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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Feb 09. 2021

이제 돌아갈 수 없다면

김용섭의 『언컨택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 -


블룸버그 통신은 전세계적인 집단면역까지 7년을 기다려야한다고 예상했다. 모더나 CEO의 "이 바이러스와 영원히 살아야 할 것"이라는 은 섬뜩하지만, 이제는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 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 이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지금은 다르다. 어떻게 코로나와 함께 살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면, 그것이 현실이라면 우리는 고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것은 전염병이라는 육체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코로나 낙인 등 사회적 재난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의 연결

새로운 방식의 연결이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연결되어야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경제, 교육, 교통,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이 없다.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연결 방식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은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비접촉 문화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접촉을 피하면서 생활하는 문화는 이전부터 서서히 진행되던 것이었다. 코로나19는 그 흐름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됐다.


코로나19는 왜

전염병은 자연이 갑작스럽게 인간에게 준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자초한 문제다. 이 바이러스는 원래 동물들 사이에서 있어야 할 바이러스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을 개발한다는 미명하에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들쑤시고 다녔다. 숲으로 길을 냈고, 야생동물을 사냥해 이익을 창출했다. 그 과정에서 야생과 인간이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머물러야할 바이러스는 어느새 인간 세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변종이 발생했고,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가 탄생했다.


DZone, Interview: Taylor's Legacy in an Agile World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변화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비접촉의 문화는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사무 공간을 예로 들어보자. 초기 사무실은 테일러리즘(taylorism)이라고 하여 관리자가 직원들의 업부 상황을 적나라하게 지켜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곳엔 칸막이도 없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는 뷔로란트샤프트(Bürolandschaft)라는 개념으로 칸막이를 설치한 사무공간으로 감독받는 장소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었다. 1980년대 사무실은 독립적인 개인 사무공간이 보장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그 중요성이 높아진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사무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음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기업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재택 근무로 전환하는 회사들의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의 중심에는 효율성이 자리하고 있지 편의가 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동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할 때 기업도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머리로는 알았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된 것이다. 2020년 8월 15일 광화문 집회로 인해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자, 판교 IT기업들은 8월말까지 재택근무로 전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면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꿔야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세상에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연결될 수 있다. 이전의 피곤한 인간관계에서 해방되어 혼자를 기본으로 하지만 가끔 연결될 수 있는 '약한 수준의 연대'를 꿈꿔볼 수 있다. 개인의 자율은 물론 마음의 여유도 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 재택근무 전환에는 비교적 편안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개인의 루틴을 지켜내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언컨택트

우리는 계속 변화해야하고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이제는 체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감기처럼 일상 속에 스며든 채로 살아야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한다. 디지털 문명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새로운 세상의 디지털 문법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지켜내고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비접촉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와중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앞으로 어떻게 언컨택트의 길을 걸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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