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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May 08. 2024

독일, 2년을 마무리하며

가장 가치 있게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2023년 8월 18일, 독일에서 2년간 지낸 나의 이야기는 일단 마침표를 찍는다. 독일에 오기 전과 후의 나는 크게 바뀌었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었는지를 생각하면 세 가지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언어를 배우자. 여행하자. 사람들을 만나자. 모두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큰 압박감도 자주 느꼈던 것 같다. 시간과 자본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다 이루었나?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주변에서 시간, 돈, 정보를 나누어 도움 주신 분들 덕분이다.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독일어 시험 최고 등급을 받았고, 22개국 57개 지역을 여행했다. 다양한 분들을 만났고, 나의 세계가 넓어졌다. 후회 없이 살자고 다짐했는데, 매 순간 제일 나은 선택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가장 가치 있게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시간이 제한되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선택해야 했다. 할 일에 위계를 부여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실천했다. 이런 과정을 위해 무조건 적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든, 긴 시간을 투자해 세운 계획이든 아이폰 메모장에 모두 적었다. 그 메모가 지금 4천 개가 넘는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내가 쓴 돈과 번 돈을 모두 적었다. 이걸 실천한 게 2021년부터니까 벌써 3년 차다. 정보가 쌓이면 그걸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했다. 제대로 정리된 정보는 또 다른 생각을 낳았다. 이 과정은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내가 어떤 부분에 가장 크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언어를 배우고, 여행 중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수업을 들었던 반 친구 중 한 명이 아들 둘이 있는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곤 했다. 한국의 속도에 대한 압박에 익숙해져 있어서, 나는 특정 시기에 이뤄야 하는 것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 건 없었다. 진부한 말이지만,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잃지 말자. 독일 2년을 마무리하면서 다짐하는 말이다. 독일에서 보낸 시간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지만, 어려움을 만나기도 했다. 그 과정 끝에 나 자신도 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나의 정체성을 잃는 것을 경계한다. 스스로에 대해 자주, 깊이 생각하고 진정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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