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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트 Oct 11. 2024

동티모르 EP.21 : 동티모르는 아이들의 나라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6.14.-06.23.


지난 번 도서관을 지원해준 호메 초등학교에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단순히 도서관과 설비 등만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현지 고등학생들이 주축이된 청년 모임도 운영했었는데, 학생들이 직접 초등학생들을 위한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현지 청년들이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한테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게 꽤나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티모르는 생각보다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서 학교 측에 아이들을 섭외해달라고 부탁드리면 꼭 남학생 여학생 반반씩 섭외해주신다.


학년도 반반, 성별도 반반



동티모르 첫 해에 누나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잠시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몇 달 남긴 했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해서 비행기 일정을 알아봤었다.


동티모르로 떠난 지 거의 7개월 만에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설렜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누나 결혼식 때 개인적으로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한국에 있지 않아서 준비할 수 없었던게 아쉬웠다.



다시 또 딜리 출장.


사업에 필요한 물품들 시장 조사를 진행했는데, 동티모르는 공산품들이 다 수입품이라 물가가 한국 저리가라 하는 수준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커피 한잔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사실 이때 쯤부터는 딜리 출장이 조금은 힘들기 시작했다. 물론 시골에서 지내다가 가끔씩 도시를 즐기는 건 좋았지만, 차로 6시간씩 이동해야하는 것도 힘들었고, 딜리 출장 전부터 준비해야할 것들도 많았고 특히 2박 3일 간의 출장 일정이 너무나 가혹했었다.


2박 3일동안 점심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숨 쉴틈도 없이 바쁘게 일정을 소화해야했었다.



다음 날, 빠떼오라는 마트에서 쿠키 납품 겸 이벤트를 진행했다.


바떼오는 포르투갈 회사에서 운영하는 마트여서 외국 손님들도 많이 오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관심이 많으셔서 다행이었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다시 로스팔로스로 돌아왔다. 한인마트에서 신상 초코파이를 사왔었다.


한국에서 유행이라길래 먹어봤던 바나나 초코파이였는데, 역시나 뭐든 오리지널이 최고이지 않나 싶었다.



수도에서 사온 물품들을 또 이것저것 정리했다.


사실 동티모르 시절 사진첩을 보면 이런 증빙용 사진들이 진짜 많았는데, 저때나 지금처럼 인생을 많이 즐기지는 못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멍구가 임신을 했다. 우리 멍구는 4개월에 한번씩 임신을 했는데, 2달 임신, 2달 육아 사이클을 반복했다.


사실 간사님이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싶었지만, 동티모르에서는 고양이가 교통 수단에 타면 사고가 난다는 미신이 있어서 수도에 데려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동티모르에 동물 병원이 없어서 수의사를 수소문해서 찾아야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시원하게 이발을 해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혼자 이발기를 이용해서 혼자 이발을 했었다.


누가 대신 해주면 참 좋았겠지만, 방법이 없어서 혼자 거울을 보면서 대충 이발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재밌게 살았네 싶다.



오랜만에 퇴근 후에 산책을 해주었다. 이제 I 간사님도 안계시고, C 간사님과 둘이서만 지냈었는데, C 간사님은 독립적인 생활을 하시는 편이라 일할 때 빼고는 거의 각자 시간을 보냈었다.



저녁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낮에는 허름해보이는 건물이지만, 밤에 보니 꽤나 예뻐보여서 찍어두었다.



다음 날 출근 길, 운동장에 보이는 동티모르 국기를 한 컷 찍어주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카메라를 열심히 들고 다녀었었나보다. 나중엔 무거워서 거의 안들고 다니긴 했지만..



로모가 사무실로 놀러왔다. 사실 우리 동네 꼬마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만 알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다.


그러다가 내가 조금씩 현지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었고 도서관에 와보고 싶다고 해서 학교 마치고 놀러오라고 했더니 친구 손잡고 놀러왔다.


모든 애기들을 다 좋아했지만, 로모는 특히나 내가 좋아했던 친구였다.


지금은 다 커버려서 걸걸한 목소리가 됐지만, 저 시절에는 귀요미 그 자체였는데...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애들이 집 앞 골목길에서 놀고 있길래 다같이 한 컷!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헌트 크루를 결성하기 시작했고, 2년 뒤에는 앞 집, 옆 집, 뒷 집 꼬마들 다 모아서 열댓명이 몰려다니는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초딩들 데리고 다니던 저 때 내 나이 만 2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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