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이 왜 좋아?”
“어떻게 케이팝은 중심이 될 수 있었을까?”
“케이팝이 왜 좋아?” 독일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친구들에게 묻는 말이다. 단순히 노래나 춤이 이유가 아니다. 이건 공동체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대답을 듣는다. 물론 독일에서 만난 한국인이 아닌 친구들이다. 보통 그 친구들은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다. 가끔은 나보다도 한국에 대해 깊이 알고 있을 때가 있어 놀랄 때가 있다.
왜 케이팝은 열풍을 불러왔는가? 내 친구들은 케이팝 팬덤 문화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것은 새로운 공동체에 소속되는 경험이다.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처럼 팬들은 관계를 이어간다. 힘들었던 일들, 가수 또는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래 덕분에 어떻게 위로를 받았는지. 그 안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중심은 물론 케이팝 그룹이다.
어떻게 케이팝은 중심이 될 수 있었을까? 독일 국적의 한 친구는 치유와 포용을 주제로 하는 가사 때문이라고 답한다. 케이팝에는 따뜻한 내용의 가사들이 많다. 아픔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듯한 가사의 내용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케이팝 열풍은 잘생기고 예쁜 아이돌 때문이 아니겠냐는 기존 나의 생각을 깨는 대답이었다.
“You can tell me the stories. That you left behind. Help me help you.” 케이팝 밴드 더로즈(The Rose)의 노래 ’Yes'의 가사 중 한 부분이다. 무엇이든 털어놔도 좋다. 서로 돕는다. 이 내용의 가사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따뜻한 내용의 가사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2023년 4월 20일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빈은 한 라이브 방송에서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많이 힘들었다. 팬 콘서트 때부터 티가 났던 것 같다. 그래서 팬들에게도 많이 미안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케이팝 아티스트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다.
대중을 위로하는 아티스트들이 위로받지 못하는 일은 비극적인 일이다. 포용과 위로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가 가진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일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23.6명으로, OECD 평균(11.1명)의 두 배다. 이것은 충분히 사람 중심이 되지 못한 한국사회가 받아든 성적표가 아닐까.
참고
"5년간 자살률 30% 줄여 OECD 최악 탈출"…자살예방기본계획. (2023). In 연합뉴스. Retrieved April 26, 2023, from https://m.yna.co.kr/amp/view/AKR20230213114000530
[Pick] 아스트로 문빈 사망…최근 라이브 방송서 "많이 힘들었다". (2023). In SBS NEWS. Retrieved April 26, 2023, from https://news.sbs.co.kr/amp/news.amp?news_id=N100716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