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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Feb 16. 2021

스스로 끄고 켜는 삶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


자유로운 삶에도 고뇌가 따른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 나는 그것이 마냥 좋은 일인 줄 알았다. 어느 대상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지금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장기하는 이 책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에 대해 묘사한다.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덜 자유로운 삶에도 장점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일기장 같은 책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였다. 장기하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정해놓는 것은 많지 않지만, 자신만의 생활패턴이 있다. 집착하는 건 아니지만 개성 있는 취향이 있다. 이런 것들이 드러나는 글을 보면서 나에게 적당한 삶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것을 가지든 극단적이지 않은 삶. 잔잔하게 바라보며 음미할 수 있는 삶.


장기하가 방문해 고요함을 느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 미주 중앙일보

장기하가 '조슈아트리'에 가서 느꼈던 고요는 일상에서 흔치 않다.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이 고민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어떤 시점에 도달하면 사라질 줄 알았다. 자유와 성취를 얻어내면 사라지는 질문일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내가 어떤 상태에 도달하더라도 다음 단계로 어떻게 갈지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것이다. 삶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완벽히 자유로운 상태에서도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장기하는 "파도 위에서 서퍼가 하듯이 슬퍼하지 않고 어찌어찌하다 나아가는" 삶에 대해 말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힘을 빼야 한다.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계획이라는 걸 하지 않아도 인생에는 언제나 파도가 몰아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방향을 확인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다음은 그냥 흐르는 대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며지만,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않는 것. 이 책을 읽고 이 태도를 가지고 싶어 졌다.


대단한 항해를 계획하지 않아도 파도는 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파도를 맞이하고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전부다. p.232


장기하다운 책이었다. 솔직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담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잡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장기하가 접하거나 생산하는 콘텐츠에 대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하가 구독하는 음악 앱은 애플 뮤직인 것 같다. Chill Mix가 있기 때문. 나도 신경을 안 쓰고 있는 탭이었는데 한 번 눌러봤다. 진짜 좋다.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잘 골라놨다. 그 외에도 장기하 노래나 산울림 노래, 감명 깊게 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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