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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Mar 02. 2021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방법

기시미 이치로, 『미움받을 용기2』

미움받을 용기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다. 그날도 공부에 지쳐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서점 안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마주친 노란색 표지. 몇 장을 넘기다가 그 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렸다. 입시로 인해 지쳐있던 몸과 마음.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나는 책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키워드는 공헌감, 인간관계, 인정 욕구다. 아들러의 사상에 대해 철학자와 청년이 토론한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그 토론의 현실적 적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1. 우리는 과거의 사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

 '순수하게 객관적인' 사건이란 존재할까? 내 기억에는 정체성, 목적, 가치관이 담겨있다. 프로이트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반면 아들러는 목적에 집중한다. 기억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목적을 위해 기억을 유지한다. 트라우마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기억이 나의 미래 행동을 바꿀 수 없다. 나의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과거의 기억을 만든다.


2. 인간은 과거에 일어난 방대한 사건 중에 지금의 ‘목적’에 합치되는 사건만을 골라서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으로 삼는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나는 과거 사건이 나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믿었다. 나를 이루고 있는 요소 중 대부분이 나의 현재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에 영향을 받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들러는 인격은 기억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나의 의지로 인해 지금의 모습인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지금의 내 모습에서 나의 의지를 떼어내고자 만든 핑계일 수 있다.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에 묶여있지는 않다.


3. 아들러가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했던 이면에는 ‘모든 기쁨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라는 행복의 정의가 숨어있다네.

 관계를 피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관계에서 오는 혼란이 두렵기도 하지만,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관계뿐이다. 그리고 관계란 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버린다. 관리를 미룰수록,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기회는 멀어져 간다. 더욱 자주 관계에 신경을 쓰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나의 어느 정도까지 보여주어야 할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이다. 고민 끝에 멈춤이 아니라 움직임이 있기를 바란다.


4. ‘교우’의 과제에 대해서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네. “우리는 교우의 관계를 통해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귀로 듣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배운다”라고.

 우러러보지도, 얕잡아 보지도 말라. 칭찬하지도 야단치지도 말라. 동등한 관계는 아들러의 생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오직 대등한 관계 일 때만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다. 이렇게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해 나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행복이란 공헌 감이기 때문이다. 공헌감이란 타인의 인정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5.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겠지. 모든 만남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오직 ‘최선의 이별’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뿐이네.

 철학자는 관계의 유한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소중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80년 정도이지 않을까. 그마저도 죽기 전 20~30년은 건강 문제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시간은 50년 정도. 그런데 진로, 바쁜 일상을 핑계로 행복에 중요한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외로운 짓이다. 아무리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더라도 관계를 꼭 쥐고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행복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에게서 해방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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