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졸업이 너의 인생을 바꿔주지 않아.”

by 헌낫현
그것이 내가 독일에서 느낀 매력이자 더 있기로 한 이유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후회의 조각을 모으다 보면,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일을 결정할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느렸고, 속도에 관심을 끄게 되었다. 남들이 삶에서 겪는 실수를 미리 확인한 뒤 나는 완벽에 가깝게 해내자는 발상이었다. 군대가 그랬고, 교환학생이 그랬다.


7월이었다. 엄마가 독일로 오신다고 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여행하기로 했다. 나는 독일에서의 교환학생 1년이 이미 끝났음에도, 독일에 더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산을 짜보고, 고민했다.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맞는 걸까. 나는 포기하려고 했다. 그 생각을 누른 채로 여행했다. 그러나 엄마와 베를린 여행을 하던 어느 날 밤,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졸업이 너의 인생을 바꿔주지 않아.” 엄마가 하신 말씀이었다. 엄마는 친구들 이야기를 했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능력이 없는 상태로 회사에 들어가면, 고통스럽다고 했다. 속도에 집착할 필요 없다.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다면 충분히 시간을 가져도 좋다. 그 새벽의 결론이었다. 이 대화는 내게 용기를 줬다.

베를린에는 프라이탁(FREITAG) 매장이 있다.

나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속도를 신경 쓰고 있었던 거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을까.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부담을 짊어지고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독일에서처럼 매 순간 배울 기회는 흔치 않다. 오히려 졸업을 늦게 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더 많이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


이번 베를린 여행은 고민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1년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떤 방법으로 더 머무를지 확실하지 않았다. 결심하고 소망을 가졌을 뿐이었다. 더 성장한 뒤 돌아가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독일어 실력 향상이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언어의 중요성을 자주 느꼈다. 언어는 누군가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누군가의 날개가 되어주기도 했다. 언어는 일반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삶이 항상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생계를 이어가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동시에 공부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 온전히 독립되어서 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대화하고, 나만의 세상을 구축할 수 있다. 그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한다. 그것이 내가 독일에서 느낀 매력이자 더 있기로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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