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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트 Oct 22. 2024

동티모르 EP.23 : 나무 타기, 가비 생일, 가족들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7.05.-07.08.


한창 코코넛 시즌이 되서 사업지 마을 모니터링 나갈 때마다 주민분들이 코코넛을 따주셨다.


동티모르에 지내면서 수많은 도전을 했지만, 제대로 시도도 못해본 게 있다면 코코넛 나무 오르기다.


이건 정말 목숨을 걸어야할 거 같아서, 차마 도전하지 못했다.



이때 기분 좋은 일이 많았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진을 찍어댈리가 없다.



누나는 한창 결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결혼했으면 옆에서 도와줄 수도 있고, 나름 이벤트도 준비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내 결혼식 로망보다 누나 결혼식 로망이 많았던 나였다.


항상 유행을 2년씩 앞서 다니다보니, 우리 누나는 늘 내 트렌드 캐치 능력을 부러워했었다. 이날도 그랬었나보다.



내 차마 코코넛 나무는 오를 수 없다지만, 그렇다고 모든 나무를 못오르랴.


점심 시간에 사무실에서 쉬고 있는데, 저 멀리 초딩들이 운동장 가운데 있는 꽤나 높은 나무를 오르면서 놀고 있는게 보였다.


코코넛 나무를 못 오른 나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거 같았다. 당시 내 나이 26(만 나이). 초등학생들에게 한국 젊은이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무를 올라주었다.


혹시나 해외 파견 나가는 분들이 계시다면 굳이 따라하지는 마세요. 다치면 손해입니다.



7월 7일은 우리 앞 집에 살고 있는 가비의 생일이다.


이때가 시작이었다. 매년 7월 7일은 무조건 가비 집에 모여서 아이들이랑 과자 파티하는 날로 정해진 게.


당시에 아무리 내 호주머니가 가벼웠어도 애들 과자 사줄 돈 정도는 충분했기 때문에, 애기들 손잡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에 가서 애기들이 먹고 싶은 것들로 이것저것 사왔다.


지금은 애기들이 대학생, 고등학생이 됐다고 하니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사진을 보니, 굉장히 현지화가 잘 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라는 유독 셀카 찍는 걸 좋아했었다.



혹시나 오해할까봐 이야기하자면, 이건 절대 협찬 사진이 아니다.



아이들 독사진 하나씩 찍어주기!


사진이 귀한 동티모르에서는 이렇게 찍어서 출력해서 선물로 나눠주면 굉장히 좋아했었다.



사실 애기들한테 작게나마 뭐라도 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애기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러 이곳에 왔는지, 한국 사람인지 다른 나라 사람인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고, 그냥 앞집 혹은 옆집에 사는 동네 형, 동네 삼촌 정도로 날 생각해줬다. 내가 이곳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애기들 뿐만 아니라 이웃 모두가 나를 한 마음으로 품어줬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리운 우리 애기들을 오늘도 추억하며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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