고도 아침에 등교시간 못맞출 학굔데 거길 쓰래?"
"어 그렇대"
3지망까지 갈것 같진 않았지만 너무 황당했다. 이 두 군데 모두 우리 집에서는 적어도 버스를 탄다면
한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다. 차로 가도 20-30분은 족히 걸린다. 출근길에 가장 막히는 길이고,
그렇다면 예상시간보다 훨씬 더 걸릴테고 그걸 감안한다면 아이는 적어도 6시반에는 버스를 타야
아침 등교시간에 늦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 학교 갈 일은 없다해도, 이처럼 얼척없는 원서를 강요당할 줄이야...
어차피 그 학교밖에 안되면 뭐하러 집에가서 차선 학교를 적어가지고 오라고 한것이며,
이 정도로 학교가 서로서로 포화상태라면 학교를 늘리든가 학급수를 늘리든가 현실적인
해결책이 있어야지 애꿎은 애들만 여기가라 저기가라 뺑뺑이를 돌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화가 났다.
말로는 6년내내 아이의 꿈이 소중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들 어쩌고 했던 학교다.
큰애때부터 나는 공교육의 두얼굴이 욕지기 나게 싫었다.
그 위선적 태도에 상처받은 내 아이가 다시 그들의 위선속에 난도질 되는 꼴을 너무
아프게 보아온 탓에 학교의 이중잣대는 염증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탁상공론은 교육부에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대체 이 양반들 각 관할 학교가 아이들을 얼마나 수용할수 있는지 알기나 하는걸까?
그리고 근거리 안에 아이들이 갈 학교의 수에 관심이나 있는걸까...
왜 어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를 굴리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검은 속내를 드러낼때,
오월 햇살보다 푸른 우리 아이들이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하는걸까?
매년 바뀌는 교육법에 피해를 보는것도 아이들이고,
매년 이랬다 저랬다 지원을 하니 마니 하는 급식비 지원정책에 배를 곯는것도
질이 떨어지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어느 동네는 갈 학교가 없고, 어느 동네는 몰리는 아이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
학교가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이리저리 집없는 떠돌이 아이들처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서
여기저기 옮겨다녀야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왜 어른들의 이런 안일한 행정에 우리 아이들은 늘 희생양이 되는걸까
한번쯤은 생각해보셨음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그래도 이런 비현실적 정책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실건지.
유권자라 생각했을때 보여줄 현실적 정책에 대해 생각해보셨음 한다.
그리고 아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시간, 이 순간, 오늘의 역사를 딛고
내일을 만들어갈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꿈이고, 미래이고, 국가가 되어질 이 아이들...
적어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
안전이 보장되는 학교,
버스를 타면 정상적으로 아침밥 먹고 등교할수 있는 거리 안에
학교가 존재할수 있도록,
적어도 저런 말도 안되는 거리의 학교를 지원하라 원서쓰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꿈을 키울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것.
그것이 정치고, 정책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음 좋겠다.
처음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간다는 설레임이,
이리저리 학교에 치여 아파지지 않도록,
비싼 교복 못맞춰 학교를 못갈 아이들이 없도록,
급식비가 걱정돼 점심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부디 우리 아이들...
우리의 내일인 이 아이들을 위한
현실적 정책이 시급하다는걸
명심 또 명심해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