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교환학생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정리해봤다.
“욕망을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규격화된 욕망은 돈으로 연결된다는 것.”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자주 느낀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희생할 것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다. 돈 걱정이 크다. 1년간 교환학생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정리해봤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했다. 생활비 350유로, 보험료 110.69유로, 기숙사 방값 350유로, 여행 200유로. 한 달에 140만 원가량이 든다. 12개월을 생각하면 모은 돈이 부족했다.
돈을 모으고 있다. 신용카드는 독이었다.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꿀 때였다. 신용카드를 쓰면 통신료를 할인해준다고 했다. 지난달에 쓴 금액이 일괄 결제되는 방식이다. 할인받고 시야를 잃었다. 자산을 보는 시야를 흐리게 했다. 언제나 돈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다 출국 두 달 전 깨달았다. 돈이 부족하구나. 신용카드 사용을 바로 중단했다. 체크카드만 사용했다.
절제에는 핑계가 필요했다. 특히 관계에는 그랬다.생활비를 줄이려고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친구들을 될 수 있으면 만나지 않았다. 나는 자신을 더 바쁘게 만들어야 했다. 카메라도 팔아야 했다. 돈은 나의 모든 것을 쥐어짜게 하였다. 그런데 그럴 의지가 있었다. 교환학생은 나에게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다 할 생각이었다.
버는 외국을 고민한다. 아끼는 걸로는 부족하다. 내게 남수단은 버는 외국이었다. 나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해외파병이었다. 생명수당으로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그곳에서는 돈 쓸 일이 없었다. 자연스레 돈을 모았다. 독일은 다르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간다. 쓰는 외국을 어떻게 버는 외국으로 바꿀 것인가. 가장 큰 고민이다.
부족한 돈은 약 천만 원 정도다. 12개월간 한 달에 87만 원 정도를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온라인 과외를 독일 교환학생 기간에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불어 현지에서도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미니잡(Mini Job)이라고 불린다. 이전에 자금을 더 모았다면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큰돈을 지켜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돈이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서 멀어지는지 점검해볼 수 있었다. 독일로 출국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 삶의 큰 교훈들을 얻고 있다. 욕망을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규격화된 욕망은 돈으로 연결된다는 것. 지켜내기 위해서는 많이 아껴야 한다는 것. 적절한 소비방법을 가져야 한다는 것.