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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Dec 29. 2020

본능과 이성 사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LNESS)』

요즘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최악인 줄 알았는데, 더 최악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 등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더욱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투명한 정보 공개다. 우리나라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대유행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해외언론​도 우리나라의 방역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투명성을 지목한다.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이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위기 극복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 우리에겐 비난할 사람이 필요하고 어떤 외국인 한 명이 그 병을 옮겼다면, 그 외국인이 속한 나라를 주저 없이 통째로 비난하곤 한다. 자세한 조사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p.307)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에게서는 다양한 감정들이 나타났다. 분노하는 사람들, 공포에 질린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등등.. 이런 사람들이 뒤섞인 대한민국이 그나마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 덕분이었을 것이다.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이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차분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누구나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오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생존을 위한 진화를 목적으로 진행됐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분명한 건 이 본능이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게, 무비판적으로 '편집된 세상'을 믿어버린다.


뉴스에 등장하는 소식들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매체는 소비자가 있으며 그들의 수요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소식에 우리의 본능이 더해지면 사실은 왜곡된다. 이러한 현상이 통제 없이 지속되었다면, 어쩌면 지금까지 비난만 이어지며 사태는 점점 악화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 속 머리에 자리 잡은 관념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 이다.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어떤 경향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지를 알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자각을 한다면, 우리는 이성적인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10가지 본능을 소개한다. 모두 세상을 오해하는 데에 영향을 주는 본능이다. 먼저 간극 본능은 이분법적인 사고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양 극단의 대상으로 나누어 판단한다. 정치 사안에서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양 극단 사이의 공간을 볼 수 없는 이분법만으로는 세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사이에 위치한 논의들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간극 본능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사회를 네 단계로 나눌 것을 권한다. 두 극단보다 더 세밀한 네 단계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편향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부정 본능은 세상의 나쁜 측면에만 지나치게 주목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이란 그래프를 분석할 때 기울기가 일정하게 변화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공포 본능도 있다. 공포에 질려버리면 누구나 성급한 결정을 하기 마련이다. 이외에도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가리는 10가지 본능.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알고 있는 대로 생각하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이 과정은 집단적인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며 더 심해진다. 세상을 단순하게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세상은 너무나 명쾌해 보인다. 문제의 원인은 쉽게 몇 가지로 좁혀진다. 세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 내가 보는 사실이 더 다각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 항상 기억해야겠다.


이 책의 저자 로슬링 할아버지는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생전에 즐겨 부르셨던 Frank Sinatra의 My Way라는 노래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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