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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한국어 튜터로 일하는 방법

나는 할 수 없을까?

by 헌낫현
괴테대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 어떨까?


2022년 여름. 내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괴테대학교에 한국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괴테대의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을 알게 됐다. 우연히 그분을 뵙고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어떻게 괴테대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게 되셨는지, 근무 조건은 좋은지, 한국어는 가르치기 쉬운 언어인지. 이런 질문이었다.


나는 할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 나는 군 복무 당시 남수단에서 한국어를 스리랑카 군인들에게 가르친 적이 있었다. 교원 자격증이 없었다. 그냥 했다. 여러 한국어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영어로 열심히 설명했다. 당시 나의 학생들은 한국어에 큰 관심이 있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재미를 느꼈다. 나의 문화, 나의 언어를 널리 알린다. 자부심도 느꼈다.


괴테대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 어떨까? 첫째로, 그럴 수 없었다. 괴테대는 한국어 교육 전공자를 주로 선발한다. 경쟁률도 치열하다고 했다. 둘째로, 좋은 근무 조건이 아닌 것 같았다. 많은 시간을 수업에 할애해야 하고, 높은 급여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는 나의 목표와는 맞지 않았다. 이 선택지는 가능하지도, 나에게 유익하지도 않았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원하는 시간 만큼 일할 수 있으면서, 수업 방식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 슈퍼프로프(SuperProf)라는 플랫폼을 찾았다. 독일 내에서 튜터와 튜티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재능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직접 수업 계획을 프로필에 적어놓으면 수업을 원하시는 분이 연락하는 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싶다며 신청했다. 돌아보면 나는 한류 열풍의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모두 케이팝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었다. 한국에 가고 싶어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한국 드라마 OST의 가사를 다룬다. 한류는 수익창출로 이어졌고, 한국어 학습의 동기를 부여했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에는 한국학과가 있다. 교내도서관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그 책을 참고해 수업을 구성했다. 어휘, 문법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까지 짚어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온라인 수업 방식을 선택했다.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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