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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EP.23 : 나무 타기, 가비 생일, 가족들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by 헌트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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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5.-07.08.


한창 코코넛 시즌이 되서 사업지 마을 모니터링 나갈 때마다 주민분들이 코코넛을 따주셨다.


동티모르에 지내면서 수많은 도전을 했지만, 제대로 시도도 못해본 게 있다면 코코넛 나무 오르기다.


이건 정말 목숨을 걸어야할 거 같아서, 차마 도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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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기분 좋은 일이 많았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진을 찍어댈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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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한창 결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결혼했으면 옆에서 도와줄 수도 있고, 나름 이벤트도 준비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내 결혼식 로망보다 누나 결혼식 로망이 많았던 나였다.


항상 유행을 2년씩 앞서 다니다보니, 우리 누나는 늘 내 트렌드 캐치 능력을 부러워했었다. 이날도 그랬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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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마 코코넛 나무는 오를 수 없다지만, 그렇다고 모든 나무를 못오르랴.


점심 시간에 사무실에서 쉬고 있는데, 저 멀리 초딩들이 운동장 가운데 있는 꽤나 높은 나무를 오르면서 놀고 있는게 보였다.


코코넛 나무를 못 오른 나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거 같았다. 당시 내 나이 26(만 나이). 초등학생들에게 한국 젊은이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무를 올라주었다.


혹시나 해외 파견 나가는 분들이 계시다면 굳이 따라하지는 마세요. 다치면 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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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은 우리 앞 집에 살고 있는 가비의 생일이다.


이때가 시작이었다. 매년 7월 7일은 무조건 가비 집에 모여서 아이들이랑 과자 파티하는 날로 정해진 게.


당시에 아무리 내 호주머니가 가벼웠어도 애들 과자 사줄 돈 정도는 충분했기 때문에, 애기들 손잡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에 가서 애기들이 먹고 싶은 것들로 이것저것 사왔다.


지금은 애기들이 대학생, 고등학생이 됐다고 하니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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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진을 보니, 굉장히 현지화가 잘 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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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는 유독 셀카 찍는 걸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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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오해할까봐 이야기하자면, 이건 절대 협찬 사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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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독사진 하나씩 찍어주기!


사진이 귀한 동티모르에서는 이렇게 찍어서 출력해서 선물로 나눠주면 굉장히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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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기들한테 작게나마 뭐라도 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애기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러 이곳에 왔는지, 한국 사람인지 다른 나라 사람인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고, 그냥 앞집 혹은 옆집에 사는 동네 형, 동네 삼촌 정도로 날 생각해줬다. 내가 이곳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애기들 뿐만 아니라 이웃 모두가 나를 한 마음으로 품어줬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리운 우리 애기들을 오늘도 추억하며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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