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전쟁과 포용

6.25 당시 해외 교민의 마음이 이랬을까.

by 헌낫현
우크라이나 여권을 소지한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22년 2월 23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키이우(Kyiv) 여행을 고민했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도 같았다. 모두 전쟁을 예상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적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어났다. 유럽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어느 날 하늘이 우크라이나 국기처럼 위쪽은 파란색, 아래쪽은 노랗게 변해있었다.

어느 날 하늘이 우크라이나 국기처럼 위쪽은 파란색, 아래쪽은 노랗게 변해있었다. 인스타그램에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 송신탑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로 불이 밝혀진 사진이 공유됐다. 전쟁 하루 뒤 프랑크푸르트 시청사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렸다. 발 빠른 조치였다.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다. 그 속도가 놀라웠다. 사안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본다. 심각한 소식이 이어진다. 피 흘리며 스러지는 사람들. 러시아가 유럽 최대의 원전 시설을 점령했다는 소식까지. 친구들은 불안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가족들의 소식을 확인한다. 잠시도 집중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속해서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6.25 당시 해외 교민의 마음이 이랬을까.

정말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지만, 만약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주변국들이 이런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줄까?

헝가리 여행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기차가 멈췄다. 출발이 30분 지연될 것이라는 안내가 앱에 표시됐다. 승객 중에는 피난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독일 경찰이 모든 승객에 대하여 여권을 검사할 거라는 방송이 나왔다. 승객의 우크라이나 국적을 확인한 한 경찰은 “안전한 여행 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폴란드 크라크푸(Kraków) 중앙역에 내렸을 때 우크라이나 피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피난은 어려울 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탈출할 방법은 많지 않다. 기차 대신 비행기가 붐빌 거다. 다른 나라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혼란 속에 놓일 것 같다. 그때도 현지 경찰들이 따뜻한 인사를 건네줄까. 잘 모르겠다.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될까 아니면 시작이 될까.

버스 도착을 알리는 스크린에 특이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폴란드 크라쿠프역에 도착했다. 우연히 만난 우크라이나 친구 H가 옆에 있었다. H는 지금 폴란드에 살고 있다고 했다. 크라쿠프역은 피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H는 전쟁 때문이라고 했다. 버스 도착을 알리는 스크린에 특이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우크라이나 여권을 소지한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발 빠른 조치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