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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Feb 06. 2021

영화 《승리호》와 자본주의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

 영화 감상 후 가볍게 읽어주세요 :)


다들 웃어. 원하던 돈벼락을 맞았는데.
우리 평생   벌어.
일을 하면  수록 빚만 늘잖아 아니야?

‘한국형 SF.’ 최근 개봉한 《승리호》에 붙은 별명이다. “유치하지는 않을까?”, “멋진 그래픽을 구현했을까?”라는 얕은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재생했다. 영화를 보다가 깨달았다.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만드는 것은 비주얼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 질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란다.

놀라우면서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기술. 영화 승리호가 보여주고 있는 미래다. 언어의 장벽이 사라진다. 내장된 통역장치로 외국인에게 말해도 모두 이해한다. 우주 쓰레기는 더욱 큰 문제가 됐다. 우주 쓰레기가 추락해 많은 사상자와 실종자를 만든다. 나노봇 기술은 인체의 한계를 거의 모두 없앴다. 나노봇을 주입해 뇌의 신경을 복원하고, 마비된 신체를 고쳐낸다.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도 현재 보이는 문제들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씁쓸한 기분이 들게 한다. 지구는 죽음의 땅, 우주는 생명의 공간이 됐다. 우주에는 경이로운 기술로 인해 생명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지구를 가난한 사람들만이 있는 지옥 같은 곳으로 그린다. 우주개발기업 UTS는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하고 선택된 소수가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모든 것을 경제 성장으로 환원시킨 결과, 우리는 지금 '근대의 비극'을 겪고 있다"
- 사회학자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

모든 것을 돈으로 바꾼다는 전제가 살아있는 한 인간다운 삶은 모두가 가질 수 없는 것이 된다. 위성궤도에 부자들의 정착지가 건설된다는 설정은 새롭지 않다. 이 영화에서도 자본주의의 문제는 그대로 드러난다. 기술은 독점의 수단이 된다. 다수를 이롭게 하지 않고, 소수의 이윤만을 더 극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한다. UTS의 152세 회장 설리반이 지구를 없애려고 하는 것을 보면 고민 없는 기술 발전이 끝이 어디일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우리 스스로를 잡아먹는 야수 자본주의(Raubtierkapitalismus)가 되어버렸다." - 독일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시간이 지날수록 돈에 목메게 되지만, 역설적이게도 돈은 중요한 것을 잊게, 잃게 한다. 태호(송중기 분)는 법 이민자를 사살하라는 명령으로 간 우주선에서 한 아기를 발견한다. 이름은 순이다. 군인 직에서 파면당한 뒤 빈곤에 허덕인다. 돈은 어느새 순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됐다. 우주 쓰레기 충돌사건으로 순이를 잃는다. 실종된 순이를 찾기 위해서는 큰돈이 다시 필요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p417


현재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그대로 미래가 된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인류의 포악함은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상을 파괴해 자신을 이롭게 하려는 인류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기술은 세상을 낫게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본성을 실현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인류는 자본주의가 안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

p.s.
개인적으로 상상하는 우주여행은 데이터의 이동이다. 인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데이터화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SNS다.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데이터는 더 정교해질 것이다. 이것이 완료되는 날에는 무엇이 가능해질까? 물리적인 이동 없이도 우리의 신체, 정신을 모두 데이터화해 머나먼 우주 어딘가로 보낼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영화 마지막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삶과 노래』가 등장한다.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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